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역사적 성찰고대 아테네에서 피어난 민주주의는 어원상 민중의 지배를 뜻한다. 지배계급이 아닌 민중이 마침내 통치의 주권을 갖게 되었으니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 의해 다스려지는 통치 체제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헌법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였고, 곧바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였다.여기서 드는 의문은 ‘민주’ 뒤에 붙은 ‘공화국(republic)’ 개념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아마도 군주를 두지 않겠다는 협소한
1. 정부의 의료정책 수술과 의료계의 반발마침내 정부가 의료정책의 수술에 나섰다. 지난 2월6일 정부는 의료현장의 곤경과 향후 수요 예측을 통해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려 5년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의 즉각적 반발이 있었고,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선도적으로 파업(형식상 사직)의 형태로 증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집단행동을 결행하고 있다. 의대생들 역시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최근 응급실 뺑뺑이 등 환자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의사 증원에 압도적 찬성이다. 물론 의료계 일각서 제기하는 일부 정책 사안은 지
이른바 사법농단의 주역으로 여겨져 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왔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지 근 5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혐의 가운데 핵심인 강제징용 재판개입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이익을 도모코자 청와대와 거래를 한 것으로 재단되면서 온 국민의 이목을 끈 사안이었다. 그것 이외에도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지시를 포함한 47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 선고가 이루어졌다. 당시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전 대법관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물론 관련된 다른 사안과 더불어 최종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법조계와 법
1.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과 지역균형발전의 허실추석을 목전에 둔 9월 말 내년도 총선 출마를 계획한 국민의 힘 당협위원장이 “김포시→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10월 말 국민의 힘 김기현 당대표는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11월 8일 모임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의 “장점으로는 재산 가치가 증식되는 것”이라고 대놓고 발언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유독 땅을 투자(투기?) 대상으로 보아 뉴타운 등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을 대거
1. 미국 하원의장 해임 사태와 고장 난 민주주의지난 10월3일 미국 의회 234년의 역사상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매카시 하원의장이 처음으로 해임되었는데, 후임 선출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의장이 해임된 연유는 같은 당내 극우 강경파가 사태를 주도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소속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의 하원 의석 비율은 212 대 221이다. 이런 여소야대가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정치적 타협과 양보라는 협치를 통해 국정은 원만하게 운영되어 왔다. 다만 문제가 크
1. 대법원의 한의사 뇌파계 판결 논란지난 8월18일 대법원은 한의사가 과학기술 의료기구인 뇌파계를 사용했다고 해서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2010년 한의사 A씨가 파킨슨병 및 치매 같은 질병에 대해 뇌파계로 진단하고 그에 맞춰 치료에 임한다는 광고를 하였고, 그 행위에 대한 고발로 인해 보건복지부가 2012년에 한의사면허 자격정치 처분을 내렸으며, 이에 불복하여 A씨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촉발된 사안이 비로소 10여년 만에 최종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다.대법원은 7년간 심리를 거쳐 “
1. 교사를 낙담케 하는 무너지는 교육 현장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교의 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였는데,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것임이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일선 교사를 탄식과 낙담, 절망에 빠뜨리는 최근의 학교교육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작년 7월에는 부산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금년 6월에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수업 도중 여교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일선 현장 곳곳에서는 교사의 훈육에 대해 학생
1. 윤 대통령의 사교육 언급 논란지난 6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을 넘어서는 분야 문제는 수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교육당국과 사교육 사업이 자칫 카르텔로 엮이는 현실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의 킬러문항 출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구체적 사례까지 거론하였다.윤 정부가 국정 개혁과제에 교육 분야를 핵심으로 선정한 만큼 대통령의 언급에 절대적 무게가 실리는 현실에서 관련 책임자는 문책까지 받았다. 곧이어 야당의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교육현장은 아
1.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오염수 방류 공방원전은 원자로에서 우라늄(또는 플루토늄)을 태워 핵분열을 시켜 전기 에너지를 얻는 시설이다. 이때 핵분열의 연쇄 반응을 제어봉과 냉각수로 통제하는데, 정전이 되면 제어 조치가 불가능해서 과열에 따른 폭발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바로 2011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4기가 인근 바다의 지진해일로 침수되어 정전에 따른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당시 도쿄전력은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민물 대신 바닷물을 사용하여 냉각시키는 조치를 취하였고, 아직도 냉각수를 사용하는 지경이다.문제는 수소폭발로 원자로와
