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대선 결과가 확정된 3월 10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차재원 부산카톨릭대학교 특임교수와 함께 특별 대담을 가졌다. 0.73% 사상 초유의 박빙 승부로 끝난 20대 대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정부 출범까지의 정국 전망에 대해 견해를 나눴다.

김능구 : 앞서 20~30대 연령층을 봤는데, 지역 측면에서는 기존의 지역주의가 또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 보입니다. 그래도 이재명 후보가 TK에서는 상당히 선전한 편이죠. 반면 윤석열 후보는 호남에서, 이준석 당 대표는 30%까지 이야기했었는데, 10%대 초반을 얻었는데 지금까지 보수 정당 후보 중에서는 제일 많이 받은 겁니다.

결국 이 승부는 서울에서 났다고 보는데, 윤석열 후보가 수도권에서 선전한 지역을 보면 모두 부동산에 굉장히 민감한 지역입니다. 이번 선거는 결국 부동산 선거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 서울에서 민주당 계열이 대선에 진 것은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작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18%p까지 졌지만, 이번에 서울에서 민주당이 4.83%p 진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차재원 : 이번 대선의 정권 심판론, 그것의 가장 큰 불씨랄까, 동력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입니다. 그러니까 강남 사람들을 중심으로 종부세를 비롯한 세금이 과다하게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고, 강남에 살고 있지 않은 서울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하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또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난 2020년, 그러니까 21대 총선 직후에 했던 임대차 3법에 대한 밀어붙이기에 의해서 전세 실수요자들까지 크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다만 부동산에 대한 똑같은 심판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재보궐 선거 때는 서울의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이 졌는데, 이번에는 강북은 그래도 다 이겼습니다.

그렇다면 한강 벨트라고 하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봐야 합니다. 부동산으로 보면 중산층이라 할 사람들인데, 이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상당히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용성 지역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집을 갖고 있고, 절반은 전세를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세 비율이 꽤 높은데, 강북 같은 데 가면 다 집을 살 수 있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임대차 3법 때문에 열 받는 거고, 웬만한 마용성 지역은 거의 다 종부세 대상이기 때문에 집 가진 사람들은 세금 부담이 있습니다. 이런 반발 심리가 한강벨트 지역을 스윙보터처럼 보수 쪽으로 가게 만들었다고 보는 겁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왼쪽)은 울먹이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왼쪽)은 울먹이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김능구 : 그런 관점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한테 아쉬움과 섭섭함이 있더라고요. 사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은 이재명 후보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에 실망하고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두텁게 정권교체 층을 이루고 대선에 작동한 겁니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의 짐을 좀 덜어주는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공격과 분노를 온 몸으로 막아주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싸인이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에 적폐 수사 얘기를 사과하라고 이야기했지만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차재원 : 문재인 정권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 바로 부동산 문제인데, 사실 적극적인 차별화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요구하는 부분들을 앞장서서 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개인적 성격, 즉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쉽게 후퇴하지 않는 원칙주의가 발동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실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공급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까지 이야기했는데, 정권 핵심하고 뭔가 교류를 통해서 이러한 부분들이 정권의 핵심 가치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 가치를 좀 더 좋은 쪽으로 끌고 간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되는데, 그렇게 물밑에서 주고받는 것들이 약하지 않았나.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능구 : 정권 재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후보들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정권 교체 여론이란 언제든지 있었고, 그래서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현직 대통령들이 탈당을 한다든지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같은 경우 딜레마가, 역대 어느 대통령하고도 다르게 40% 이상의 국정 지지율을 계속 갖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철희 정무수석 같은 경우 40% 대통령한테 ‘여야 후보 모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할 정도였는데, 이재명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이재명 정부다’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 이재명 정부의 모습을 국민들한테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40% 국정지지율이 근간인데, 만약 차별화를 세게 했을 때 이게 빠져나가면 곤란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결국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집권 여당의 후보가 현 집권 세력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내세워야 되는데, 그걸 말로는 했지만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에 새겨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폴리뉴스> <폴리피플> 본지 김능구 발행인
▲  <폴리뉴스> <폴리피플> 본지 김능구 발행인

