MB심판 - 야권단일화 - 박·손·유 대선전

4.27 재보궐선거는 광역단체 1곳과 국회의원 3곳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6곳, 광역의원 5곳, 기초의원 23곳 등 총 38개 지역에서 치러지는 전국 선거다.

선거일정은 12~13일 이틀간 후보등록을 마친 뒤 14일부터 26일까지 13일간 공식 선거운동을 벌이고 27일 투표가 이뤄진다.

이번 선거는 집권말기인 4년차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국정난맥상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형 국책사업이 줄줄이 백지화되거나 전면 수정하고, 고물가와 전월세 대란으로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치루는 마지막 재보궐선거로 총선-대선의 전초전 성격이다. 3+1 빅선거 지역뿐만아니라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를 포함하면 서울, 경기, 경북, 경남, 대전, 충청, 호남, 강원 등 전 지역에서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로써 선거결과는 내년 총선, 대선 '민심의 바로미터'가 된다.

특히 손 대표가 분당을에 직접 나서면서 재보선은 예비대선전 양상을 짙게 띄어가고 있다. 김해에서 1차 승리를 거둔 유시민 대표는 김해을에서 대선 대리전을 치루며, 박근혜 전 대표는 강원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여권에서는 'MB심판 대 박근혜' 대결이, 야권에서는 야권단일화를 둘러싼 '손학규-유시민'의 대선전 양상으로 치러진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 3곳 후보는 모두 야권단일후보를 냈다. 분당을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 민주당 손학규', 김해을은 '한나라당 김태호 대 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각각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전남 순천은 야권단일화 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와 무소속 후보 구희승 변호사, 박상철 경기대 교수,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김경재 전 의원 등 모두 6명의 무소속 후보가 승부를 펼친다.

유일한 광역단체장 선거인 강원지사 보궐선거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대치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모두 전직 단체장들의 당선무효로 치러지는 재선거로 서울 중구청장, 전남 화순군수, 강원 양양 군수, 충남 태안군수, 울산 중구청장, 울산 동구청장 등 6곳이다. 이곳에서도 야권단일후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곳은 참여당보다는 민노당, 진보신당과 민주당간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한 지역들이다.

4.27 재보선의 3대 포인트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 '야권후보단일화' '차기 대선전'에 있다. 이는 차기 대선과 총선은 4.27 결과의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야 치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MB 정권심판론 이번 재보선에서도 먹힐까?

야권은 후보단일화로 반MB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강원도와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에서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구축하고 전남 순천을 포함해 4대0 전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아 '반MB심판'을 내걸었던 지난 6.2지방선거의 승리가 재현될 것이라고 야권은 자신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정국 현안으로 부상했던 구제역 사태, 물가대란, 전세값, 대학등록금과 청년 일자리 등으로 터져나온 민생대란은 재보선 정국을 강타하는 쟁점들로 떠올라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 딸 특채비리' '상하이 스캔들' 'FTA 오역' 등 MB정부의 외교라인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가고 있다.

여기에 결정타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다. 대선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MB정권의 기반인 영남이 '반MB'로 돌아섰고 여권은 사분오열되었다. 믿었던 도끼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이 영남 분노를 삭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세종시 백지화'를 추진하려던 현 정부의 대선공약 파기를 거센 반발로 무산시켜버렸던 충청은 이번엔 신공항 후폭풍으로 '과학벨트 영남분산론'이 나오자 '제2세종시' 사태를 예고하면서 다시 들끓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카이스트 자살 도미노'로 수월성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초경쟁주의를 택한 'MB 교육정책'이 고꾸라들고 있다.

집권말기로 가면서 이명박 정부의 환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여권내에서도 '레임덕 불가피론'에 'MB탈당론'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심도 여권도 이명박 대통령을 버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 치고 있다. 구제역 한파 한가운데서도 지난 2월까지만해도 40%대를 웃돌던 MB지지율이 동남권 신공항 사태가 터지면서 2달만에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했고 30%선까지 무너질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재보선은 야권의 구호가 아니더라도 민심은 'MB심판의 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권은 이러한 민심을 휘어잡고 MB심판론을 더욱 몰아붙여, 차기 대선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분당을 출마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MB심판론'을 이번 선거의 목표로 내세웠다.

◇야권 후보단일화, 해내긴 했는데 불신만 깊어졌다.

한편, 야권은 어렵사리 후보단일화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단일화 여파는 여기저기서 시끌시끌하다.

대표적인 지역은 김해을이다. 12일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에 단일화 후보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로 확정되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집단적으로 내려가 곽진업 후보 지원유세를 펼쳤지만, 결국 '유시민 한 사람'에게 패해버렸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쓴잔을 마셨던 민주당이 이번에도 또다시 '유시민에게 당했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온다.

지난 6.2 선거에서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당시 유시민 후보가 주장해던 '여론조사' 방식을 전격 수용해 결국 패배를 맛보았듯이 이번에도 '100% 여론조사 방식'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참여당의 요구를 곽진업 후보가 전격 수용, 또다시 유시민에게 승리의 잔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중재를 문재인 전 수석이 나서서 했기에 반발을 할 수 없지만, 민주당의 속은 쓰라리기 그지없다.

