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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비속어’ 논란과 ‘언론의 책임’은 다르다.

 이른바 ‘비속어’ 논란이 불거진 초기부터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사과하면 바로 끝났을 일”이라는 일부의 생각에는 동조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바로 사과했거나, 귀국 후 도어스테핑에서 사과했다면 ‘비속어 논란’ 프레임은 옅어졌을 것이다. 결자해지를 위해 지금이라도 그 부분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 사과로 끝낼 수 없는, 심각한 의미를 갖게 된 점이다. 비속어 논란은 논란대로, 언론의 보도 문제는 그것대로 검증과 책임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그동안 칼럼 집필을 자제해 온 것은 ‘국회’를 (미국)의회로 단정하고 ‘바이든’이 ‘쪽 팔린다’는 것으로 논평한 오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분명치 않다는 내용에 대해 확신에 찬 말투로 상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유사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사안을 언론참사, 정언유착이라고 섣불리 정의하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외교 참사, 대통령의 막말, 거짓 해명 사건으로만 보는 시각에도 동조하기 어렵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역시 성급하고 뜬금없다. 정언유착이라는 비판을 덮기 위한 힘자랑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잠시만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이 사안을 정리하고 교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선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방송 보도에 앞서 정보를 입수한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MBC만을 의심할 필요도 없다. MBC 소속 기자가 영상을 촬영했지만 대통령 순방 풀 기자단이 전체 영상을 공유했다는 것 아닌가. 엠바고, 즉 보도유예가 요청된 영상이 사전에 유출되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대한 언론윤리 위반이다. 동영상이 온라인에 먼저 퍼졌든,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 사전에 알고 공유했든, 특정 언론사에서 민주당이나 박 원내대표에게 정보를 흘렸든 문제는 다르지 않다. 언론사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진상을 확인하고 윤리위반이 있다면 스스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언론의 자유만을 외친다면 언론의 책임은 도외시하는 동업자 정신의 발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MBC가 불분명한 내용에 대해 자막까지 달아 보도한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우리)‘국회’와 ‘바이든’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미국)‘국회’를 임의로 덧붙인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이유로 바이든 자막을 입힌 점은 양보한다 해도 (미국)이란 단어를 창작한 것은 신성한 ‘사실’ 보도와는 거리가 멀다. 언론 탄압이라며 아무런 설명 없이 뭉개려는 태도는 의도성이 있다는 의구심만 더할 뿐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국회를 잘 설득해 보겠다”며 대꾸하는 영상이 있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MBC 기자가 촬영한 영상이 있는지, 5분 내외의 영상에서 그 부분을 편집하고 보도한 것인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전체 맥락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한, 중대한 언론참사에 해당한다.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동시에 방송법은 방송의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방송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는 반대급부로 요구되는 의무만은 아니다. 전파가 공적 재산(public domain)이기 때문에 요구되는 방송의 본질적 의무에 해당한다. 방송이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소유라는 인식은 방송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덕목이다.

 대통령실은 법적 대응 대신 질의서를 보내면서 그 형식이나 내용으로 인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는 형편이다. 대통령실 대신 여당은 MBC를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느 것이든 현명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경로이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란 말을 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면 정정보도 청구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는 게 정상적인 대응이다. 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방송국 앞에 몰려가 항의하거나 민영화 운운하는 겁박은 정도가 아니다. 정정보도청구권 등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개인의 인격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법적 제도라고 평가한 헌법재판소의 의견은 이 대목에서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 “오늘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여론의 형성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과소평가 될 수 없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거대한 언론의 전파력과 언론기관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리적인 언론기업의 막강한 위세와 편견에 의하여 부당히 침해되고 노출된 경우에는 개인의 권익을 신속·적절히 보호하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 또한 마련되지 않으면 아니된다. … 정정보도청구권 제도는 언론의 자유와는 비록 서로 충돌되는 면이 없지 아니하나 전체적으로는 상충되는 기본권 사이에 합리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은 사과를 통해 비속어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와 별개로 정정보도 청구 등을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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