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을 사실로 입증하는 것이 사참위의 역할”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한 독립 기구가 필요”
“김성묵씨 주장하는 것에 비판하거나 반박하고 싶진 않아”
오는 10일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의 임기가 종료되기 하루 전인 9일, 위원회 기한 1년6개월(2022년 6월까지) 연장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지난 3일부터 ‘사참법 개정안 통과'를 외치며 국회 농성에 들어갔다. '폴리뉴스'는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 과정을 담고 ‘사참법 개정안’ 통과 이후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세월호 기획]을 연속 보도한다. 먼저, 농성 현장에서 ‘예은아빠’ 유경근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편집자주]
[폴리뉴스 이승은, 남가희 기자]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국회 본청 앞에 모여 철야농성을 한 끝에 마침내 9일 오후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사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했다.
국회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참법 개정안’ 원안이 아닌 수정안으로 통과시켰다. 세월호 가족 측은 법안 통과보다 법의 실효성이 더 중요하다며 법안 통과 이후에도 여러 기관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법 내에 이게 정말 강한 권한이다’고 줬지만 무용지물이었다”며 기존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회에서 통과시킨 사참위 개정안은 ▲ 오는 12월 10일 활동이 종료되는 사참위의 활동기간 1년 6개월 연장 ▲ 6개월마다 활동 내용 보고 ▲개인 또는 기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저녁 국회 본청 앞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폴리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입장을 밝혔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이번 국회 농성의 의미가 그 전과는 다르다며 “지난 세 번에 걸쳐서 농성하고, 만들고 결론을 내린 것은 결국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법이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3년 전 국회 농성 때 국회 통과를 촉구했었던 것은 세월호 참사 2기 특조위 격인 사회적 참사위원회(사참위)를 출범시키자는 내용 등이 골자다.
그러면서 유 집행위원장은 “사참위가 지난 9월 2일 특검을 요청했다. 국회에서 사참위에게 특검수사요청권을 줬었다”라며 “하지만 특검을 요청해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특검 요청건을 단 한 차례도 올리지 않고 국회 임기가 끝나니 자동 폐지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검 조항에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해서 다시 요청했지만 21대 국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라며 “아무리 법을 강하게 잘 만들어도 시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별법 내에 강한 권한을 줬다고 하지만 무용지물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집행위원장은 “사참위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 법이 실효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그것은 국회도 해야 하지만 청와대도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혹을 사실로 입증하는 것이 사참위의 역할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사참위가 사실 입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해경이 승객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참위에서 밝혀냈다”라며 “이후 국정원과의 관계, 세월호 침몰 원인 관련 실험결과 등 많은 부분을 입증했다”라고 했다.
그는 “대중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사참위가 입증한 사실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사참위가 해야 하는 일은 새로운 것들만 밝혀내는 조직이 아니다. 이미 의혹이 제기되어왔던 사안들. 그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입증하는 것이 사참위의 역할이다.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사참위 개정안에 대해서도 “지난 7년 동안 진상규명 조사, 수사를 착실히 잘 해왔다면, 뭐라고 이야기할 것도 없다”라며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제야 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5년짜리 공소시효가 끝나버렸다.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게 맞다”고 말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검찰 수사 부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을 하게 되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라며 “처벌은 검찰이 할 수 있다. 온전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선 수사가 병행되어야 하고 협조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는 적어도 수사 부분에서는 책임지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수사단이 탄생할 수 있도록 중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뢰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어”
유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진상규명에 대해 일관되게 견지해왔던 입장인 ‘신뢰할 수 있는 진상규명 조사 과정’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결과를 정해놓고 이 결과가 나와야 진상규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라며 “특별법을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한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조사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결론만 내놓고, 무조건 받아드리라고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상조사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믿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며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면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단식투쟁 김성묵씨는 우리와 방향이 달라”
한편, 청와대 앞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생존자 김성묵씨가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김성묵씨는 사참위 개정안을 비판하며, 오직 대통령 직속 특별 수사단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가족협의회와는 다른 방향이다”라고 답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김성묵씨가 주장하는 것에 비판하거나 반박하고 싶지 않다. 방향이 다른 것에 대해서 관여할 바는 아니다”라며 “다만, 거꾸로 그 사람들도 우리들에게(세월호 가족협의회) 비난해선 안된다.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사참위법 개정안’이 재석 240인 중 찬성 176인 반대 10인 기권 54인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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