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남구 오륙도 인근 방파제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2022.9.5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남구 오륙도 인근 방파제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2022.9.5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5일 우리나라로 빠르게 북상하면서 제주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벌써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국이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힌남노가 매우 강한 위력을 유지한 채 6일 오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막대한 재난 사태가 우려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제주시 서귀포 남서쪽 270㎞ 해상에서 시속 33㎞ 속도로 북상 중이다. 중심기압이 93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시속 176㎞(초속 49m)다.

제주도와 제주도 해상, 서해남부해상, 남해상, 전남권, 경남 서부해안에 태풍특보가, 수도권, 강원북부, 충남북부에 호우특보, 경남권 해안과 충남서해안에 강풍특보가 각각 발효된 상태다. 순간 최대 풍속(초속)은 제주 삼각봉 34.5m, 강원 양양 설악산 32.1m, 광주 무등산 25.3m, 충남 태안 옹도 24.2m, 서울 중구 18.8m 등을 기록했다.

제주 윗세오름에는 오후 들어 1시간에 62.5㎜ 많은 비가 쏟아지는 등 제주를 시작으로 태풍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제주도는 오전 6시를 기해 비상 최고단계 대응 태세에 돌입했고,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제주 육상 전역과 해상에 태풍경보가 내려졌다.

제주에서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전인 지난 4일 강풍과 호우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전날 오전 11시 28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도로 하수구가 막혀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또 대정읍 상모리와 무릉리 도로에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차량이 침수되며 모두 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으며,대정읍 동일리와 영락리의 주택이 물에 잠겨 모두 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목장에 고립된 소가 구조되기도 했으며, 제주시 한경면의 한 주택 담벼락이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현재 전국 공항에서 361편이 무더기로 결항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 공항에서 당일 출발 예정이던 220편 가운데 48편이 결항했다. 주요 공항별로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제주국제공항의 결항편수가 17편으로 가장 많고, 김포국제공항이 13편이다.

전날 이미 결항이 확정된 사전결항 313편을 포함하면 이날 하루 총 361편이 이륙하지 못한 셈이다. 주요 공항별 사전 결항편수는 제주 118편, 김포 104편, 김해 39편 등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아직 결항이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 바닷길은 11개 항로 여객선 17척의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부산항은 5일 0시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관공선 부두 등으로 선박 피항을 마쳤고, 여객선 운항도 멈췄다. 부산항만공사는 1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 여객선은 52개 항로에서 83척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주요 시설물은 봉쇄되거나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낙동강 범람 우려에 맥도·삼락·대저생태공원 진입로를 이날 오후 3시부터 봉쇄했다. 부산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주변은 빌딩풍과 월파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 상가들은 며칠 전부터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으며 월파에 대비하고 있으며 청사포 상가들은 양식장 기둥을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큰 돌로 상가 입구를 막아놓은 상태다. 부산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 지역에 있는 주민과 업주를 대상으로 이날 오후 6시부터 시행하는 대피 권고를 내렸다.

부산 동구와 남구 취약지역 주민 145가구 198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해운대구 마린시티, 미포, 청사포, 구덕포 상가 99곳과 사하구 33가구 주민 33명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광안대교와 남항대교 등 부산 시내 7개 해상교량은 평균 풍속이 초속 20m 이상이면 전면 통제될 예정이다.

경남 남해군은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남해대교 통행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남해안은 만조(오전 5시∼7시)와 겹쳐 폭풍해일로 인한 해안가 침수 피해도 우려된다. 전남 거문도의 경우 오전 4시께 5.4m, 여수 오전 5시께 4.7m 높이의 해일이 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일선 어린이집과 학교들의 수업 운영도 영향을 받고 있다. 시도별 지자체와 교육청은 재난대응반을 꾸려 비상 근무에 들어가는 동시에 어린이집 휴원, 원격수업 전환, 재량 휴업 등 지침을 내렸으며, 대구 등 몇몇 지역에서는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왔다.

역대급 태풍 소식에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남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6일 오전 휴업하기로 했고, 부산의 르노자동차도 5일 근무조를 조기 퇴근시키는 데 이어 6일 오전에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와 인근의 조선기자재 업체도 주요 구조물을 고정하고 자재 등을 옥내공장으로 옮기는 등 태풍 내습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도 일시 제동이 걸린다. 코로나19 전국 임시선별검사소 33곳이 운영을 단축하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태풍 힌남노와 관련해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이 비상 상황 대응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 먼저 조치하고 보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힌남노는 5일 오후 9시 제주 서귀포 남쪽 90㎞ 해상까지 '매우 강한 태풍'의 위력으로 북동진한 뒤 6일 오전 3시 위력을 유지한 채 부산 남서쪽 190㎞ 해상까지 도달하겠다.

이어 오전 9시에 부산 북북동쪽 130㎞ 해상에서 '강한 태풍'으로 세력이 약해졌다가 동해로 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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