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이 초청? 어색, ‘우리가 남이가’식 당청 관계 걱정돼”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24시간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어제 청와대에서 있었던 만찬 자리가 참 이상하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에 가는 것은 대통령 초청에 응해 가는 것이 일반적인 예인데 대통령 비서실장 초청으로 식사 자리를 한 것은 참 어색하다”며 “대통령 주재 자리에서 (논의가) 있을법한 현안과 인사 난맥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한 것도 참 이상”하다고 밝혔다.
우 최고위원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나가자’, ‘이기자’ 등을 건배사로 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우리가 남이가’로 들리는 것은 괜한 오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청와대와 여당 관계에 매우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 최고위원의 발언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공작정치’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데 오히려 김 실장은 ‘왕실장’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여당은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하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비서실장은 법무장관 재직 시절인 지난 1992년 대선 직전에 부산 초원복집에서 기관장들을 불러 ‘우리가 남이가’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불법 대선개입을 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의 이번 만찬을 계기로 2013년 판 ‘우리가 남이가’ 식의 공작정치가 부활되는 게 우려된다는 게 우 최고위원의 관측이다.
한편, 김기춘 비서실장은 지난 1일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대표단 10여 명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청와대측에서는 김 실장을 비롯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 3실장 모두와 수석비서관 9명 전원 및 주광덕 정무 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전체 인원은 29명이었다. 이번 모임은 김 실장이 지난 8월8일 임명된 후 54일 만에 처음이다.
김 실장은 이날 모임에서 ‘왕실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언급하며 “언론들이 하도 그래서(써서) 운신을 못하겠다. 방구 뀐 것까지 다 소문이 난다”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실장은 “언론이 나를 과대 포장해서 부담스럽다”며 “나는 대통령의 뜻을 밖에 전하고 바깥 이야기를 대통령께 전할 뿐이다. 옛날 말로 승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한 의원이 “서청원 전 대표는 참 좋은 분”이라고 하자, 대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의원이 “축첩을 해도 야당이 나무라지 않으니 앞으로도 검찰총장 하기 쉬워졌다”고 말하자, 김 실장도 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이기자’(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자), ‘우하하’(우리는 하늘 아래 하나다) 등의 건배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술은 와인을 한 잔씩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