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불합치 판결에도 다시 ‘야간 집회 금지’, 야권 맹반발

야간 옥외 집회 금지를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 또 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3일 한나라당 및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등 야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시법을 강행처리함에 따라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현행 집시법은 일몰 후 옥외 집회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헌재의 불합치 판정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다시 옥외 집회 금지 조항을 강행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이에 야권은 ‘개악’이라며 맹렬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헌법 불합치 판정에 따라 현행 집시법은 이번 달 30일이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국회는 6월 임시국회 내에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에, 한나라당은 옥외 집회 금지 시간을 오후 11시~익일 오전 6시까지로 개정하는 안을 냈으며, 민주당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자체를 삭제하고 학교와 군대, 국회의사당 등 일부지역에서만 밤12시~익일 오전 6시까지로 금지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자당 안으로 강행처리한 것.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조항을 야당과 충분한 토론 없이 강행 처리함에 따라, 야권에서는 또 다시 오만과 독선 행태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與, “밤 11시부터 제한하는 대안 제시했음에도 야당 퇴장...아무튼 처리돼 다행”

한나라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은 24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10시 시작안보다 1시간 후퇴한 11시로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이 됐다”며 “이로써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우려되었던 치안공백 및 11월로 예정되어있는 G20의 안전한 개최를 위한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어 다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휴식을 취해서 주무시는 시간에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그동안에도 그러했듯이 사회질서를 파괴해서 혼란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24일) 행안위에서 반드시 의결되어야 하고 본회의 의결에 있어 이번만큼은 국민들께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드리기 위해 야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행안위 전체회의 통과 의지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 같은 강행 의지에 ‘집시법’ 직권상정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여야는 날선 대립을 펼치며 국회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野, “월드컵 거리응원하다 정부 비판하면 불법으로 걸리게 되는 악법 탄생”
“야간 촛불집회 문화에 대한 과도한 피해의식과 알레르기 반응”

야권은 한나라당이 내놓은 개정안으로 집시법이 통과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이 민감한 법안을 야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한나라당 의원들 단독으로 강행처리한데 대해 맹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백원우 제1정조위원장은 24일 오전에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이에 대해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여러분께서는 야간활동을 대단히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며 “심하게 얘기하면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하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얘기를 하게 되면 그 순간 바로 불법야간옥외집회에 걸리게 되는 악법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백원우 의원은 이어, “이 사안은 분명히 작년 9월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 9명중 5명이 사실상의 위헌판결을 내린 법”이라며 “충분한 토의 없이 강행처리한 한나라당의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오늘 상임위에서 다시 충분한 토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패배를 시인하며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한나라당이 선거 이후 처음 열린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강행처리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군사독재시절의 야간통행금지라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냐’, ‘지금이 21세기가 맞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야간 촛불 집회 문화가 우리나라 특유의 평화집회 유형으로 자리 잡은 지금, 야간집회에 대한 한나라당의 과도한 피해의식과 알레르기 반응이 이번 야간집회금지 강행통과를 가져온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의원은 이어, “행안위 전체회의의 한나라당 의원들마저도 야간집회금지법을 강행 통과시킨다면 한나라당은 다시 한 번 더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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