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유세> 강금실-72시간 마라톤 유세, 오세훈-철인 3종 유세. 박주선-531km 대장정

선거일을 3일 앞둔 지난 28일, 서울 시내 곳곳에선 막바지 유세에 한창인 서울시장 후보들의 바쁜 행보가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28일부터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하자,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도 철인 3종 유세로 응수하고 나섰고, 민주당 박주선 후보는 531km 대장정을 시작했다.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는 강 후보는 오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 72시간 동안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힘겨운 대장정을 시작했으며, 오 후보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마지막 승기를 굳히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박주선 후보는 이번 선거가 ‘인물’보다는 ‘정당’에 편승해 변질돼 간다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세 정당의 후보는 주말 유세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차별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강금실 후보는 한명 한명의 시민들마다 오랜 시간을 할애해 공을 들이며 지지를 호소한 데 반해, 오세훈 후보는 빠르게 움직이며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더 많이 만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박주선 후보는 중년 이상 계층을 타깃으로 표를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어제 유세에서는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의 영향으로 후보자들의 유세장소마다 경찰력이 대거 투입,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철통같은 경비를 보였다.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 28일, 3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숨가쁜 유세현장을 따라가 보았다.

강금실 “금실언니 짱! 너무 예뻐요” 연예인 같은 인기,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지난 28일 새벽 0시부터 72시간동안 잠을 자지 않고 민생현장을 순방하는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했다.

강 후보는 28일 새벽 0시에 명동성당 앞 마리아 성모상에서 촛불기도회를 갖고, 마라톤 유세의 시작을 선언했다.

당시 강 후보는 “나는 오늘밤 내 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을 맞았다. 이제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한다”며 “단순한 선거운동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진정한 정치, 진정한 시민주체에 정치회복을 위한 경건한 선언을 알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강 후보는 “시민들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정치 시작할 수 있고 시민주체성 회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선언한다. 이제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 경건한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명동성당에서 촛불기도회를 마친 후 새벽시간대에 ▲중구 신당동 중부 소방서 상황실 ▲동대문 두산타워, 밀리오레 ▲동작구 서울시립보라매 병원 ▲남산타워 등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교회에서 용산의 온누리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마쳤다.

아침부터는 다시 ▲북한산 입구 ▲관악구 동명아동복지 센터 ▲삼성동 코엑스몰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강변역 테크노마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종로구 인사동 ▲남대문 시장 등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에 나섰다.

이렇듯 빠듯하게 짜여진 스케줄을 감당키 위해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느냐는 질문에 강 후보는 “‘한번 놓친 끼니는 영원히 없다’는 게 우리들 신조”라며 “그만큼 끼니 거르지 않고 밥도 잘 먹고, 차 안에서 눈도 붙이고, 비타민 등을 섭취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하며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서 나의 진심을 알리고 대화를 나누고 같이 동참하기 위해 마라톤 행군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듯, 강 후보의 유세는 시민들을 한명 한명 만날 때마다 그들과의 공감을 이루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때문에 타 후보에 비해 한 사람의 시민과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또한 강 후보가 가는 길마다 “금실 언니”를 부르는 많은 팬(?) 덕분에 강 후보는 한 지역에 유세를 나갈 때마다 많은 거리를 돌지 못하고 한 곳에 오랜 시간 붙잡혀있기가 다반사였다.

강 후보와 강 후보를 보좌하는 열린당 사람들 역시 굳이 무리하게 강 후보를 이동시키려 하지 않았고, 덕분에 강 후보 주위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 강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강 후보의 인기가 연예인과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는 것. 특히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강 후보가 지나갈 때마다 “어머~ 강금실이다”를 외치며 얼굴을 보기 위해 주위로 몰려들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가던 길을 되돌아와 악수를 청한다거나, 일부는 싸인을 조르기도 했고, 강 후보가 지나는 길에는 “금실 언니, 너무 예뻐요”, “금실 언니, 짱~” 등의 말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인기가 생각을 뛰어넘는다. 바닥 민심이 좋은 것 같은데 72시간 마라톤 유세가 힘을 발휘하리라 보는가”라는 질문에 강 후보는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죠”라고 신중한 답변을 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오세훈, “한나라당이 압승하게 도와달라”며 본인의 승리를 확신하는 축제 분위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지난 28일, ‘D-3 철인3종 유세’를 시작하며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오 후보가 지난 2004년에 철인3종 경기를 완주했던 경험이 있어, 막판 선거전을 당시의 열정과 투혼으로 임하겠다는 뜻에서 ‘철인3종 유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 후보는 “공식선거운동기간중 남은 3일은, 철인 3종경기에서 온 힘을 다해 막바지 스퍼트를 하던 투혼과 열정으로 시민들을 찾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시민과 함께, 처음처럼 끝까지’라는 부제로 전개되는 철인3종의 유세는 ▲1종목 ‘희망’ ▲2종목 ‘열정’ ▲3종목 ‘최선’ 등 총 3개의 주제로 나눠져 있다.

