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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송영길은 왜 그토록 언론중재법에 매달리나

중도확장성 노력을 원점으로 돌리는 이해불가능한 행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개혁을 하겠다.”

지난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송영길 대표가 했던 말이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표현은 그가 당 대표직을 맡은 이후 즐겨 사용해온 말이다. 그동안 강성 ‘친문’ 그룹이 이끌었던 민주당이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성찰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송 대표는 그동안 당내 친문들의 주장을 물리치고 민생을 우선하는 기조를 유지해왔고, 반발을 무릅쓰고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강성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비판하기도 하고 '대깨문'이라는 표현까지 했다가 그들의 격한 반발을 샀던 송 대표였다. 그동안 민주당 친문 정치인들의 강경 일변도 정치에 비판적이었던 중도층에게는 송 대표의 그런 행보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평가받을만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유독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송 대표가 친문들을 능가할 정도의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언론중재법에 관한한 친문 강경파가 아니라 송 대표가 선봉에 서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강경한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김용민 최고위원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에 관해 송 대표가 쏟아냈던 말들을 돌아보면 다른 무엇 이전에 자신의 신념이 굳건함을 읽을 수 있다. 송 대표는 기회만 있으면 언론중재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하면서 이 법의 통과를 위한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질서는 아시아에서 1등이지만 언론의 신뢰도는 거의 꼴찌에 머물러 있다."

"언론의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는 언론도 동의하고 야당도 동의하고 다 동의한다."

“오로지 이 법은 가짜 뉴스로 피해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급기야 송 대표는 언론중재법을 비판한 '국경없는 기자회'를 '뭣도 모르는'이라고 깎아내렸다가 언론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동안 그렇게도 중도확장성을 강조해오던 송 대표가 정작 중도층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언론중재법의 강행 처리에 이토록 초강경 자세를 보여온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 대표로서 언론개혁 분야에서의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절박감,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려는 전략, 강성 친문들과의 우호적 관계 재정립, 언론에 대한 평소의 불신과 불만의 표출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언론재갈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언론중재법의 강행 처리는 송 대표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국민의 눈높이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이제까지 자신이 기울여왔던 중도확장성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언론중재법은 단순히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야당인 국민의힘 뿐 아니라 진보정당인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고, 언론계와 시민단체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이부영·유숙열 등 독재정권 시절의 해직기자 출신 원로 언론인들도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어제 송영길 대표를 만난 민주당 원로들도 “쥐 잡다 독 깬다. 4·7재·보선 결과를 잊지 말라”며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까지도 이미 우려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이제 언론중재법 강행에 대한 부담이 문 대통령에게로 넘어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송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는 기자회견에서 “당대표가 중도를 껴안는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송 대표는 모습은 중도를 껴안는 것이 아니라 중도를 쫓아버리는 모습 그 자체이다. 민주당은 지난 해 총선 압승에 도취된 나머지 입법독주를 반복하다가 지난 4.7 재보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송 대표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민주당은 어제 일부 완화된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일축하면서 협상은 결렬되었고, 오늘(31일) 다시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민주당은 어차피 누더기 법안이 되어버린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 할 것이 아니라, 언론중재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원점에서의 재논의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과연 이런 법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부터 논의해야 할 일이다. 마침 대선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4.7 재보선 참패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지 송영길 대표에게 묻고 싶다. "내년 3월 9일이 같은 밤이 안 되려면 4월 7일을 잊지 말라”는 민주당 원로 유인태 전 의원의 말이야말로 민주당에게는 더없는 경구임을 아는가 모르겠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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