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국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부딪히는 상황, 대통령 일하게 해줘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양당 지지율 역전”
차재원 “대선연장전 성격의 정체성 대결 국면, 대립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여권 태도 읽힌다”
황태순 “예산 국회 성과는 의원들의 차기 총선 결과에 직결...파행보다는 타협의 길로 갈 것”
김능구 “약자와의 동행 약속했던 윤 대통령, 초심으로 돌아가 이태원 참사 문제 전면에 직접 나서야”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여·야간 강경대치 속에 2022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복귀 이후 지지율의 상승세를 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3대 개혁과제의 기치를 내걸고 정국 주도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반면 예산안과 10.29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에 다가서고자 하는 거대 야당의 전선은 사법리스크 프레임 속에 다소 흐트러진 모습이다.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12월 21일 “연말 정국 지배하는 강경 대치, 2023년 새해 민심의 향방은?”이란 주제로 올해 마지막 정국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그리고 황장수 소장을 대신해 황태순 정치평론가가 함께 했다.

 

 

김능구 :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일을 넘긴 지 20일이 지났다. 언론 지상에 나오는 것은 내년 예산 639조 중에 5억원 갖고 여야가 힘겨루기 하고 있다고 한다.

차재원 : 원래 헌법이 12월 2일까지 통과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못 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에는 법정 시한 내에 여·야가 합의를 못 할 경우, 정부가 권한을 갖고 가부 투표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서 12월 9일 정기국회 안에는 처리하자고 합의를 했다. 사실 2014년 이후에도 12월 2일이 지켜진 경우가 두 번 정도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12월 9일까지 다 처리가 됐었는데, 올해는 그 정기국회 시한도 넘겨버린 거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에는 기억하시겠지만 주로 12월 31일 날 자정께, 날치기 통과를 하든 어떤 식으로 합의 처리가 되든 했던 것이 통상이었다. 지금 여야가 시간에 쫓긴다고 하지만 내심 옛날처럼 12월 31일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렇게 여야가 예산 문제를 갖고 치열하게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대선 연장전이다. 사실 지난 대선이 0.73%p 차이니까 윤석열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기지는 못했다. 반면 예산 심의권은 국회가 갖고 있는데 사실상 민주당이 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쪽도 승복을 할 수 없는 거다. 국민의힘은 ‘우리가 정권을 차지 했으니까 윤석열표 예산은 무조건 들어가야 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심의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은 ‘아무리 그래도 이재명표 예산도 필요해’라고 가다 보니까 대선 연장전이 되는 거다.

또 하나는 양당이 예산에 일종의 정체성을 반영하려는 기세 싸움이 아주 강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감세 문제 같은 경우, 국민의힘은 대기업들에 대한 감세를 통해 일종의 낙수 효과로 경기를 부양해서 그 온기가 전체에 퍼지고 나중에 세수 증대까지 간다는 논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것은 옛날 이명박 정부의 747 논리나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 논리하고 똑같은 초부자 감세, 있는 사람들과 재벌들한테 막대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거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대로 639조 419억 예산 중 5억 1,600만 원이 걸려 있는 행안부 경찰국, 그리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안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붙고 있다. 왜냐하면 민주당 같은 경우 경찰국이나 인사정보관리단이 정부가 모법을 위배한 시행령 가지고 일종의 불법, 탈법 조직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에 반해 국민의힘은 이 예산을 못 갖고 오게 되면 자신들이 탈법 조직을 만든 형국이 되니까 5억에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거다. 결국 정체성의 싸움이다.

거기다 또 하나, 역대 예산심의 과정에서 보면 기재부 장관을 중심으로 해서 대통령 뜻을 관철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예산 부수 법안에 해당되는 감세와 관련된 부분에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그러다 보니 여당 원내대표가 정치적인 자율성을 많이 잃고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지난 번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현행 24%인 법인세를 한 1~2%만 낮춰줘도 합의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1% 감세하는 국회의장 중재안을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니까 ‘언발에 오줌 누기’라고 말을 바꿔 버렸다. 최소한 2% 이상을 갖고 와야 된다는 용산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는 거 아니냐는 거다.