1. 양곡관리법 논쟁과 농정철학의 부재오늘날 우리 사회의 최대 해악은 적대적 진영정치에서 나오고 있고, 그에 따른 국민적 편 가름과 그 병폐가 골수에까지 이르렀는데, 국민 삶의 기반인 농정에까지 미치고 있음이 단적인 사례이다.야당은 개정안이 농민을 위한 것임을 극구 강조하였고, 윤 대통령 역시 이번 개정안이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하면서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임을 밝히면서 거부권을
1. 집단자살 길로 들어선 한국 사회, 치유의 핵심은 여성 지위2017년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당시 우리의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지속적 하락 추세임을 확인하면서 한국을 ‘집단자살 사회’로 언급하였다. 과장된 말로써나마 위기의 경종을 친 것일 터인데, 우리로서는 역대 정부가 지난 15년간 280조원의 돈을 퍼붓는 정책을 펼쳤음에도 별무효과였던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그 후 5년이 지난 2022년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더욱 참담한 수준으로 내려앉았
1. 은행의 돈 잔치와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전 세계는 지난 3년 코로나19로 악전고투를 하였다. 작년 2월 이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쳐 물가 폭등과 금리 인상 등으로 더욱 어려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어느 한쪽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18조 이상의 순익을 남기며 성과급으로 1조4천억 원에 이르는 돈을 풀어 성대한 잔치를 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민심 동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것
1. AI의 창작 권리 요청하는 과학계 일각2016년 AI(인공지능)의 알파고가 세계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압도하며 이긴 사건은 당시 전 세계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었다. 이후 AI의 학습은 깊어졌고, 활용의 기세가 가팔라서 몹시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금융과 법률, 의료 등 탁월한 지적 소유자의 담당 영역을 계속 잠식할 정도이니 다른 분야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최근 인간 창의성의 영역에도 파고들어 실생활과 음악, 예술 분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권리와 관련된 법률적 사안이 야기될 것이고, 향후 인
1. 대구시가 촉발시킨 대형마트 의무휴업 파장2022년 12월 대구광역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날짜를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옮긴다는 발표를 하였다. 발표는 대구시 주도로 지역상인연합회와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이해 관계자의 참여 속에 협약식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졌는데,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역 상권과 경제 활성화에 큰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인 시민들의 편익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런데 발표 현장인 시청사 강당에 대형마트 관련 노조원 20여 명이 진입하여
1. 우리나라 정부와 언론의 자유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해왔던 출근길의 약식 기자회견을 6개월 만에 중단하였다. 사유는 11월 18일 도어스테핑 때 MBC 기자와 빚어진 불미스러운 사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의 실제 원인은 지난 9월 대통령의 UN총회 참석에 따른 미국 순방 당시 MBC가 비속어 논란 사태를 촉발시켰고, 대통령실은 이를 악의적이라고 판단하였으며, 조치의 일환으로 11월 G20 정상회의 동남아 순방 길에 오르면서 MBC 기자의 경우 대통령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데서 찾을 수 있다.윤대통령은 2022년
1. 고대 로마의 공화주의공화주의(republicanism)는 고대 로마에서 공화정이 탄생한 데서 기인한다. 전설에 따르면 고대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이탈리아의 테베레 강 인근 언덕에 둥지를 튼 작은 규모의 도시국가로 출현한다. 지배계급의 지원 속에 왕들이 통치를 이어갔고, 연이은 이행 과정에서 거만한 타르퀴니우스가 왕위를 찬탈하여 공포정치를 자행하는데, 그 아들이 정숙한 귀족의 부인 루크레티아를 능욕함으로써 로마인들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일대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군사령관 위치의 루키우스 브루투스가 귀족들의 협력과 시민의 성원
기후위기의 실상과 지구촌 사회21세기 지구촌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는 위기로 치닫고 있기에 흔히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 불린다. 금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물폭탄이라 일컫는 폭포비를 최악으로 경험하였다. 연간 평균 강수량이 1306㎜인데, 기상청 관측 115년 만에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는 시간당 141.5㎜가 내린 것으로 관측되었다. 태풍의 위력도 더욱 강해져서 2002년 8월에 루사는 강릉에 870.5㎜를 뿌림으로써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상의 피해를 초래했다.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여
소크라테스 방법과 정치적 의미2020년 가을 한가위 무렵이 무척 흥미로웠다. 당시 KBS특집 방송에 출현한 가수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이 대중에 회자되면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속성이 있지만, 특별하게는 일부 가사가 정치사회적 상상과 공감을 자아낸 데도 그 이유가 있었다고 여겨진다.대학 시절 소크라테스를 접하여 놀라운 충격을 받았던 필자로서는 처음에 “테스형”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몰랐는데, 회자되던 노래를 듣고 나서야 소크라테스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아! 테스형, 세상이 왜
낙태권의 기존 판례 뒤집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미국 연방대법원은 얼마 전인 6월 24일 낙태와 관련해서 1973년의 판례를 뒤집어 낙태가 헌법적 권리는 아니라는 판결을 내놓음으로써 폭발적 이슈에 불을 붙이는 사태를 낳았다. 이로써 낙태권 옹호자들이 대법원 청사와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연일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에 뒤질세라 낙태권 비판론자들도 적극적으로 맞대응하였다. 향후 관련 사안이나 정치적 계절이 돌아오면 양 집단은 빈번하게 충돌을 빚음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첨예화할 것으로 예측된다.이 사태가 남의 일로만 치부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