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전선언’ 꺼내자 北 유화 제스처…28일 미사일 발사
野 “김여정, 당근-채찍 번갈아 남한 농락…사과 받은 적 있었던가”
전문가 “북한은 무력증강 계속하며 전략적 이득 추진 일관돼”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9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 타격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9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 타격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잇따라 담화를 내 ‘남북정상회담’까지 언급하면서 남북관계가 유화모드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로 가는 입구로, 우선 남북‧북미 대화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요구한 남북 통신연락선 재개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데다, 28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당정은 아직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8일 오전 6시40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미상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발사체 비행거리는 200㎞에 못 미치고, 앞서 15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60㎞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번 달만 총 3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직후인 이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자신을 방어하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국방을 강화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원한다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는 첫 걸음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합동 군사 연습과 전략 무기 투입을 영구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료를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지만 7시간 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좋은 발상”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25일에는 김 부부장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 정상회담 등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고 화답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료를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료를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文이 띄운 종전선언…전문가들 긍정·부정 시각
정세현 전 장관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마중물…남북·북미 대화 활성화시켜야”
이신화 교수 “국제관계 현실 고려 안해…국제공조로 美·北 설득·압박해야”

2018년 판문점 선언에 명시됐던 종전선언이 다시 등장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나 관심이 모아지던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난 24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종전선언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현실주의에 입각해 흐르는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마중물이다. 상징적인 것이긴 하나 그렇게 해서 남북대화도, 북미대화도 활성화시켜서 최종적으로 비핵화라는 출구로 나가자는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을 한다고 미군 철수로 이어지거나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중국은 움직일 만한 준비가 됐을 것이다.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미, 남북미중 대화가 가동이 되면 내년 2월 개최될 베이징올림픽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며 “중국으로서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북한이 그런 식으로 걷어차면 되나”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형적인 현실주의적 국제관계가 벌어지고 있는데, 종전선언은 힘의 원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우리 정부가 선언을 하거나 신호를 보내는 것은 부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핵 확산을 막고자 하고 북한은 핵을 보유해 미국과 핵 군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접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게 대전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91년 북한이 유엔가입을 했기 때문에 우리랑 같은 국가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해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과 협조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설득, 또 북한을 압박하며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남북 이벤트’ 위해 미사일 도발해도 ‘가만히 있으라’ 농락”

앞서 김여정 부부장이 종전선언을 “좋은 발상”이라며 ‘남북정상회담’까지 운을 떼다, 3일만에 무력도발을 하는 ‘냉온탕’ 행보를 보이자 국민의힘은 28일 공식적으로 단호한 비판 입장을 내놨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8일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 서해상 민간인 피살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라며 논평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8일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 서해상 민간인 피살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라며 논평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북한 권력자의 여동생이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남북 이벤트를 하고 싶으면 미사일로 도발해도 가만히 있으라며 대한민국을 농락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 서해상 민간인 피살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 박기녕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미사일 발사로 김여정의 담화는 100억짜리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4년 동안 북한의 똑같은 패턴에 당하는 문재인 정권은 학습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보인다. 항구적 평화를 추구하기보다 선거용 보여주기 평화에 급급하니 대화가 아닌 미사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여정이 말하는 '공정성과 존중'이란 한마디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현 상황의 유지, 즉 북한 핵의 인정을 뜻한다"며 "얼핏 들으면 합리적으로 보이는 추상적 표현 속에 '비수'를 품는 것이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면서 "오늘은 미사일이지만 내일은 핵미사일이 되어 우리에게 날아오게 된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을 언급했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답했다"며 "명분 없는 종전선언, 성과 없는 정상회담은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올렸다. 이어 "종전선언을 하려고 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의 상시화, 불법 무력 행위의 금지 등 관철 가능한 실질적인 변화를 근거로 국민에게 설명부터 드려야 한다"고 했다.

김태형 교수 “北, 모순된 게 아니라 자신들 전략에 따라 할 뿐”

한편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락가락하는 듯한 북한의 접근법에 대해 28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운 전략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하며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먼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지금 상황이 종전선언이란 것을 얘기할 만한 조건이라든지 분위기가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유엔총회라는 게 상징성이 있고 1년에 한 번 있는 자리인데다 한반도 분위기가 경색돼있는 만큼, 5년간 해왔던 정책들을 마무리하고 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올 1월 당대회에서 얘기한 것들, 핵 능력 강화나 전술핵 계획 등을 계속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그러한 능력이 확충돼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협상에 대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런 실험을 멈출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한 국내정치 일정이나 최근 국제정세 등을 고려해 전략적 이득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시각을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이 지금 북한에 신경 쓸 여력이나 북한과 협상할 동기도 없어, 북한으로서는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것이 본인들한테 나쁠 게 없다고 본다”며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 때도 임기 말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었고, 북한의 제스처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긍정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제재 해제나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가 충족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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