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대선 결과가 확정된 3월 10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차재원 부산카톨릭대학교 특임교수와 함께 특별 대담을 가졌다. 0.73% 사상 초유의 박빙 승부로 끝난 20대 대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정부 출범까지의 정국 전망에 대해 견해를 나눴다.

김능구 : 오늘 새벽까지 전 국민을 몰입하게 했던 대선이 끝났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근소한 약 24만 7천 표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97년 이회창 후보를 이길 때가 1.53% 39만표 차이였는데, 그보다 더 접전이었죠. 저희들이 깜깜이 기간에 들은 여론조사로는 3~8%까지 윤이 앞선다고 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막판에 굉장한 추격을 한 거죠. 그래서 일단 대선 결과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고, 향후 전망을 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 차재원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어제도 방송 출연한다고 바쁘셨을텐데, 일단 대선 결과에 대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차재원 : 일단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높았던 대선입니다. 끝까지 10%p 이상 높게 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1% 이내의 초박빙 싸움이 됐다는 것은, 저는 ‘민심이 현재 정치권에게 보내는 절묘한 메시지를 만든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집권 세력의 오만과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심판을 하면서도, 새로 집권하는 세력한테는 ‘당신들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미리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만약 한 8%까지 벌어졌다면, 새로 집권하는 세력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오만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권력이라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몸을 낮추고 겸손할 줄 알아야 된다’는 생각을 정확하게 당선자한테 심어준 것 아닐까. 사실 오늘 새벽에 나온 당선자의 첫 번째 메시지도 국민통합이었고 상당히 낮은 자세로 겸손한 모드의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민심이 집단 지성을 통해서, 양쪽 모두에게 나름대로 절묘한 의미를 부여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김능구 : 0.73% 24만 7천 표로 신승한 대통령 당선자가 통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차재원 : 그렇죠. 거기에다가 설령 8%이상 차이로 이겼다 해도 결코 쉽지 않은 현재 정국구도입니다. 여소야대라고 하지만 사실 집권세력이 야당에 비해서 이 정도로 의석수가 적은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물론 97년도 같은 경우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가 70석 좀 넘고 한나라당이 120석이 넘어서 한 50석 차이가 났지만 그때는 그래도 연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민련하고 합치면 의석 수가 그렇게 많이 차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보궐선거 5석을 갖고 간다 해도 114석밖에 안 되고, 민주당은 172석에다가 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과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을 합치면 184석이 넘습니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폴리뉴스> <폴리피플>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카톨릭대학교 특임교수가  0.73% 사상 초유의 박빙 승부로 끝난 20대 대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정부 출범까지의 정국 전망에 대해 견해를 나눴다.
▲  <폴리뉴스> <폴리피플>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카톨릭대학교 특임교수가  0.73% 사상 초유의 박빙 승부로 끝난 20대 대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차기 정부 출범까지의 정국 전망에 대해 견해를 나눴다.

