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60대 이상 노년층 훑기 vs 손학규 30~40대 표심 집중 공략

4.27 재보궐 선거에서 여야 전·현직 대표들이 맞대결을 펼치게 될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지역은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를 가늠할 숙명의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분당을 보궐선거는 전국 4개 재보선 지역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치러진다. 더구나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으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어서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 지를 두고 여야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5일 오전 일찍부터 구미동을 끼고 있는 오리역 출구에서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정자1동 아파트 단지의 경로복지센터를 시작으로 주변 지역 상가와 60대 노인층이 주로 모이는 경로당을 주로 방문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이른 아침부터 구미동 무지개사거리 앞에서 출근인사 이후 서현역 AK프라자 앞으로 이동해 지난 시민들에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두 후보의 활동 반경에서 나타나듯 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선호도가 높은 60대 이상 노년층 표심 훑기에 치중한 반면, 손 대표는 평일 점심시간 20~40대 층이 몰리는 지하철 로데오 거리와 주변 상가를 돌며 젊은 층 공략에 집중했다.

◇지역민심, 정부 민생실정 반감 與 표심 이반 조짐

이번에 투표권을 행사할 분당을 선거구역은 분당동, 수내3동, 정자 1·2·3동, 금곡동, 구미동, 구미1동으로 세분화된다. 겉으로 보면 대체로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촌으로 중산층이 밀집돼 있다.

특히 주상복합아파트와 고급 빌라촌을 형성하고 있는 정자동 전체와 분당동은 전국 재보선 지역의 이슈로 부각된 전월세 대란과 고물가로 인한 정부 실정에 둔감한 측면이 있다.

정자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 거주하는 임경식(64) 씨는 “이쪽은 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나라당을 찍는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로 감면해주고 각종 부유세를 내려줬는데 굳이 민주당을 찍을 까닭이 있겠나”고 반문했다.

임 씨는 “내 주변 사람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전월세 문제도 집값이 오르면 반기는 사람들이다. 여기 주민들은 다들 아파트 한두 채는 세를 놓고 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떠도는 민생 이슈에는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채혜경(24) 씨는 “선거가 있다고 하는데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누가 나와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분당이 중산층이 산다고 해도 부촌 주상복합지역과 서민 아파트로 나뉘고 성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방식과 정서도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자동 일부 부유층에 속하는 고급 주상복합단지를 제외하고 전월세와 고물가에 민감한 중산층과 서민이 대부분 거주하는 아파트와 주택단지의 사정은 다르다. 특히 생계 자립도가 높은 30~40대 계층에서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분당동에 거주하는 주상만(36) 씨는 “직장이 서초구에 있다 보니 출퇴근을 하는데 기름값이 올라 2달째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며 “분당동에서 출퇴근하기 불편해 이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구미동의 한 아파트에서 사는 김유경(38) 씨는 “여기서 선거가 치러진다고 하는데 제발 전세값 좀 올리지 못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남편이 성남 중원구 5공단의 한 IT기업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가 3억 5천만원하는 아파트에 사는 그는 지난달에 계약이 끝난 뒤 3천만 원을 더 올려달라는 주인의 등살에 다른 아파트를 찾다가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씨는 “경남 창원에서 분당으로 이사 와서 산지 6년이 됐는데 집값은 물론이고 물가가 예전에 비해 5배 이상 차이가 나요. 도대체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말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라고 토로했다.

또 주택단지로 구성된 수내3동에서 미용실을 하는 최숙경(41) 씨는 “주인이 가게 세를 올리는 바람에 초등학생 컷트 머리도 1만원을 올렸는데도 적자”라며 “이대로는 더 이상 장사를 못할 것 같다. 그동안 매번 한나라당만 찍어줬는데 정부가 해준 게 뭔지 모르겠다. 오히려 잘 사는 사람만 호강하는 세상이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자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태근(46) 씨 역시 “건물주의 상가세 인상 요구도 그렇지만 물가가 올라서 여기선 도저히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주변 상가들 모두 울상”이라고 털어놓았다.

20여일 남아 있는 선거 초반부터 표면적으로는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분당을 지역민심이 팍팍해진 생활경제의 민감도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처럼 과거 10명 중 7~8명이 여당을 지지하던 때와 달리 지역 민심이 절반 가까이 흔들리는 데에는 전국적인 민생대란의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오는 27일 치러질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지역표심이 어떻게 표출될 지는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여야 거물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심리보다 정부 민생 실정의 반감에 따른 표심이 기존의 한나라당 강세 지역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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