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인터뷰]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② “미·중 간 선택 있을 수 있지만, 한쪽으로 정렬시킬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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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 기자
입력 2022.08.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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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 후반기 시점, 디지털 혁신의 보다 큰 성공 위해서도 작은정부 관념에서 벗어나야
국제적 상호의존의 관계 활용, 이슈되는 내용과 상황에 따라 최대한 유리한 위치 점하는 것이 중요
한중간 경제협력, 세계 경제의 안녕에 중요한 전제, 한국경제가 중국 의존하고 있다는 시각 경계해야
주한미군, 동아시아 세력 균형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계 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의 후유증이라고 할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국제적 공급망의 이상 현상이 심각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경제도 장기 불황이 우려될 만큼 위기 국면인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방향이나 실체가 불명확하다. 철 지난 교과서적 접근이 전부 아닐까 우려되는데, 조금은 다른 시각의 분석과 기회적 대안이 필요하다.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홍기빈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대해 “목적이 민간의 역동성을 살려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건데, 현재 단계에서의 혁신에는 역으로 작은 정부가 문제 된다”고 지적했다. “매 산업혁명마다 후반기에는 민간의 역동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국가의 지휘를 따라서 사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협동해야 큰 규모의 혁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3차 산업혁명의 후반기에 이른 현재 시점에서 디지털 혁명과 AI 혁신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국가가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중간의 갈등과 우리가 취할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 홍 소장은,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냉전시대의 외교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냉전시대처럼 몇몇 강대국에 무조건 줄서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30여년 간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진행된 현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란 관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당연한 것이지만 현 상황에 맞는 "최대한 다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한미군을 예로 들면서 대북관점의 냉전적 시각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좀더 조화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중국과의 세력균형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얘기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중간 분열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한 가지 화끈한 답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해야 된다”면서 “무조건 친미나 친중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면 금융, 에너지면 에너지 등 이슈가 되는 내용과 상황에 따라 줄타기를 잘 해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드 경우처럼 “어느 한쪽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쟁점들을 일관되게 얼라인먼트(Alignment)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 대국인 한국과 중국의 무역관계는 전 지구적인 무역의 가치사슬에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면서 경제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중국한테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시각을 경계했다. 즉 “우리하고 중국하고의 협조가 힘들어지면 따라서 힘들어지는 나라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이해해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인 협력 더 나아가서 미국과의 협력이 전 세계 경제의 안녕에 필요하다는 점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주한미군'과 관련해서 "주한미군이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필수 불가결의 존재라는 점"이라며 "중국과의 세력 균형이 있어야 동아시아에서 좀 더 조화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그런 의미를 전제하고 얘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질서라고 하는 것은 상호 조화와 협조를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전제하며 "설령 두 강대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고 큰 갈등이 예견된다고 해도 우리는 어느 한쪽에 서는 입장이 아니고 최대한 여러 가지로 다변적인 입장을 보여야 된다"고 말했다.
홍기빈 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바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아리스트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기본소득 시대 (공저)> 등이 있으며, <사회적 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