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승리 시 ‘박근혜 대세론’ 흔들...朴 지지자 결집

4.27 재보궐선거가 내년 치러질 18대 대선 전초전이 되어가고 있다. 차기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을 보궐선거에 직접 뛰어들면서 차기 여권주자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선거전에 개입하면서부터다.

손 대표가 ‘경기도의 강남’으로 불릴 만큼 여당 강세지역인 분당을에서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멍에를 벗고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 입지를 굳혀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 측도 분주해진 것.

손 대표가 분당에서 승리함으로써 확고한 야권의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다면 ‘박근혜 대세론’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세론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손 대표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나라당 지지층 중에서 타 야권 후보보다는 손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데다 박 전 대표가 복지를 논하며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중도의 이미지가 확실한 손 대표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손 대표가 지지율이 상승할 경우 박 전 대표로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 내 기류가 커질 수 있는 위험성도 내재되어 있다.

“야권 주자 키워줘선 곤란...박 전 대표 지지자들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박 전 대표 지지자들 가운데 실제로 일부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더 이상 방관하면서 야권 주자들을 키워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 진영은 내심 3대0(강원지사, 분당을, 김해을) 완승을 통해 손 대표에게 확실한 타격을 줘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손 대표가 직접 나선 분당을은 말할 것도 없이 강원지사 재선거 승리를 통해 고토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명분으로 벌써 2번이나 강원도를 찾아 엄기영 예비후보를 간접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도 “만일 강원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질 경우 박 전 대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에 대해 최문순 강원지사 민주당 예비후보는 “대권 전초전으로서의 성격이 좀 더 분명해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친박측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기반인 영남권 지지를 바탕으로 세종시로 다져진 충청 민심에다 이번 선거 승리로 강원 표심도 가져온다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도권 지지세까지 끌어 모을 호기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강원 방문이 겉으로는 엄기영 후보 선거지원이 되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한 강원표심 잡기가 아니겠냐”며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가 나서 강원을 승리한다면 차기 대선 상대가 될 지도 모르는 손학규 대표에게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를 선거전에 끌어들이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27 재보선을 차기 대선주자들의 대권활동 전초전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이 대선 전초전으로 끌고 가기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결집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원 사무총장은 이어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도 정부에 거리감을 두고 있었지만 2012년 대선주자들의 운명과 직결된 만큼 적극적인 결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서 승리할 경우 대권주자로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며 "당 지도부도 이런 점을 근거로 박 전 대표에게 재보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듯 비록 이번 재보궐 선거가 도지사 1명과 국회의원 3명을 뽑는 미니 선거지만, 손학규 대 박근혜 구도가 잡히면서 내년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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