폴리뉴스 12월 좌담회가 있고 3일 뒤인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2022.12.24<br>
 
▲ 폴리뉴스 12월 좌담회가 있고 3일 뒤인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2022.12.24
 

김능구 : 제가 기억하기에 황태순 평론가께서 옛날 여소야대 시절에 아주 힘센 의원의 보좌관을 했었다. 이런 국회를 경험했을 건데, 현재 규모의 차이는 타협 못할 수준은 아니지 않나?

황태순 : 결국은 타협될 거다. 정기국회 100일은 예산 국회라고 한다. 흔히 국회의원들 1년 장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정기국회의 핵 중의 핵은 예결위의 예산, 그것도 결산보다 내년도 예산이다. 아실텐데 예산 말미에 가면 의원들의 쪽지가 어마어마하게 쌓인다. 국가 운영의 주체는 대통령과 행정부인데, 2022년은 문재인 정부에서 짜놓은 예산 틀을 가지고 1년 나라 살림을 했다. 정식으로 2023년부터 윤석열표 예산으로 살림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야당도 내년에 예산을 얼마만큼 따오느냐가 2024년 총선에서 자기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된다. 미안한 얘기지만 국회의원들 머릿속에는 재선 밖에 없고, 딴 것 필요 없는 거다. 동네마다 플렌카드 걸리는 것, 이번에 무슨 예산 10억 따왔다는 식이다. 제가 사는 곳이 도봉구인데 도봉천 복개 십 몇억, 또 조금 내려가면 우이천 복개 12억, 도로 포장 몇 억 이런 식인데, 의정보고서의 핵이 예산이다.

김능구 : 최고의 성과기준이고 지방 같은 경우는 몇 백억씩 된다.

황태순 : 원래대로 하면 정부 원안을 갖고 가부 표결해야 되는데, 이번에는 야당이 자기들 수정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야당의 수정안으로 가면 예산을 증액하지 못한다. 정부의 안을 깎을 수는 있는데 정부 안에서 올릴 수는 없고, 올리려면 반드시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5억 1,600만원 깎아서 통과시킨다고 칠 때, 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다 죽는 거다. 쪽지를 하나도 넣지 못했으니까.

저는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는 민주당 수정안 대로 되기를 원한다. 삼십 몇 년 국회 경험상 유일하게 쪽지가 없는 2023년도 예산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걸 의원들이 바랄까? 그래서 늘어진다면 전격적으로 12월 31일, 그것도 차수변경해서 1월 1일날 새벽쯤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협조를 못 얻는 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유일한 것이 이번 예산 국회를 통해서 내가 얼마라도 예산 따 왔다고 하는 거다. 1년 내내 지역 구민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2024년 재선을 할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한다는 건 앙천대소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2<br>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2
 

김능구 : 홍 소장님, 이런 예산안 파동으로 인한 민심은 어떨까?

홍형식 : 저는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본 정서라는 게 있다. 우리 정치 체제는 대통령 중심제이고, 국가는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책임지고 끌어간다는 것이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 국회의 역할은 그것을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시하는 기능이다. 5억 갖고서 국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부딪히는 상황인데, 국민들은 대통령한테 국정을 맡겼으면 그 정도는 대통령이 하도록 해줘야지, 이런 게 깔려 있다.

두 번째 항상 대통령의 의견이 우선되는 건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대통령은 불과 6, 7개월 전에 뽑힌 것이고, 국회의원은 3년 가까이 전에 뽑힌 거라면 최근의 민심은 대통령 쪽에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이정도 차이면 국민들은 이미 근접한 합의로 보는데, 이런 상황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고 국정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에 대한 싸움으로 본다는 거고, 그러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의견을 우선 고려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 거다.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시간 끌면 끌수록 야당이 불리해진다.

김능구 : 여론조사에서 발표한 건 없나?