차재원 : 현직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조금 몸을 사리고 조심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여러 가지 복기를 하게 되면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의 실수를 큰 패착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총리,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이런 사람들이 다 민주당 출신이고, 중기부 장관과 문체부 장관까지 현직 의원입니다. 집권 여당 현직 의원이 선거 국면에서 같이 활동하는 것은, 정권심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심판에 대한 필요성을 더 자극하는 측면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탈당까지는 안 간다 하더라도 약간은 중립적인 내각을 구성해서 이재명 후보가 정치적인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그걸 못했다면 민주당 쪽에서 그런 요구를 할 필요도 있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능구 : 제가 지켜보았을 때, 경선 이후 민주당 후보로서 선대본을 꾸렸는데, 그 선대본을 거의 해체하다시피 하고 소규모 실무 중심 선대위로 재편합니다. 그때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나름대로 새로운 반전을 모색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 이후 예를 들자면 1월 초에 윤석열 후보 측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지지율이 상당히 앞섰을 때는, 한 번쯤 새로운 선대위를 꾸리고 금방 이야기했던 거국중립내각을 요청한다든지, 그런 모습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제가 좀 따끔하게 한마디를 하자면, 후보 혼자 뛰는 건 눈에 보이는데 이재명의 선대위에서 어떤 정치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무엇을 해 나갔다는 것은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측면에서도 우상호 의원이 뒤에 합류해서 활약했지만 제가 볼 때 거의 미디어에 국한된 것 같은데, 전략 차원에서 다들 역할이 있고 열심히 했겠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대선 과정에서 감동을 주고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느낄 만한 게 부족했다, 이렇게 봅니다.

차재원 : 저는 결과적으로 지긴 했지만, 이재명 후보가 정치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름대로 잘 싸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방금 말씀하셨듯이 이재명 후보 혼자서 뛰는 듯한 모양새가 계속적으로 연출되는 측면이 있는데, 기동력 있는 선대위로 바꾸는 과정에 민주당 내의 젊고 참신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우상호, 송영길 소위 말하는 586 중진들 위주로 뭔가 벽을 치고 있는 모습이 되다 보니까, 사실 이재명 후보는 586 나이지만 586 세대하고는 정치적인 이력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조차 586으로 보이는 듯한, 그래서 윤석열 후보가 계속 586을 공격하면서 그런 부분이 먹히게 만든 것도 잘못된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합니다.

 정치평론가  차재원 부산카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정치평론가  차재원 부산카톨릭대학교 특임교수

김능구 : 마지막으로 하나를 짚자면, 초기에 TV토론 하면 사람들이 이재명을 생각할 정도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까 이재명 후보가 제일 긴장돼 있더라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제가 한번 확인해 보니까, 실제로 캠프 내에서는 ‘대통령 다움’과 ‘이재명 다움’이 격돌하고 있었답니다. 포용과 안정감을 주는 컨셉과 기존의 사이다 이재명의 컨셉이 충돌하고 있었다는데, 전자가 조금 셌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다움으로 갔는데. 사람은 자기 생긴 대로 해야 된다는 말이 있는데, 지난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이재명에 환호하고 이번 경선에서도 국민들과 당원들이 호응한 거는, 포용과 안정감이 있는 대통령 다움이 아니라 사이다 이재명으로서 꽉 막힌 정치 꽉 막힌 경제를 시원하게 뚫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치가 모인 것 아니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는 건데 약간 방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재원 : 제가 생각했을 때는, 지금 이재명 후보한테 바랐던 모습들이 사실 윤석열 후보한테서 나타난 측면이 많습니다. 물론 윤석열 후보는 일종의 반사체로서 공격 들어올 때 시원하게 내지르고 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이재명 후보가 부자 몸조심하는 듯한 모습들이 이재명 답지 못했다는 겁니다. 사실 정치인은 자신의 길을 걸어오면서 만들어놨던 이미지, 사람들이 익숙하고 친숙한 이미지 자체를 갑자기 돌변했을 경우 불안하게 느끼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사실 다섯 번의 TV토론이 있었지만 진정한 승자는 윤석열이 아니었을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능구 : 이재명 후보도 너무 젊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적 활동도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고, 하나만 더 짚자면 20~30대가 비슷하게 됐습니다. 40~50대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섰고,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가 앞섰는데 이게 그냥 앞선 게 아니라 압도적이었어요. 투표율도 60대 이상 남성은 89.4% 여성은 80.2%인데, 그 투표한 사람의 67.4%, 66.8%가 윤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을 분석했지만, 어르신들의 압도적인 투표와 지지가 밑바닥 힘이 됐지 않나 보입니다.

차재원 : 사실 보수 후보 입장에서는 소위 ‘실버 파워’가 작동돼야만 이길 수 있는 선거입니다. 대표적으로 2012년도 박근혜 후보하고 문재인 후보가 붙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투표율이 많이 올라가면 진보 후보가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후보가 유리하다고 했는데, 그때 투표율이 예상했던 70%를 훌쩍 넘어 75%까지 갔지만 박근혜 후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60~70대 실버세대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 나와서 압도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밀었기 때문입니다. 그 현상이 이번에도 똑같이 재연된 것 같아요. 사실 어제 본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사전투표율에 비해서 본 투표율이 많이 안 올라오니까 무려 네 차례나 윤석열 후보가 음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만큼 실버 파워가 가동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호소가 나름대로 먹혔던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