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의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동맹·다자주의’-‘북핵 단계적 해법’ 모색할 듯
변화된 정세지형, ‘더 커진 中영향력’-‘위험수위 넘은 北핵·미사일 능력’-‘높아진 한국 위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6일 밤(현지시간) 자신의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6일 밤(현지시간) 자신의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과 대한반도 정책변화 전망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미동맹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퇴조하고 ‘동맹과의 협력’이 강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보수진영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위태로운 외교적 환경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미국이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한 편을 선택하라는 압박 때문에 외교적 입지가 좁혀 질 것이란 주장이다.

또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받는 ‘3기 오바마 정부’가 돼 트럼프 정부의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무위로 돌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도 좌절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2기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의 대북정책 기조를 되살려  ‘페리 프로세스 시즌2’가 가동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노선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는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과거의 한·미·일 관계는 새롭게 조정되는 과정을 밟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바이든 당선자는 11월23일(현지시간) 미국 대외정책을 이끌 투톱으로 국무부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각각 지명했다. 이들은 ‘미국 우선주의’보다는 ‘국제주의와 동맹 협력’을 강조해온 인물이라 바이든 당선자의 ‘동맹 중시’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후보자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 타결의 주역으로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특히 그는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6월11일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 핵협상 모델을 북핵 협상의 최선의 모델로 지목했다. 그는 북핵문제도 이란 핵협상 모델인 ‘다자주의’와 ‘단계적 해법’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7월 이란과 합의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미국과 이란 외에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7개국이 참여했고 ‘단계적 점진적 방식’이 적용됐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리비아식 ‘일괄타결’ 방식으로 한꺼번에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데 대해 ‘돈키호테식 모험심’으로 비유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협상에서 ‘중간합의’를 둬야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블링컨는 한미군사훈련과 대북제재를 ‘협상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당선자의 블링턴 기용은 북핵협상이 트럼프 행정부의 ‘선(先) 핵폐기, 후(後) 경제보상’의 일괄타결 방식이 아닌 단계적 접근의 ‘이란식 방식’으로 갈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나 블링컨 후보자 모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독재자’, ‘폭군’으로 표현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 핵에 관해서는 ‘협상’을 통한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20년 정세변화, ‘더 커진 중국변수’-‘위험수위 넘은 北핵·미사일 능력’-‘높아진 한국 위상’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그려질 미국의 한반도 외교 틀을 아직 예단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20년 한반도는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국제정치질서와 한반도 주변정세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반도는 과거의 방식으로 접근해선 문제 해결이 어려운 여건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다. 오바마 시대는 G2(글로벌 양대 강국)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미국 우위가 확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 우위는 약화됐다.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조차 G0(제로)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며 미국과 중국 중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국제질서를 얘기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까지만 해도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과 새롭게 성장하는 중국 간의 대결을 두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회자됐지만 이제는 ‘킨들버거의 함정’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미국의 패권이 전제된 용어지만 ‘킨들버거의 함정’은 새로운 강자 중국의 부상에 방점이 찍힌 표현이다.

마셜 플랜의 창시자인 찰스 킨들버거 교수의 이름을 딴 ‘킨들버거의 함정’은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 국가가 가졌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 재앙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할 경우 미국 중심으로 구축돼 온 기존의 ‘한반도 정세지형’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사태로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때보다 중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즉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과거 미국 정부처럼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대북제재에 동참하도록 할 강제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에서 ‘중국변수’가 커져 미국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한반도문제에 접근할 수는 없다.

두 번째 변화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결과 북한은 6차례 핵실험으로 핵의 소형화를 이뤘고 이동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은 미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이미 북한 핵문제는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 바이든 정부에게 북한 핵문제는 ‘이란 핵협상’ 복원보다도 더 시급하다. 

세 번째는 한국이다. 한국은 ‘한반도 당사자’이지만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종속변수였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당사자’로서 역할을 키웠다. GDP 세계 10위, 중국·미국·일본·독일에 이은 5대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 매김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커졌다. 

기존 G7체제를 확장해 G9, 또는 G10이 조만간 출범할 경우 한국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한국의 뜻을 반한 형태의 한미일 동맹의 틀을 그대로 가져가기 어렵다. 또 한국을 일본의 하위동맹으로 놓은 기존의 한미일 동맹 틀은 2019년 7월 일본의 무역규제조치로 인한 한일 간 갈등으로 이미 흔들렸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명만 유지할 뿐 실효성을 잃었다.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는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때처럼 한국을 압박할 수 없다.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려면 과거보다 한국의 입장과 요구에 더 귀를 기울여야하는 환경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