김능구 : 그렇습니다. 앞서 얘기하신 유권자의 절묘한 선택이고 싸인이었다는 것을 한번 짚어보자면, 먼저 이번 대선은 한마디로 비호감 대선이었다고 누구나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정권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보통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회고 투표라면 대선은 전망투표고,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정권 심판론이 나오더라도 막바지에 갈수록 비전과 인물 대결로 갑니다. 이번 대선의 경우에 이재명과 민주당에서 마지막 선거 전략을 ‘정권심판 대 인물론’으로 몰아가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정권심판론이 승리한 건데, 반대로 윤 당선자는 돼도 걱정이라는 겁니다. 금방 이야기한대로 국회 의석수부터 그냥 여소야대가 아닙니다. 거의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3분의 2, 172석에다 진보 성향의 의원까지 합하면 180석을 상회하는 거대 야당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 기억에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당선되고 2003년 처음 나온 이야기가 ‘대통령짓 못 해 먹겠다’였는데, 그때 한나라당이 제1당이습니다. 국회에서 되는 일이 없으니까 그런 푸념을 했는데, 윤석열 당선자의 경우도 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가장 중요할 듯 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저는 안철수 단일화가 마지막에 역풍도 있었고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하지만, 마지막에 0.73%를 이기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차재원 : 저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일화 전에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한 5% 정도 앞서가고 있었고 안철수 후보의 당시 지지율이 한 6~7% 나왔다고 한다면, 단순하게 합산했을 경우 12% 이상의 차이인데, 결국 0.7% 차이가 났다는 이야기는 보수 야권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대세론에 대한 순풍보다는 상당한 역풍이 작용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수 야권이 단일화함으로써 샤이 이재명이라는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등을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8번째 대선을 하는 동안 세 번의 단일화가 있었습니다. 97년과 2002년 단일화의 경우 DJ, 노무현 두 사람이 ‘진정성, 감동’을 보여줬던 반면에, 2012년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가 실패했던 이유는 사실 좀 어거지로 된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난 뒤에도 안철수 후보가 계속 완주를 이야기했고, ‘무능한 사람이 대통령 되면 1년 안에 손가락...’ 운운했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단일화하는 모습에 대해서, 적지 않은 유권자들 특히 중도층 같은 경우는 ‘이게 명분이 있어? 정치 야합 아니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일화가 이번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국민의 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김능구 : 단일화 역풍은 분명히 있었고, 그것이 호남표의 이재명 지지 결집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수도권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번에 서울에서 4.83% 31만 표 정도를 윤석열 후보가 앞섰어요. 그런데 직전 여론조사를 보면 거의 다 10% 내외로 앞섰고 그래서 서울이 관건이라고 했는데, 호남으로부터 날아온 바람이 서울 지역의 지지세에 변화를 가져온 겁니다. 호남 사람들은 19대 총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지난 2017년 대선 때도 무려 30% 이상 지지를 몰아줬는데, 배신감이 상당히 컸다고 보입니다. 또 하나의 역풍은 20~30대 여성의 안철수 지지표가 좀 있었는데, 안철수가 빠지면서 심상정을 지지하던 여성표까지 포함해서 이재명 후보로 갔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 부분에서 상당히 역풍이 불었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깜깜이 선거 전에 한 5~6% 정도 윤이 앞서는 조사였다고 했는데 그건 주로 ARS에서 그랬고, 전화면접인 갤럽이나 NBS 조사 같은 경우 윤과 이재명 후보가 거의 붙었고 안철수 후보가 7% 정도 나왔습니다. 이게 막판가서 빠지면 한 5%인데 그 표가 어떻게 갈 것이냐를 다들 궁금해했는데, 저는 6대4 정도, 윤 한테 60%면 3%, 이에게는 2%가 되는 걸로 봤습니다. 그래서, 그때가 단일화되기 전인데 ‘단일화가 되면 한 1% 정도 차이가 될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효과 측면에서 이미지에 대한 영향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윤에 대해서 좀 불안해하는 부분들, 정치 초년생이고 윤핵관 등등이 있습니다. 범 정치세력의 포용과 통합에는 정치력이 필요한데, 안철수와 함께 한 부분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지만, 그런 이미지에는 상당히 도움을 줘서 저는 좀 두텁게 했다고 표현합니다. 딱 실리적으로 어디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바둑으로 치면 ‘좀 두텁게 해줬다’는 겁니다. 두터운 바둑을 두는 사람은 한 집, 두 집, 반 집 이기고 하는데, 그런 효과는 있었다고 보는 겁니다.

그 다음으로 연령별 이야기를 해 볼텐데, 사실 이준석 당 대표가 이겼으면서도 조금 씁쓸할 수 있습니다. 본인 전략이 세대 포위론인데 사실 깨졌지 않습니까? 20대 남자에 너무 치중한 것이 역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두드러지는 게 20대 이하 연령층을 보면 남성의 58.7%가 윤 후보가 지지인데 여성은 58%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30대는 남성의 52.8%가 윤 후보를, 여성의 49.7%가 이 후보 지지입니다. 그래서 20대에서는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2% 정도 앞서고, 30대에서는 1.8% 정도 윤석열이 앞서서, 20~30대 전체적으로 보면 비슷하게 돼버렸습니다.

