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예년과 비교해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 모인 건 아니었다”
“경찰병력 부족으로 발생한 사고였는지 원인 발표 나와봐야”
국민의힘 “중요성 인식 못해 사전 대책 마련에 소홀”
대통령실 “현재 경찰 권한‧제도로 대응 어렵다는 취지”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두고 여야에서 모두 맹비난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장관이 사전 대비책 마련에 미흡했다며 질타가 나온 반면, 대통령실에서는 법적‧제도적 한계를 언급한 것이라며 이 장관을 두둔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차려진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전날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만큼 경찰·소방을 적절하게 배치했느냐는 물음에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파악하기로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연 경찰의 병력 부족으로 발생한 사고였는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집회나 모임에 시정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더 깊게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됐다.
이 장관은 이 같은 전날 발언을 해명하며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도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발표)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이 장관은 이날 오후 행안부 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 이상민에 “사전에 대책 세웠어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이상민 장관에 대해 설득력 있는 표현은 아니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 설명에 의하면 그 당시에 서울시청 인근이나 광화문 인근 이런 데 집회시위가 많았다. 거기에 인력을 배치하다 보니 (이태원에) 그렇게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사람이 10만 모인다, 이런 식의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대책을 세웠어야 된다. 굉장히 소홀했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너무 슬프고 참담한 심정인데 해당 장관의 발언 한마디가 이런 논란을 빚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장관이 어떤 입장에서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듣기에는 설득력이 있는 표현은 아니다.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무겁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위기관리 능력이나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그런 부분을 상당히 많이 놓친 것 같다"며 "원인 규명을 해봐야 하겠지만 일방통행을 왜 양방향으로 통행 허락을 했는지까지 포함해서 철저하게 원인 규명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디차게 돌아온 자식을 끌어안고 고통에 울부짖는 엄마 아빠를 보며 눈물이 나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생각해봤다. 왜 내 자식이 거기에서 죽어야 했는지”라며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라며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며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적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변명하다가 국민들 화 북돋워…수습에 최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정부 당국 역시 이 점에 집중해 '나는 책임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상민 장관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주면 고맙겠다"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도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다하는 공당"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한 책임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황당한 수준”이라며 “참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감내하겠다는 의지인지, 내용의 진위를 알기 상당히 어려운 정도”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TBS 라디오에서 “잘 모르면 입을 닫고 있어야지 왜 자꾸 이렇게 변명하다가 국민들 화를 북돋우시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이야기를 던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주최측 요청 있기 전 선제적으로 나서는 데 한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발언은 지금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다”면서 “(행사)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적·제도적 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앞으로 보완해나갈 것이고 이 장관도 그런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이 장관의 사과를 권고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부는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매진해야 하고 모든 관계부처, 모든 공직자들이 그에 맞춰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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