홍형식 : 이 달 17~19일 쿠키와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보면, 정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바뀐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가 한달 전 5~7일에 조사했을 때는 더불어민주당이 33.9%, 국민의힘이 31.8%, 민주당이 2.1%p 더 높았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27.0%로 지난달에 비해 6.9%p 빠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38.4%로 6.6%p가 올라갔다. 정기 국회가 민심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추적하기는 쉽지 않은데, 제가 말씀드린 정서가 이렇게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할 수는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한 <한길리서치>는 12월 정례(17~19일) 조사결과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긍정평가는 41.8% 부정평가는 56.1%로 집계됐다. 정당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 38.4%, 더불어민주당 27.0%,로 나타났다. <br>
 
▲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한 <한길리서치>는 12월 정례(17~19일) 조사결과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긍정평가는 41.8% 부정평가는 56.1%로 집계됐다. 정당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 38.4%, 더불어민주당 27.0%,로 나타났다. 
 

차재원 : 예산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결국은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말씀인데, 저도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부분을 현 집권세력이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거다.

사실 예산을 통과시켜 내년을 준비해야 되는 것은 정부 여당이다. 그러면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건데, 이번에 보면 여·야가 약간 뒤바뀌어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좋아, 수정안을 내보려면 한번 내봐’ 식이다. 수정안은 소위 쪽지 반영 안 되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위헌의 측면도 있다. 예산의 편성권은 정부에게만 주도록 돼 있다.

또 하나 여당의 입장에서는 ‘야가 이렇게 독선, 독주한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12월 31일까지 가도 돼, 필요하다면 준예산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깔려 있는 것 아닐까 우려하는 거다. 그건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만약 타협 없이 내년으로 넘어가서 진짜 준예산이 편성되면, 지난 해의 사업을 그대로 하는 거지만 사실상 공무원 월급 주는 것 빼고는 거의 정부가 폐쇄된다고 봐도 된다. 미국 의회가 대통령하고 싸워서 셧다운, 록다운 들어간 거나 똑같은 거다.

특히 우리는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엄청난 혼란이 생길텐데, 더 결정적인 문제는 우리 신인도를 평가하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가버넌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라는 거다. 예산 하나 처리 못한다는 건 국가 신용도에 상당한 타격이 생길 수 있다. 만약 국가신용에 타격이 올 경우 이건 집권 세력한테 엄청나게 큰 정치적인 반작용으로 올 수 있다. 야당에 대한 정치적 프레임도 좋지만, 분명하게 12월 31일까지는 무조건 통과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어야 된다고 말씀드린다.

김능구 : 정확한 지적이신데, 현재 국정운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문제가 저는 더 크게 우려된다. 정말 포퓰리즘(Populism)에 의한 정치 전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예산안이라는 게, 집권한 세력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실행 프로그램을 국민들한테 제시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간 갑론을박, 협의와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실행하는 거다. 그런데 금방 이야기처럼 또 다른 제2 대선, 제2의 진영 대결로서 바라보고 있다면, 국민들한테는 엄청난 불행이란 거다.

그 상징이 되는 사례 두 개를 봤다. 하나는, 어제 뉴스를 다 보셨을 텐데, 프락치 논쟁이 있는 사람을 치안정감, 경찰청장 바로 밑에 2인자급에 임명했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한 사람을 6개월 만에 다시 승진시킨 건데, 이것은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내 뜻이다, 메시지다’라고 이야기한 거다. 또한 야당이 저렇게 난리니까 경찰국에 예비비를 일단 활용하자, 운영에는 지장없지 않겠나 하는 것에 대해, ‘NO, 원칙의 문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원칙의 문제라면, 절충과 협의를 거쳐 정부 조직법 개정으로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이 맞지, 시행령으로 하는 게 맞을까. 시행령 때문에 망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당시 시행령 때문에 유승민 전 의원하고 붙었던 건데, 저는 시행령 좋아하다가는 큰코 다친다고 얘기하고 싶다. 대통령의 그런 대응, 혹자들이 말하듯이 정말 무섭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초부자 감세라고 이야기하는 법인세 문제다. 차 교수가 앞서 말했듯이 주호영 대표가 기자들한테 이야기했던 것을 생각하면 국회의장의 1% 안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건 원칙의 문제다’, 그리고 이른바 낙수 효과로 대기업만 아니라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들한테도 영향이 있는 거라고 주장한다. 낙수 효과는, IMF 세계은행 등에 의해서 이미 효과에 대한 논의가 끝난 지 오래된 논리다. 제가 주호영 원내대표도 잘 알지만, 그분이 진짜로 그런 생각을 해서 그처럼 반응한 건 아니라고 본다.

