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적자 전환…확산하는 '한국경제 위기설'
▲ 경상수지 적자 전환…확산하는 '한국경제 위기설'

[폴리뉴스 김성은 기자] 대외 여건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 증가로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운송수지와 여행수지 등의 악화로 서비스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이미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예고된 가운데 월별 기준이긴 하지만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화수급에 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상승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을 올리면서 최근 불거진 '한국 경제 위기설'을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8월 경상수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억9천만달러 감소하며 적자 전환한 것은 대외여건 악화로 상품수지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8월 상품수지는 44억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적자 전환했다. 7월(-14억3천만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상품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8월 수출은 572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억 달러 증가했다. 수출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22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증가 폭은 줄었으며, 8월 수입액은 지난해 8월 대비 무려 145억8천만달러 급증한 617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원유와 가스 등 원자재 수입(통관기준)이 36.1% 급증한 가운데, 반도체와 수송장비 등 자본재(16.4%), 승용차와 곡물 등 소비재(28.2%) 수입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품수지 적자에 더해 서비스수지 마저 적자 전환한 것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데 결정타가 됐다. 8월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8월 대비 16억2천만달러 감소한 7억7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수출화물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운송수지가 12억3천만달러 흑자로 흑자 폭이 줄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완화로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7월 8억6천만달러에서 9월 9억7천만달러로 확대됐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권 사용료 지급 증가 등으로 8월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마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억8천만달러 줄면서 1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배당수입·투자수익이 늘면서 8월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16억달러 늘어난 22억4천만달러 흑자였지만, 7월(22억7천만달러)에 비해서는 흑자 규모가 줄었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8월 적자 전환하면서 '쌍둥이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천억원 적자가 전망돼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수지는 2019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이 흔들리고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제 위기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9월 들어 무역적자가 크게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커 월별로는 변동성이 크겠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 '쌍둥이 적자'의 수렁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해 경제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위기설에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8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나올 것 같지만 9월에는 상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많이 줄어서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지 않았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라우마 때문에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고 이것이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닌지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경상수지 적자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킹달러'(달러 초강세) 상황에서 경상수지 악화는 달러 수급에 불균형을 일으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1,2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00원 선에 진입했고, 지난달에는 약 14년만에 1,400원 선을 돌파했다.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또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대외부채가 늘어나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질 경우 경상수지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해 대외충격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지난 8월 브리핑에서 경상수지가 외화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400원 선을 위협하자 강도 높은 달러 매도개입에 나섰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167억7천만달러로 한달새 무려 196억6천만달러나 감소한 바 있다.

예전처럼 고환율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입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 수준이 더 올라가게 되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의 안정적 흑자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인데 에너지 부분을 덜어내고 다른 부문을 점검해보면 상대적으로 경상수지가 선방하고 있다"면서 "차제에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상품·서비스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부문의 과다한 수입에 따른 부분도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에너지 절약 대책은 지난번에 이야기했고, 상품수지, 무역수지, 서비스수지 이런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준비되는 대로 부문별로 소개하고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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