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서 “지도부 공격받으면 핵타격 자동 단행”
외교부 “핵 개발은 한미동맹 억제력 강화시켜 북한 안보 저해 자초”
국민의힘 “북한, 여전히 국제정세 오판…핵은 협상수단 될 수 없어”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며 비핵화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9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지도부가 공격받을 경우 핵 타격을 가하며, 김 위원장만이 핵무기 사용 명령 권한을 갖도록 지휘·통제 권한을 일원화하겠다는 내용의 법령을 지난 7~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제7차 당대회 때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입장을 바꿔 앞으로는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9일 공개된 법령은 어떤 경우에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명시했다.
법령은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를 향한 공격이 이뤄질 경우 핵으로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작전계획을 세웠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핵무기 사용 조건의 5가지 경우를 법령에 적시했다. 핵이나 기타 대량살상무기(WMD)에 의한 대북 공격이나 지도부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또는 비핵 공격, 주요 전략 대상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 등이다.
북한은 특히 이 조항들에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실제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단지 북한 스스로 곧 이뤄지리라 판단하기만 해도 핵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남한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저지하고자 구축 중인 ‘3축 체계’에 대응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3축 체계는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의미한다.
북한은 또 전쟁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된 경우, 기타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도 사용 조건에 포함했다. 모두 ‘북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핵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비핵화 흔들림 없이 추진…'담대한 구상' 조속히 응하라”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법제화 방침을 두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기존 입장을 확고히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총체적인 접근을 흔들림 없이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한미 동맹의 억제력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북한 스스로의 안보를 저해하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북한이 핵 사용 위협을 중단하고 우리 측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조속히 호응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당 “한국‧국제사회에 대한 협박…무력도발 단호히 대응할 것”
국민의힘은 "절대 핵 포기는 없다는,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핵 보유 의사를 넘은 핵무력 법제화는 그동안의 도발과는 또 다른 양상이고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에 직결되는 위협이기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여전히 국제정세를 오판한 채 고립을 자초하고 스스로 제재를 초래하고 있다"며 "핵 위협은 오직 김정은 정권의 안위만을 지키겠다는 국제사회를 향한 공허한 외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은 늘 열어두지만, 무력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핵 위협은 더는 협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라는 진정한 평화의 길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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