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불쾌한 수준 아닌 치욕"…당 지도부 사과· 전원 사퇴 촉구
김경율 ”본래 하려던 취지에 어긋난 반응…황당할 뿐“
[폴리뉴스 김서정 기자] 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일 '조국 흑서' 김경율 회계사의 '독한 면접' 섭외 논란에 대해 당 지도부의 사과와 대선 경선기획단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선 연기를 둘러싼 파열음이 '김경율 사퇴' 파장으로 확대되며 당내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정 전 총리 등 대선주자들이 지도부 사과와 경선기획단 사퇴까지 요구하며 당이 경선 연기론에 이어 다시 내홍에 휩싸일 조짐이다.
정 전 총리는 치욕적·지도부사퇴 등 연일 격양된 발언을 쏟아내고 다른 주자들도 이에 가세하며 파장이 커졌다. 송영길 대표 체제 이후 당 지도부는 경선연기론 으로 시험대에 든 후 두번째 파란을 겪고있다.
정세균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반정부적인 입장 면접관…불쾌한 수준 아닌 치욕"
정 전 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 "(김 회계사가 교체됐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이것은 80만 권리당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위사실도 유포하고 명예훼손을 하고 완전히 반정부적인 입장을 취해온 사람인데 이런 분들에게 대선 후보 경선 면접을 맡긴다고 하면 불쾌한 수준이 아니고 치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국민 대신 면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립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면접관은 당연히 수용해야 되고 또 그런 분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아주 악의적이고 명예훼손까지 하고 있는 분을 어떻게 모시냐.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김 회계사 대신 선임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관련해선 "개인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다"며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수습을 해야 앞으로 정상적인 경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지도부가 사과를 해야 한다"며 "지도부가 사과해야 되고 경선기획단이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며 경선기획단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전 총리는 "지금까지 경선기획단 해 온 거 보면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제대로 할 가능성이 없다. 그 정도 진정성은 보여야 당을 사랑하는 후보들이나 당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선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재차 비판했다.
또한 그는 "'(경선기획단 사퇴와 사과가 수용되지 않을 시)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했다. 또 "그간 사실 당의 경선 운영이 조금 졸속하고 편파적이었다고 보고 있다"면서 경선 연기, 프레스데이 등을 예로 들었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대선 면접관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는 당원께 사과해야 한다"며 재차 당 지도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많은 건강한 중도, 보수, 진보 인사가 있음에도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허위 사실 비난이 법적으로 이미 드러난 인사를 기용하려 한 목적이 무엇이냐"며 "쓴소리를 듣겠다는 열린 자세가 아니라 당원의 자존심과 정체성에 흠집을 내고 스스로를 자해하는 일"이라고썼다.
또한 "당원에 대한 당대표의 해명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경선기획단의 재구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이와 함께 경선의 방향과 원칙, 공정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선 후보 전원과 당 지도부 합동회의를 즉각 열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일방통행' 식의 경선 방식통보…'흥행' 취지에도 맞지 않아
이에 정세균 의원 측은 2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의)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게 아니라 비판 하는 대상에 문제가 있다"며 "이미 (조국펀드 관련)잘못된 주장을 한 사람이 면접관이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최근 광주에서 문정권을 비판한 배운천 씨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비경선, 경선은 대선의 일환인데 각자 민주당 후보가 의사를 표시하고, 국민이 선택하게 해야 하는데 진행이 '일방통행'식의 통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흥행'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명분이 있기 때문에(후보들은) 당헌 당규 주장에 맞게 따라왔는데, 후보들의 마음을 모아서 결정을 하기 보다 너무 급작스런 진행이 되니까 그런 부분은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과정 절차가 당 지도부, 각 지도부 회의를 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객관적으로 볼때 경선의 의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의 비전을 듣는 자리인데, 한차례의 의논과 상의도 없는 너무 급진적이고 통보적인 경선 기획단에 후보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돼고 있는 '흥행'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못한다"며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요지는 '일방통행' 식의 경선 방식통보를 하는 경선기획단에 본질적인 문제 제기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내 대권주자 '집단반발' 나서
김두관 의원 측도 이와 관련 "당에서 매우 잘 못한 것"이라며 "김경율 씨는 조국 펀드 관해서 주장했던 분"이라며 "결과적으로 펀드 관련해선 무죄라는 판결이 났다. 그렇다면 뻔히 오히려 (김 회계사)에게 사과를 받아야하는데, 그런 분이 면접관이라니 말이 안된다"며 "그 분이 자체가 공적으로 판명이 된 사안에 대해서 사실상 결과적으로 불복하는 입장이 되니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답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조국흑서 필진 중 한 명인 김 회계사를 면접관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가 당내 반발에 가로막혀 약 2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거짓까지 동원해 공격했던 김경율 회계사를 국민면접 면접관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이라며 “진정 민주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 외부의 쓴소리를 듣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해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김경율씨가 주장했던 이른바 ‘조국펀드’는 대법원 판결로 무죄임이 밝혀졌다”며 “저는 김경율씨가 심사하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 측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후보 면접에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한 당의 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고 흥행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조국 전 장관을 모욕적으로 소환해야 하는지,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무협지 소설속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면 되겠는가”라며 “독한 면접관이 아니라 독이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 역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들은 분노했고 우리 모두 참담함을 느꼈다. 김경율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김 회계사가)면접관으로 거론된 것만으로도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한 차별화와 청산론의 반복이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SNS에 올린 글을 봤는데,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우왕좌왕 하고 자기중심을 못 잡고 있고 자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내홍에 일각에선 결국 조 전 장관 사태에 또 다시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회계사 섭외 추진 이유에 대해 “우리가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어서 극복해나가는 것이 대선기획단으로서의 역할”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이 민주당이 변화하려고 하는 흐름들에 대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대선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회계사가 특히 전에 조국 전 장관 사모펀드 관련해서 본인 주장이 대법원에서 다 무죄가 되지 않았나”라며 “김 회계사가 이전에 유죄를 단정 짓고 그렇게 공격해왔던 부분, 그런 것에 대한 논란을 저희가 살피지 못한 건 제 불찰이다”고 밝혔다.
강 단장은 정세균 전 총리가 경선기획단 사퇴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가 혼내키면 혼나고 저희가 다시 꼼꼼히 살펴서 주변에 잘못된 것은 엄히 살펴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경율 "황당할 뿐…민주당은 민심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 스스로 걷어찬 꼴"
이러한 민주당 내 집단반발에 정작 김경율 회계사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계사는 2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그저 황당할 뿐”이라면서 "대선 후보라는 사람들이, 단순히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보궐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차이를 극복해 보고자 ‘압박’면접 형식을 취한게 아닌가"라며 "후보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반응 자체가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이번 사태로 민심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꼴"이라면서 “이번 토론을 포함해 추후 국민들을 상대로 한 토론도 예정되어 있는데 후보들은 당 내 지지보다 국민들의 지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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