차재원 ; 소위 이대남을 겨냥했던 이준석 대표의 세대 포위론이 초창기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데는 하나의 기제가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초박빙을 자초한 일종의 정치적 트랩이 된 겁니다. 이대남에 대해서 공격적인 캠페인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가지는 이대녀들, 그러니까 젠더 갈등을 유발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거죠. 예를 들어 ‘여가부 폐지’라는 문제는 설득력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 여성가족부라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점에서 기능과 편제를 지적할 수 있지만, 단순히 이대남을 향한 일종의 포퓰리즘적 접근처럼 보이니까, 이대녀들이 결집해서 응징할 수밖에 없는 양상으로 갔다는 거죠.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젠더 갈등을 이용해서 득표 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당선되고 난 뒤 본인이 이야기하는 통합의 가치하고 배치됩니다. 바로 전까지는 갈라치기를 하다가 되고 나니까 통합을 이야기하는데, ‘과연 진정성이 있을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선거 전략이 아니었냐는 생각이고, 반드시 풀어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능구 : 여성부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때 김 대통령이 여성부는 ‘폐지하기 위해서 만든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여성부가 필요 없는 사회, 나라가 되기 위해서 여성부를 만든다고 이야기한 겁니다. 노무현 때 여성가족부로 확대하고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도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짜리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저는 이런 걸 누가 따라할까봐 겁이 납니다. 정말 정책적인 고민이 있어야 될 이슈, 국가적 문제를 한 줄짜리로 써낸다는 건, 어떤 면에서 약간 섬짓하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기자회견에서 대선에 있었던 이야기를 물어보니까, 이제 ‘대선은 끝났다’, 그리고 갈라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 합니다. 금방 진정성을 이야기했는데, 자기가 어떤 일을 했을 때 너무 나간 부분이라든지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면서 ‘선거 때라서 그렇게 갔는데 다시 균형을 잡겠다’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적 없다’고 하니까 당황스럽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보도 아니고 다 알고 있습니다. 이대남 세대 포위 전략이 떨어진 본인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됐고 그래서 이준석 당 대표와 두 번이나 다시 손 잡았던 것, 그리고 한 줄짜리 정책 메시지가 얼마나 언론에 많이 나왔습니까. 그런데 자기는 갈라치기 한 적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통합 행보는 필수고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계층이라든지 지역을 두고 선동을 많이 했습니다. 영호남에서 또 충청에서도 그랬고, 아까 말한 세대, 남·녀 모두 그랬습니다. 본인은 ‘선거는 복기할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선거 때 후보가 한 이야기는 국민에 대한 신성한 약속입니다. 그 부분을 되짚고 복기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그것과 인수위에서 새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내는 것하고 연결선상에 있어야 되는 겁니다. ‘이거는 그냥 선거 때 한 이야기고 새로 시작합시다’ 이런 식이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차재원 : 불가에서 나온 이야기에 ‘사벌등안(捨筏登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강을 건너고 언덕을 올라갈 때는 뗏목을 버리라는 건데, 선거 과정에 있었던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라든지 이런 것들은 버려야 될 필요가 있지만, 본인이 강조해서 이야기했던 공개적인 약속들 소위 공약은, 왜 무엇이 잘못돼서 그걸 폐기하고 새로운 식으로 가겠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생길 수 있는데, 필요할 때는 이 이야기를 하고 필요 없으면 말을 바꾸는 그런 이미지가 처음부터 굳어지게 되면 통합도 소통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습니다.

