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독일 및 영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판매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은 총 29건이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독일 및 영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판매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은 총 29건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독일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DLS‧DLF)의 4500억 원대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이 진행할 관련 분쟁 조정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최소 1억 원 이상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넣은 투자자들이 일반 투자자인지, 전문 투자자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달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과 관련한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한다.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안건은 총 29건이다. 이 가운데 3건(KEB하나은행)이 내달 분조위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미국의 파운드·달러화 이자율스와프(CMS)에 연동된 DLF 상품 판매 잔액은 6958억 원으로 이 중 85.8%인 5973억 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또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 판매 잔액은 1266억 원으로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있다.

금감원은 우선 9월 분조위 상정 예정인 3건에 대한 기초 사실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 3건의 분쟁 조정이 향후 제기될 유사 분쟁 조정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배상 비율은 개별 분쟁 조정 사례의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첫 번째 분쟁 조정 사례에서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나 제조, 영업지침 등 사안이 규정지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분쟁 조정과정에서 통상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등 3가지 부분을 집중 점검한다.

적정성은 고객의 연령과 수입원, 금융 지식과 투자목적 등을 파악하는 부분이고, 적합성은 적정성을 통해 산출된 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를 보는 영역이다. 또 부당권유는 이율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등 판매 과정에서 고객을 유치하고자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이 3가지 부분에서 금융사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 6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해왔다. 다만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등 사례에선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어르신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 60%에 10%를 가중한 7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했었다.

21일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 21일 서울의 한 빌딩 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ATM 기기.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에 논란이 된 DLS‧DLF는 최소 투자단위가 1억 원인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형태의 상품이다. 투자자의 평균 투자액은 2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해당 상품 투자자들을 일반투자자로 볼 수 있는지가 금감원 분쟁 조정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선 통상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을 일반 투자자가 아닌 전문 투자자라고 본다. 일반 투자자라면 은행 등 금융사가 상품 판매 전 투자자 적합성을 따져볼 때 투자자 성향 분석, 설명의무 이행 등의 의무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상품구조를 제대로 설명하고, 상품설명서 혹은 투자설명서를 제공하고, 원금손실 위험성을 명확히 고지해야 불완전판매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투자자의 경우 자신이 원해서 가입했다는 투자 확인서만 있으면 금융사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법상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이고,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억 원을 넘으면서 연 소득이 1억 원보다 많은 이들을 전문투자자로 본다. 즉 DLS‧DLF 가입자들을 전문 투자자로 볼 경우 금융사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와 관련해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고액을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 책임을 무겁게 지운다”며 “손해배상 자체를 받지 못하거나, 배상을 받아도 비율이 굉장히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분쟁 조정 절차를 통해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합동검사를 통해 이번 사태를 촉발하게 된 은행·증권업계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위험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게 된 내부 의사결정 과정, 상품 설계·기획과 판매의 총체적 문제점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은행의 ‘OEM(주문자생산)’ 의혹도 점검 대상이다. 일부 은행이 증권사에 주문을 넣어 DLS‧DLF 상품을 설계했다는 것인데, 사실로 드러나면 위법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에 대한 책임 추궁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현재 금감원이 손실 규모를 확인하고, 금융 상품의 설계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은행 등 금융회사의 리스크(위험) 관리 상황을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며 “조사 진행 상황 등을 봐가며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위치의 후보자로서 생각을 정리해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께 소상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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