철인 3종 유세의 첫 종목인 ‘희망’을 뛰었던 어제, 오 후보는 ▲서울지하철 종합관제센터 ▲군자 차량기지 ▲청계산 입구 ▲효창운동장 ‘방송통신대 2006 서울종합체육대회’ ▲명동성당 ▲뚝섬 서울 숲 ▲양재동 꽃시장 ▲마포 월드컵시장 ▲양천 신곡시장 ▲강서 화곡사거리 ▲까치산역 ▲남부시장 등에서 유세를 가졌다.

특히 뚝섬 서울 숲에서는 “철인 3종 경기의 마라톤 정신으로 뛰고 달린다”는 취지에서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갈아입은 뒤 시민들과 함께 달리기에 나서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이 날 오 후보의 유세장과 선거활동은 강 후보와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일단 강 후보가 시민들 한명 한명과 오랜 시간을 들여 만남을 가졌던 데 반해, 오 후보는 시민들과의 오랜 시간 접촉보다는 빠르게 이동하며 최대한 많은 수의 시민들과 만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유세장에서 오 후보는 경호원 및 캠프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볼일이 끝나면 급히 유세장을 빠져나가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세장에서의 분위기도 달랐다. 강 후보는 “열린당이 밉더라도 꼭 도와달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던 데 반해, 오 후보는 “한나라당이 전국에서 압승하게 해달라”며 자신보다는 한나라당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세장 역시 이미 ‘오세훈 시장’이 탄생한 듯, 들떠 있고, 자신감 있고,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히 마포 유세의 경우, 오 후보는 (앞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그 지역의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까지 소개하며 시민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오 후보가 마포유세에서 “그 동안 서민의 정당이라고 주장하던 당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많은 서민을 피 눈물 나게 하고, 허리 휘게 하고, 주름을 늘게 했다. 지난 3년간 한나라당 출신의 서울ㆍ경기ㆍ인천 광역단체장들이 없었다면, 우리 수도권이 어떻게 되었겠냐. 마음속에서부터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정당은 한나라당이다”고 연설하자 시민들은 한나라당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오 후보가 연설만 한 뒤 또 다시 급하게 유세장을 빠져나가자 오 후보를 보기 위해 유세장에 모여 있던 일부 시민들은 “잘 생긴 얼굴 좀 보고 손도 잡아보려 했는데…”, “왠지 좀 허무하다”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박주선, “중요한 건 당이 아닌 인물” 강조, 젊은 층 무관심 속 호남표 지지 움직임

박주선 후보는 ‘민생 속으로, 서민 속으로’를 주제로 531Km 대장정을 시작했다. 박 후보는 이번 대장정을 통해 서울시 전역 531km에 이르는 거리를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다니며 ‘민생시장론’, ‘인물론’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박 후보는 지난 28일 ▲도봉산입구파출소 ▲도깨비 시장 ▲대학로 ▲인사동 ▲약수동 시장 ▲동대문 두타 앞 ▲서부병원 앞 ▲신촌 현대백화점 ▲만리동 시장 ▲용산 롯데마트 ▲동대문 시장 ▲선릉역 ▲일원동 순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박 후보는 “당 지지율로 서울시장을 뽑으려면 매니페스트 운동 등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열린우리당에서 노무현 바람이 일어 대통령으로 뽑아 놓은 뒤 한번 당했으면서, 또 다시 노 대통령과 비슷한 ‘바람 후보’를 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능력 있고 오랜 시간 준비해온 후보들을 제치고 ‘바람 후보’를 뽑았다. 한심해서 말을 못하겠다”고 양당 후보들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

박 후보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도 서울시장감에는 박주선이밖에 없다고 한다”면서 “이번 선거가 인물론이 아닌, 정당론으로 펼쳐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박 후보는 주말 유세를 통해 시민들에게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선거에 임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주목을 끄는 건 박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전라도 표심이 민주당에 집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인사동 유세에서는 전라도 순천이 고향이라는 한 시민이 다가와 인절미를 선물하고 가기도 했으며, 해남이 고향이라는 한 아주머니는 “이번에 민주당이 되어야제~”라며 식혜를 꾹꾹 눌러 박 후보 일행에게 건넸다.

그러나 혹시라도 강화된 선거법에 걸릴까 싶어 박 후보 일행은 식혜 값 등을 전부 지불하며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라도 표심 집결은 다른 유세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면 전라도가 고향인 이들은 꼭 자신의 고향을 밝히며 박 후보의 필승을 기원했다.

서울의 전라도 민심이 박 후보에게 쏠리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박 후보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강 후보와 오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것을 느낀 것도 한 가지 특징이었다.

젊은 층에선 일부를 제외하곤 박 후보의 인사를 받아도 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고, 일부 젊은이들은 “누군지 알아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3번인 것 같긴 한데 잘 몰라요”라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 일쑤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박 후보도 “요즘 젊은이들은 영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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