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당정치, 역대 최악이다. 적어도 민주화 이후 이런 적이 없다. 우리의 대통령제에서 여당이야 늘 그랬다. 대통령에 종속돼 청와대(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현 여당 국민의힘은 6년 전 탄핵 시절 그대로 머물고 있는 상태에다 정치무경험의 윤석열 대통령 체제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우리 정당정치의 문제는 사실 제1야당이다. 우리의 정당정치는 대통령을 상대로 한 야당의 역할이 중심이다. 현재 제1야당은 정당으로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압박 기능을 못하고 있다. 야당 탄압이라 맞서고 있지만 온전한 국민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당으로서 역할은 멀어지고, 비리의혹의 방탄과 권력 기득권을 위한 종교적 이익집단처럼 돼가고 있다.

24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 통과 뒤 산회가 선포되자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2022.12.24
▲ 24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 통과 뒤 산회가 선포되자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2022.12.24

애초에 정당정치 자체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정당 같은 정치조직은 동서고금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다. 조직화된 세력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조직화된 세력이 권력을 남용하고 일반 국민의 정치참여를 오히려 봉쇄하고 왜곡시킬 수 있다. 반면에 대중사회에서 시민의 정치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조직은 유용하고 필요하다. 더구나 기존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세력의 조직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정치조직의 활동을 제도화시킨 것이 정당정치이다. 민주주의 제도로서 정당정치는 정당의 부정적 속성을 최소화시키고 긍정적 기능을 살리는 방향이다.

'원내 다수 제도권력 누리면서 국가제도는 부정'

물론 정당의 긍정적 기능보다 부정적 기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권력집단이 되고, 국민의사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루소((Jean-Jacques Rousseau) 같은 사람들이 그랬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이나 우리의 이승만 대통령처럼 국민을 분파로 나누고 분열시키다는 점에서 정당정치를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대의민주주의 국가들이 정당정치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치참여와 결사의 자유를 토대로 정당정치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당들이 경쟁하면서 민주주의를 촉진시키는 제도적 관점에는 주목하지 못했다. 주목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기존 정당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의 관점에서 제도화시켰다고 하겠다.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매개체가 되려면 국가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당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정당은 실패하고 퇴출되어야 한다. 경쟁적 민주주의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양당 독과점체제가 법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기호순번제를 통해 기존 1, 2당에 엄청난 기득권 프리미엄을 주고 있고, 소선거구제와 국고지원금 등을 통해 특혜를 누리게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실패하더라도, 1, 2위만 바뀔 뿐 공생한다. 양당 독과점체제가 만들고 있는 경쟁적 민주주의의 파괴이다.

그동안 이런 양당 독과점 체제에서도 간혹 제3세력의 압박이 있었고, 혁신세력의 등장 등 정당의 공적 기능을 촉구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정당정치에서는 그마저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탄핵으로 몰락했던 국민의힘은 선거과정에서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를 만드는 듯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그 동력도 사라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히려 더 과거 회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있다. 대통령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여당 구조의 한계는 정치무경험의 검찰출신 윤석열 대통령 체제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시대정신 앞장서왔던 민주당의 역사성 실종'

1955년의 민주당까지 자신들의 역사성을 소급하는 현 민주당은 그 자산을 버린 듯하다. 물론 현 민주당의 뿌리는 1955년의 민주당보다 2003년의 열린우리당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어쨌든 지난 3월 대선에서 실패한 이후 아무런 반성도 없다. 1955년까지 역사성을 소급하면서도 시대정신을 앞세우고 투쟁해왔던 민주당의 역사성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어떤 혁신 조치도 없었다. 오히려 대선 실패 구도를 더 강화했다. 의혹 수사를 정치탄압 구호로 맞서는 데 올인하니 국가 비전이나 민생이 민주당의 의제로 부각될 리 없다. 원내 다수 의석의 제도 정치 기득권은 누리면서 국가시스템을 부인한다. 의혹 수사를 정치탄압이라 맞서고 있으니, 검찰 출신 대통령은 야당을 경시한다. 양념으로 시작된 홍위병식 포퓰리즘은 수사검사 명단 리스트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권력의 중심에 선 정당이 민주주의를 위한 공적 역할을 하지 못하다면, 거기에는 권력 기득권과 국민 의사 왜곡이라는 정당의 부정적 속성만 남을 뿐이다. 이런 정치조직에 국고보조금까지 주고 지원해야 하는가? ★

 

 

 김만흠
 - 폴리뉴스 논설고문
 - 한성대 석좌교수
 -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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