김능구 :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 초보가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최초의 케이스입니다. 이준석이 ‘0’선 30대가 당 대표 됐다 하지만 10년 동안 정치판에 있었던 사람이고, 윤석열은 실제 검찰총장을 사직한 게 지난 해 3월 4일이니까 1년 만에 대통령까지 당선된 거죠. 그 장면들을 한번 돌이켜보자면, 먼저 총장직을 사퇴할 때 메시지가 강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위해서’라며 거의 대선 출마선언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첫 번째 액션이 7월 30일 국민의 힘에 전격 입당한 겁니다. 이준석 대표가 없을 때여서 ‘대표 패스’라는 말도 있었는데, 어쨌든 3지대에 머물면서 새력을 확충해서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나, 여러 사람이 그렇게 조언도 했다는데, ‘범을 잡으려면 범굴에 들어가야 된다’고 그 입당이 결과적으로 보면 윤석열 당선자의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차재원 :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같은 경우는 ‘왜 들어가냐’ 상당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일단 대통령 당선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이 윤석열 당선자의 강점인 것 같아요. 윤석열 당선자의 검찰총장직 사퇴 이야기를 하셨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2013년도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마디가 국민들 뇌리 속에 아주 강력하게 박혀있습니다. ‘소신 있는 검사구나’ 실체적 정의를 위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외압을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권력에 맞서는 모습, 사실 그것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나서 다섯 단계의 승진을 통해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하지 않습니까. 또 하나 오늘의 윤석열을 만든 것은 추·윤 갈등 과정에서 보여줬던 일종의 강골 리더십이라 할 부분입니다. 헌정사상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윤 총장 이전에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윤 총장한테만 세 번 지휘권을 행사했는데 거기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졌고, 임기가 3~4개월 남아 있는데 던지고 나와서 현 권력하고 맞서는 결단, 결기 등이, 오늘의 윤석열을 장식하는 좋은 쪽의 밝은 빛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김능구 : 탄핵으로 정말 끝을 모르게 추락한 보수 정당이 사실 내부 개혁과 혁신에 실패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외부 수혈로 채운 케이스입니다. 11월 5일 경선에서 승리를 쟁취하게 되는데, ‘지금 당에서는 안 되니까 이 사람으로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아지게 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게 국민 여론조사에는 홍준표 의원한테 10% 이상 뒤졌지만 당원 투표에서 두 배 가까이 압도했는데, 이게 또 시사한 바가 큽니다.

차재원 :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수사를 총괄했고 사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지휘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당시만 하더라고 어떤 언론에서는 보수의 원흉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게 어느 순간에 보수의 희망으로 바뀌어 있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윤석열의 소신, 강골 그리고 결단, 이런 부분들이 보수 유권자들 특히 국민의힘 당원들 입장에서는 ‘과거에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저 사람을 내세우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겠다.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과 믿음을 줬던 것이, 경선 당시 당심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말씀하신 것처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정치 고수들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빨리 입당을 해서, 신선미를 내세우며 당을 장악한 것은 정치초보에게 보기 힘든 결기와 결단, 판단력인데,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김능구 :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해체 등 당내 갈등에서, 본인이 아예 선대위 자체를 전면 개편해버린다든지, 그리고 의원들이 밀어붙여서 이준석 당 대표를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는데 본인이 나서서 화해와 포용으로 풀어버린다든지, 나름대로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입니다.

차재원 : 사실 정치초보라는 것은 여의도 문법이라고 이야기되는 기존의 정치적 관행과 태도하고 좀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뜻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 유연성과 과단성이 나왔던 것 아닐까. 정치 초보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번에 당선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김능구 : 본인은 정치적 부채가 없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봐야 할 장면은 후보 단일화입니다. 다들 후보 단일화가 마지막 승부수라고 이야기했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여러 라인을 동원해서 안철수 후보랑 협상을 했습니다. 후보 등록 다음 날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하고 그 일주일 뒤에는 또 단일화 제안 철회를 하는 등 곡절이 많았는데, 단일화 제안만 가지고도 기대감을 줘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철회하면서 지지율이 다시 제자리로 내려가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전격적인 단일화 전에는 지지율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전부 다 ‘이제 단일화는 끝났다’ 생각했는데 마지막 TV토론이 끝나고 전격적인 양자회동을 통해서 성사가 됩니다. 사실 그림은 그전에 다 나와 있었던 것 같아요.

차재원 : 그림은 나와 있었겠지만 실제 만들어질 거라고는 아마 윤석열 후보도 크게 자신하지 못했을 겁니다. 북한이 하는 외교 행태를 벼랑끝 외교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윤 후보도 벼랑끝 정치를 한 것 같아요.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코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과단성은 승부사의 기질도 있다고 하겠는데, 향후 국가 운영에 있어서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과 같은 모습은 좀 자제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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