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뺀 수사단 '법무부 아이디어'에 檢 폭발
조국, 검찰 직접수사 축소·감찰제도 개선·검찰개혁위 출범 등 지시 하달
野 “노골적인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검찰이 권력의 주구인가”
[폴리뉴스=이경민 수습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법무감찰위원회 설립 등 검찰개혁 방안들을 들고 나온 가운데 법무부 핵심이 9일 검찰에 ‘윤석열 뺀’ 독립수사단 구성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 장관과 그 가족 수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제안을 보고 받은 윤 총장은 단칼에 거절하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역시 법무부 업무 특성상 평소 장관이나 정치권 지시 없이는 절대 간부들이 무리한 업무를 하지 않기에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수사 외압 논란 이후 꾸려진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특별수사팀을 염두에 둔 구상이며 두 간부의 개인적인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수사팀 제안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의혹을 부인했으며, “예민한 시기인 만큼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검찰 직접수사 축소·감찰제도 개선·검찰개혁위 출범 등 지시 하달
이러한 논란 속에서 조 장관은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을 새로 구성해 운영하도록 지시했다.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법안 관련 국회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검찰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40세 이하 검사와 시민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출범 △검사 비리와 위법사항을 적발하는 감찰제도 개선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의 검찰개혁 핵심조치들도 일선에 하달했다.
법무검찰위원회란 비법조인과 시민사회 활동가 및 40세 이하 젊은 검사들이 참여함으로서, 다양한 계층이 개혁에 참여해 검찰 내 기득권을 깰 수 있도록 하는 시도다.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하고 특수부로 대표되는 직접수사를 줄이는 것 역시 개혁의 핵심이다.
조 장관은 또한 검사의 공문서위조 혐의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고 넘어간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검이 기각한 것을 놓고 평소 검찰 지휘부 비판을 많이 해온 임은정 검사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장관이 특정 검사를 언급해 지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검찰에 대한 장관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조국 법무부’를 보는 검찰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검찰 간부는 “이게 조국 장관이 하겠다는 검찰 개혁이냐”고 반문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이 알았건 몰랐건 장관과 총장을 싸움 붙이는 섣부른 행동이다. 당사자들은 문책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반응 엇갈려…與 “검찰 수사 조절 필요”, 野 “조국 봐주기 수사단…”
여권은 ‘조국 법무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은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조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한 이후에는 수사를 어느 정도 조절하고 절제하면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조국 임명 전과 후는 상황이 다르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법무부에 이어 집권 여당이 검찰에 노골적인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정당한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 중진 의원 회의에서 “얼마나 비양심적이고 악독한 정권이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뻔뻔하게 ‘조국 봐주기 수사단’을 만들자고 하겠는가”라며 :“이제 본격적으로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부리고, 이 정권에 대한 수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 맞는가”라고 비판했다.
박형준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원은 1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을 위해서 조국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역설적으로 조 장관 때문에 검찰개혁이 안 될수도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말이 정답”이라면서 “검찰개혁은 수사에 관련해서는 일절 정치적 압력이나 어떤 관여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첫 출발이다”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1일 그의 페이스북에서 “자기 상관의 비리를 수사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지금 윤 총장이 얼마나 곤혹스러운지 잘 안다”며 “그대들이 살아있는 권력도 처단 한다면 검찰의 기개는 국민들이 알아 주고 그것이 바로 검찰이 개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추석 연휴에도 빠른 수사 속도 유지…정경심 교수 소환에 조 장관 소환 까지?
한편 검찰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 대표인 이 모씨와 펀드 자금이 흘러간 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수사에 다소 차질이 생겼지만, 적정한 범위에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추석 연휴에도 수사가 속도 있게 이어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사건 관계자 소환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다음 주쯤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장관에 대해선 “수사의 마지막에 총정리 차원에서 한 두 번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당초의 예상과 달리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민정수석 당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감반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12일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 장관의 소환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검찰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빅뱅 ‘승리’ 측에 수사 정보를 알아봐 줬다는 혐의로 지난 6월 송치된 윤규근 총경을 다른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조국 민정수석 당시 행정관으로 일했던 인물로 이것이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돼 있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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