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훈계가 아니라 자기들 걱정해야 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1위로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직은 한 기관의 조사 결과일 뿐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너무 요란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잠재적 대선주자 윤석열의 가파른 상승세는 분명해 보인다. 그 배경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선봉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맹공격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윤석열을 때리고 압박할수록 그에 대한 지지층은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추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말이 농담은 아닌 셈이 되었다.
정작 윤 총장은 퇴임 후 정치에 참여할 것인지, 특히 대선에 뛰어들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는 없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도 여론조사 기관들에 했다. 그런데도 이런 상승 결과가 나오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일부에서는 과거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경우처럼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하지만, 지금까지 윤 총장이 보여준 모습은 정치를 하더라도 자신의 내공으로 버틸 수 있을 인물이라는 짐작도 가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권력의 힘 앞에 굴복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모습, 강자의 공격과 압박 앞에서도 당당히 할 말은 하는 모습, 자기 조직의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리더십 등은 정치인으로 변신하더라도 적응할 자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법만 공부하고 집행해온 그가, 국가 각 분야의 정책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당연히 생겨나지만, 그것은 개인의 학습능력에 따라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십에 달려있다. 그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윤 총장에 대해 긍정이든 부정이든 예단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차기 대선의 판을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윤 총장을 향해 추 장관은 "대권후보 1위에 등극했으니 정치를 하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윤 총장을 대권후보 1위에 등극시킨 사람도, 그가 정치를 하도록 등 떠밀고 있는 사람도 사실은 추 장관 자신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윤 총장이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고는 다들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추 장관이 검찰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함께 그의 지지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여권의 공격이 절정에 이르면서 윤 총장의 지지율도 정점을 향하는 모습이다. 윤 총장의 머릿 속에 퇴임 후 대선에 뛰어들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것은 추 장관 등 집권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게다. 권력으로부터 워낙 공격당하고 식물총장이 되는 모멸을 겪다보니, 정 그렇다면 국민에게 누가 옳은 것인가를 직접 물어보겠다는 오기가 발동했을 수 있다. 어쩌면 자존감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인지 모른다.
물론 검찰총장이 퇴임 후 곧 바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는 검찰수장이 그런 길은 가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구를 탓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검찰개혁 한다면서 검찰을 장악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근본에서 무너뜨린 사람들이 현재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윤석열의 정치참여는 그러한 공격에 대한 정치적 정당방위일 수 있다.
아직은 윤석열이 정말로 정치를 하게 될지, 장차 대선에 뛰어들더라도 거품으로 그쳐 우리 정치의 혼란만 가중시킬지, 아니면 정치변화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정권으로부터 온갖 미움과 공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1위로 등극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의 불행한 장면을 의미한다. 그것은 현재의 집권세력도, 또한 야당세력도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은 추 장관이 그러하듯이, “정치를 하라”며 윤석열의 앞길을 걱정하고 훈계할 때가 아니라, 자신들의 앞길을 걱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라 당신들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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