저는 이 두 가지를 보면서, 윤석열과 이재명, 국힘과 민주당을 떠나서, 우리 국민이 여전히 대통령을 걱정해야 되고 국회를 걱정해야 되는 시기가 계속 가고 있구나라는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황태순 : 시행령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망했다고 하는데,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거다. 야당인 민주당과 짝짝꿍이 돼서 국회법을 개정했는데 시행령을 무력화시키고 국회가 통제하려고 그랬던 거다. 거기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그 자리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 얘기했던 거다.

그다음에 김순호는 성대 나와서 프락치 의혹에 말렸던 사람인데, 치안감으로 오른 지 몇 달 만에 치안정감으로 올린 것이 좀 이례적이긴 하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다 보면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인데 정치적으로 함께 갈 사람은 좀 메리트를 주는 거다. 이거 갖고 나라가 망했다고 할 일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예비비 문제도 제가 알기에는 만약 민주당 수정안대로 가면 예비비 집행을 못하게 돼있다. 다만 준예산으로 가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을 경우 국가 신뢰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준예산을 하더라도 두 달 내에 다시 추경 짜면 되는 거다.

5억1,600만 원은 딱 한 가지 의미다. 한동훈 법무부에 인사검증관리단 두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이상민 행안부에 경찰국 두지 못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모든 것을 법으로 따지면 하다못해 군대에서 사단 하나 대대 하나 못 움직인다. 시행령과 규칙이 있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살림하겠다. 그러나 과도하게 짰다면 잘라주십시오’ 하는 건데 ‘아니야, 우리가 알아서 자를 테니까 너희들은 이거 갖고 살아’라고 몽니 부리는 야당이다. 차 교수가 걱정하셨던 국가 신인도에 약간 흠결이 가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밀어붙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능구 : 팩트체크 하시듯 이야기했는데, 여러분들이 실제로 팩트체크해 보시기 바란다. 이태원 참사 국조에 대해 한 말씀씩만 하고 넘어가겠다.

차재원 : 상당히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늘부터 여·야 합의하에 국조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그나마 국정조사 자체가 여·야 합의로 된다는 측면에서 참사의 진상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까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된다. 그런데 과거 국정조사를 보면 여·야가 합의한다 해도 마지막에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이 주로 여권에 대한 조사가 되다 보니까 여야가 결국은 충돌해서, 순조롭게 출발하더라도 중간 과정 자체가 파행으로 이어지거나, 설사 끝까지 간다 하더라도 서로 합의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진짜 사건에만 집중해서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형식 : 여론 측면에서 두 가지로 말씀드리면, 분명하게 불행한 참사이기는 한데 지난 세월호 참사와 이번 이태원 참사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게 분명하다. 두 번째 서로 국민이 우리 편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렇게 보시면 된다. 이태원 참사에 국정조사 해야 되느냐 그러면 다 찬성한다. 그런데 이상민 해임 문제와 관련해서, 먼저 해임하라는 것과 국정조사 끝내고 그 결과를 갖고 해임하는 것, 어느 것이 맞냐고 물어 보면 의견이 갈린다. 그래서 국정조사를 한다는 대원칙에 접근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세부 문제에 들어가서 부대끼기 시작하면 계속 대립되는 구도로 갈 것 같다고 보인다. 이태원 참사는 여론으로 정리되기 어려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될 사안이다.

황태순 : 정치권에서 해결이 될까 싶다. 이미 이태원 시민대책위원회에 188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반면에 국힘의 김상훈 의원은 ‘참사 영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말 아프고 비통함에 젖어 있는 유가족들에게 이런 저런 꾼들이 달라붙어 있고, 그런 흐름 속에서 45일 국조 중에 25일 까먹었다. 1차 연장 가능하니까 어떻게든 연장할 거다.