사실 겉으로는 단일화를 말했지만 민주당 속내는 김해을에서 민주당이 단일화에서 승리하면서 '유시민의 대권행보'를 꺾어뜨려 놓으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엇나갔고, 민주당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민주당에 쌓인 앙금과 상처가 좀처럼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6.2 경기지사 꼴 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관측도 나돌고 있다. 유시민 후보다 야권단일후보로 되었으나 당시 민주당이 유 후보를 외면해 결국 김문수 후보가 당선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反유시민' 성향이 짙은 민주당 지지층들이 이봉수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6.2지선이나 4.27재보선에서 모두 '유시민의 버티기'로 따낸 단일화에 상처입은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않는다면 이번 김해을 선거도 자칫 승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참여당 사이 야권연대는 이루어졌지만, 골깊은 갈등은 재확인된 셈이다. 민주당의 '반유시민' 정서는 갈수록 점점 더 깊어만 가고 결코 해소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가까스로 이룬 단일후보 승패에 따라 양당의 책임공방은 격렬해질 것이고, 만일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야권 내부의 불신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해뿐만아니다. 순천은 또다른 측면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이 포기해버린 것 때문에 민주당 반발이 예상외로 크다. 현재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로는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다.
이에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속속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 현재까지 6명이나 줄줄이 나섰다. 무소속의 후보난립이 극심한 것이다.

민주당내 호남 의원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경선없는 민주당의 일방적 양보는 '무원칙한 포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은 결정을 한 당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노정되고 있다.

만일 단일후보인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낙선하고 민주당 탈당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의 야권단일화 원칙 부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할 판이다.

김해나 순천은 모두 손학규 대표의 '야권단일화를 위한 통큰 정치'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강원과 분당에 민주당 후보가 나선 대신 텃밭인 순천은 '민주당 무공천'의 결단을, 盧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을은 '노무현 적통성' 문제가 걸려있다는 점에서 참여당을 포용하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전격 들어준 것이다.

이번 야권단일화는 '손학규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때문에 4.27 재보선에서 정치적 승부의 최전선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손 대표다.

김해에서는 자신의 적수인 '유시민'을 키워주었고, 호남에서는 만일 실패한다면 '텃밭'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패배 책임론'을 손 대표가 고스란히 쓸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4.27 재보선의 야권단일화 성사여부는 총선, 대선 판도 전체를 가름할 기준이자 손학규의 대선 승부처가 되버렸다.

◇4.27 재보선에 투영된 차기 대선 구도
- 박근혜 - 손학규 - 유시민

또 하나, 이번 재보선은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세론의 주역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강원도 지사 선거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목으로 뛰어들었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직접 수도권의 중도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 여권텃밭인 '분당을'에 출격했다. 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자당 이봉수 후보를 내세워 자신의 대선전초전을 치루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묘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MB심판론' 한가운데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MB심판'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차기 대선주자로서 'MB차별화' 노선을 걸었던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스탠스를 보이게 될지 관심거리다.

박 전 대표는 다른 지역에는 선거 지원유세를 가지 않으면서도 유독 강원도에는 잦은 발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 이외에 어떤 발언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당내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에 찬반이 팽팽하다. 선거 승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친이계인 안상수 대표는 '박근혜 지원유세 거부'를 공식 밝힌 반면, 중도노선을 취하고 있는 정두언 의원과 원희룡 공심위원장은 '박근혜의 적극적 지원유세'를 요구하고 있다.

4.27 재보선이 여권에선 '박근혜 대선주자 본격 행보'와 직결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재보선을 앞두고 자신의 후원외곽조직 '국민희망포럼'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4.27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선에 착수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의지일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악재인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선 '유치 고수' 입장을 취해, 이-박의 분열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박 전 대표는 '反MB같은 MB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고심끝에 '적진' 분당을에 깃발을 꽂은 손학규 대표도 본격 대선레이스에 올라탔다.
현재 분당을 판세는 손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대선주자로서 손 대표의 무게와 이명박 정부의 계속되는 실정, 여권후보의 상대적 약체 등등이 어우러져 손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상황은 한치를 예측할 수 없는 데다가, 재보선은 부동층 선거라기 보다 조직선거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에서 성공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손 대표에게는 자신의 분당을 승리 선거말고도 '야권단일화'의 성공이라는 또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자신의 '통큰 양보'로 선택한 야권단일화 였기 때문에 김해와 순천에서는 무조건 단일후보가 이겨야 한다. 야권단일후보가 승리한다면 자신의 '통큰 정치의 승리'이며 패배시 생길 심각한 야권의 내홍과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민주당내에서 야권단일화 책임론을 묻게된다면 손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딜레마는 있다. 김해을에서 단일후보인 이봉수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적수인 '유시민의 부상'을 손 대표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주게 되는 격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통큰 양보'의 대명사 순천의 경우는 민노당 김선동 후보의 승리가 손 대표의 야권지지층 확대에 상당히 중요하다. 비야권성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손 대표가 민노당 지지층으로 자신의 기반을 확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민주당 기반인 호남의 '反(非) 손' 정서 확산을 차단할 수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시민 대표는 참여당으로서는 첫 국회의원을 냄으로서 자신의 대선 발판 마련을 성공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反유시민 정서'를 겪으면서 '버티기'로 따낸 야권단일화에서 만일 패배한다면 '유시민의 대선은 없다'고 할 정도로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다른 지역도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에서, 야권단일후보의 패배란 야권대선주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 대표는 단일화 경선 전부터 김해에서 살고 있다.

참여당이 이봉수 국회의원 당선을 필두로 유 대표의 호언장담처럼 내년 총선에서 20석의 원내의석을 확보하게 될 것인지는 그다음의 과제고, 야권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김해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대선주자 유시민으로서 한계는 명확하다. '호-불호' 세력이 너무나 선명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통칭 '유빠'라는 유시민 지지층의 열열한 애정이 있는 반면, 민주당이나 민노당에서의 '反유시민 정서'는 열열한 유빠 만큼이나 확고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지'가 되어야 할 사람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 유 대표의 최대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야권의 특히 민주당의 '반유시민' 정서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참여당이 김해을에서 성공할지라도 '유시민의 대선 길'은 열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난 6.2 지방선거가 이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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