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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초읽기 들어선 김정은 ‘연내 시한’, 北 ‘벼랑끝 전술’ 최고조

北 협상실패 대비 ‘자력갱생’ 강조하지만, 국제고립의 ‘새 길’ 원치 않아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북한의 다음 선택지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한 시한인 연말까지 2개월 밖에 남지 않아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의 대미 압박수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북한 내 현지지도 활동을 부쩍 늘이며 ‘자력갱생’의 의지를 내보이면서 남북협력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사업서 남한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연말 시한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핵과 미사일 발사시험도 재개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관계’를 강조하며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협상장에 나오라고 독촉하고 있다. 대미 압박의 ‘벼랑끝 전술’의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현재 국면만 보면 북미가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이행방식에 대한 이견을 좁혀 절충점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과 미국 둘 중 하나가 접점을 찾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하지만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연한 접근을 얘기하면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빅딜’ 일괄타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북한은 이를 ‘항복’으로 인식하면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에 지리멸렬한 교착국면은 장기화되고 지난해 9월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내놓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제안 원점(原點)에서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후 7개월 만에 개최된 10월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결렬시킨 것은 자신의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데 맞춰져 있다.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신호도 미국 쪽으로부터 왔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비판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스톡홀름에서 북한이 만족할 만한 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측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대사는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낡은 각본 같은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그러면서도 김 대사는 “미국이 준비가 안 됐으니 연말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조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연말 시한의 북미 대화의 끈을 유지했다.

김 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의 핵시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며  연내 회담에 진전이 없으면 내년부터 다시 핵·미사일 도발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북한의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행위는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을 감안해 보다 유리한 조건서 협상을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결렬을 선언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식의 앙갚음이란 시각도 있다.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3일 기차 장정’을 펼쳤다. 게다가 출발 장면부터 북한 주민에게 공개하는 등 자신감 넘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선언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

김계관-김영철 담화로 ‘김정은-트럼프 관계’ 내세우며 연내 북미협상에 전력  

스톡홀름 실무 협상 결렬 이후 20일여일 지난 10월 24일 북한은 김계관 고문 담화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북미 정상회담 추진의 문을 열어놓았다.

김 고문은 이어 “나는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 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를 분리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다.

김 고문의 담화는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관련해서도 아마 뭔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몇몇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리고 그것은 어느 시점에 중요한 재건(a major rebuild)이 될 말한데 대한 북한의 답변이었다.

북한 외무성 내의 원로급인 김 고문은 지난 1~2년 북미협상의 고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장본인이다. 싱가포르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막말 담화로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몰린 시점에 김 고문 담화가 나오면서 수습국면을 밟았고 이번 스톡홀른 실무협상 개최도 김 고문의 9월27일 담화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북한은 연말 시한의 북미협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 시기를 넘기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 등 국내 정치현안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고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북한으로선 반드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또 10월 27일에는 북미협상 라인에서 물러났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미관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관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올해 말 시한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며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영철-김계관 역전의 용사들이 전면에 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으로 연내 협상에 나서라는 촉구한 것이다. 비록 말은 험할지라도 그만큼 연내 협상에 북한이 모든 힘을 쏟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협상실패 대비한 김정은, ‘자력갱생’ 내세우며  금강산관광 남측 시설물 철거 요구 

이러한 가운데 남한을 비난하고 압박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의 수위도 한층 높였다. 하노이 회담 실패에 북미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남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의 연장이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핵시설 폐기’ 카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줬음에도 미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동선언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키로 했지만 1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한미워킹그룹’에 묶여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6.12 싱가포르회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후인 10월 8일 문 대통령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비난하면서 “세 치 혓바닥 장난으로 세상을 기만하려 할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가고 있는 무모한 반공화국대결 광대놀음부터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며 막말로 비난했다.

또 “상전의 요구라면 염통도 쓸개도 다 섬겨 바치는 남조선당국의 친미굴종 행위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한이 중재자라기보다는 ‘미국의 허락’ 없이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협력사업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중앙통신>은 10월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적들이 우리를 압박의 쇠사슬로 숨 조이기 하려 들면 들수록 자력갱생의 위대한 정신을 기치로 들고 적들이 배가 아파 나게, 골이 아파 나게 보란 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앞길을 헤치고 계속 잘 살아나가야 한다”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북미협상 실패에 대비한 ‘자력갱생’ 강조로 해석된다.

급기야 10월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남북협력사업의 상징인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 “손쉽게 관광지나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며 남측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남한 압박과 배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월드컵 축구 지역예선 경기 중계를 않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했다. 이는 한국의 도움을 바라고 이에 기대 경제발전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0월24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백두산에서 미국을 향해 결연한 의지를 과시했고 금강산에서는 한국을 일종의 고육지계(苦肉之計)로 쓴 것”이라며 “한국의 팔을 비틀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에게 어떻게 할 거냐는 일종의 고도의 압박전술”이라고 했다.

이 또한 연말 시한의 북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란 얘기다. 한국을 때려 미국을 움직여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리 두 달 시한의 북미협상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묶여 있는 남북경협사업이라도 풀어야 한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北 국제고립 ‘새 길’ 선택 쉽지 않아, 文대통령 “한반도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

북한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자력갱생의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국제 고립의 길’로 가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정책목표로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한 약속과도 어긋날 뿐아니라 자신의 실패와 과오를 드러내는 것으로 체제 내부 동요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핵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 재개도 여의치 않다. 최근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전제돼 있다. 북한과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복원됐다지만 북한이 핵 시험이나 ICBM 발사시험을 감행하면 중국도 마냥 북한의 뒷배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포기할 경우 북한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시간 동안 북한은 지금과 같은 고립을 감당해야 한다. ‘벼랑끝 전술’은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의 답답한 속내를 내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2일 국회 정부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상황을 ‘마지막 고비’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는 방안에 대해 10월 25일 청와대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 비핵화) 대해서 김정은이 바라는 조건들을 미국이 대화를 통해서 받쳐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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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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