그래서 제가 봤을 때, 당위론적으로는 국정조사를 통해서 한번 거르고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처벌할 사람 처벌하고 책임 있는 사람 책임 규명하고 해야 되는데, 그것보다는 새로운 정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무슨 대책위원회 만들고 하는데 제가 잘 아는 박성운(전국민행동 공동대표)씨라고 그분이 중심에 선 걸 보니까, 이거 굉장히 오래 가겠구나란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김능구 : 참고로 박성운씨는 이런 시민대책 시민운동을 평생 해온 사람이라서 이와 같은 일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분이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다르다고 이야기하셨는데, 2014년 4월 다들 TV를 통해서 봤다. 배가 가라앉고 애들이 거기에서 못 빠져나오고 하는 걸, 21세기에 우리는 쳐다보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그 이후로 또 세월이 흘러,국가의 정보화 수준이 최강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근처인 이태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제가 볼 때는, 현 정부 관계자들도 ‘그 시간에 국가는 없었다’는 부분에 모두 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이게 제도적으로 정립되어야 될뿐더러, 공직자 사회에서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될 일이다.

그걸 위해 국회 국정조사는 해야겠지만, 그 이전에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처음에 출마할 때 인상 깊었던 게, 국민 통합 차원에서 호남과 끌어안고 그다음에 여성 문제를 해결하고 약자와 동행하겠다고 이야기했던 거다. 본래 약자와 동행하고 약자의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것이 보수라고 저는 배웠다. 아까 이야기한 대로 윤석열 후보가 당시에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보수의 대안으로 키워지지도 않았는데, 그런 분이 이런 메시지를 내놓는 걸 보고 저는, 오히려 이전의 낡은 정치인들보다는 정말 새롭게 보수를 재건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출발을 시작했구나 생각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당한 사람들, 모두 약자들이다. 거기에 대통령이 매일 조문을 가고 했던 건 좋다. 그런데 상식적인 일이지만, 군사독재 시절 대통령도 국가적 참사가 있었을 때 책임자 문책은 국민 정서를 감안해서 즉각적으로 했다. 대통령이 자기 사람들을 고집하고 뭐 하고 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 그리고 아무 문제가 없었더라도 주무 부처 이상민 장관은 무조건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 용의를 밝히고 ‘수습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야 되는데, 처음부터 ‘경찰 병력이 그렇게 문제가 됐나’는 식의 발언을 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거다.

급기야는 어제 국힘의 비대위에서 비상대책위원이 ‘참사 영업’이란 표현을 썼다.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의들이 있었기 때문에, 비대위원들이 그래도 의견 조율을 했지 않았을까 싶다. 참사 영업이라는 말, 자식 팔아 장사한다는 창원시의원의 얘기로 난리가 났는데, 비상대책위원은 현재 당의 지도부인데도 그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전반적인 상황이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야 정파를 떠나서 국민들이 느끼기에, 대통령이 신경 쓰는 것처럼 매일같이 찾아가고 했는데 왜 49제 할 때는 그 자리에 없었나. 여당에서 이런저런 발언이 나오는 걸 봤을 때, 이 참사를 진정으로 국민의 아픔으로 여기지 않는구나 싶은 거다. 약자와의 동행이 우선이 아닌 거다.

저는 대통령의 비전과 소신 다 좋지만, 대통령이 일찍이 검찰총장 던지고 나왔을 때 이야기한 대로 약자와의 동행을 통해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러 나왔다는 입장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 남은 국정조사라든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에 그러한 대통령의 자세가 실려야 한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행안부 장관을 관리 감독하고 임명하는 것도 대통령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이 문제의 전면으로 나서서, 여당과 함께 본인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한편으로 이 기회에 야당과 협치를 하고, 시민단체를 끌어안고 유가족들을 달래고 나가길 바란다.

한길리서치 이번 조사는 지난 17일~19일 사흘 동안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89.3%) 자동응답(ARS)방식과 유선전화(10.7%) 면접방식을 병행해 진행했다.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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