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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기지개 켜는 북미협상, ‘중재자→조력자’로 위상 낮춘 한국

북·미 친서(親書) 교환으로 직접 거래 시동, ‘남·북·미 3자→북·미 2자구도+2’로

2월28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얼어붙은 한반도평화 분위기는 6월로 접어들면서 다시 새 봄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친서를 교환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20~21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의 비중 높은 당사자로 등장했다. 이어 6월28~29일 열리는 일본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 주석은 오사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나 한반도평화 문제를 논의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9~30일 방한해 문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평화와 비핵화 문제를 두고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DMZ를 방문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한 대북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4월12일 미국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직후부터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고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6월17일에도 6월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남북정상회담을 제한했지만 북한은 어떠한 응답도 않았다. 그러다 북중정상회담과 트럼프-김정은 친서교환 방식으로 북미협상으로 가는 돌파구가 마련되는 분위기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교착국면에 빠졌던 북미협상은 다시 재가동하고 있는 과정을 복기하면 중재자로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2018년 한반도의 봄’이 펼쳐질 때보다 약화됐다. 반면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역할이 높아졌고 6.25 정전체제의 당사국인 중국의 비중이 커졌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이란 두 개의 목표를 구현하는 협상은 본질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북한의 결정이자 선택이다. 다른 국가는 압박하고 영향을 행사할 뿐 그 결정을 하는 것은 북한이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면  현 국제질서를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상응조치와 ‘북한 체제보장’을 보증하는 최종주체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한국과 중국은 ‘협상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북미협상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담당하거나 아니면 ‘방해자’ 역할을 해온 것이 지난 20년의 북핵문제 경과다. ‘한국’이나 ‘중국’이 방해자 역할을 할 경우 ‘북미 협상’도 가로막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은 ‘방해자’로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한 것이 그 사례다.

그런 측면에서 2019년 재개된 ‘한반도의 봄’은 협상의 당사자인 북미가 전면에 서고 2018년 다소 소외됐던 중국이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자기 역할을 높인 것은 긍정적이다. 2018년 핵심적 역할을 담담했던 ‘한국’의 역할은 축소하고 암중으로 관련국과의 물밑 협상을 강화하며 조용한 행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2018년 한반도의 봄’에서의 ‘한국’의 역할이 국제정치 역학구도에 비해 과도했다고 볼 수 있다. ‘70년 겹겹이 쌓인 한반도 냉전’의 얼음을 녹여내기 위해선 피할 수 없었지만 이것이 미국으로 하여금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 ‘한미워킹그룹’을 강제해 한국의 보폭을 제한하도록 한 배경이다.

또 중국과 일본 또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평화질서’ 형성에 경계감을 갖도록 했다.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지만 북한 체제안전의 실질적인 제1위협은 ‘한국’이란 현실은 변할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성공해 경제개방의 길로 갈 경우 ‘한국의 경제력 영향력과 민주주의제도’는 피할 수 없는 ‘체제 위협’이다.

북한은 2000년대 이후 독일통일 사례에 근거한 남한의 ‘흡수통일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과감한 비핵화와 북한 사회 ‘개혁·개방’에 나서지 못하고 주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2019년의 북미협상 재개’ 국면에서 한국의 역할이 낮아진 것은 정상적인 흐름이다. 북미는 지난해 2번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미 안면을 텄기에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또 더 이상 중국을 배제할 수도 없다. ‘한반도문제 당사자’를 계속 묶어두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한국이 지난해와 같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욕심이다.

북·미 ‘친서(親書) 외교’ 통한 직접 대화, 한국 ‘중재자→조력자’로 위상 낮춰

‘2019년 한반도의 봄’ 재개는 북미 ‘협사 당사자’ 간의 직접 거래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을 ‘중재자’, ‘촉진자’로 내세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한국과 중국은 한미-남북-미중-북중 루트를 통해 상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참여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친서(親書) 외교’가 ‘2019년 한반도의 봄 재개’의 물꼬를 튼 것이 이를 상징한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란 ‘징검다리’가 놓인 이후 정상 간 ‘친서’가 오갔다. 이제는 그 절차 없이 ‘친서 외교’가 곧바로 전면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1일(현지시간)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며 “그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편지였다”고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고 그 편지가 ‘생일 축하 편지’라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언론들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청신호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6월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에 대해 미국이 대강의 내용을 알려준 바 있다”며 “친서 내용 소개는 트럼프가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말해 친서에 보다 진전된 내용이 들어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에 화답해 친서를 보낸 것이 6월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같이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고 한 부분, ‘심중히 생각하겠다’고 한 대목은 북미협상 재개가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6월2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추가적인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마도 있었을 수 있다”며 “어느 시점에 우리는 그것을 할 것”이라고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친서 교환’으로 북미협상 전열을 정비하는 흐름이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친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중요한 논의를 이어가는 데 좋은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한이 준비됐음을 보여준다면 말 그대로 당장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29~30일 1년 6개월 만에 방한한다. 여기에 북미협상라인도 같이 대화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함께 방한하고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선 27일 한국을 찾아 한국측 파트너와 실무협의를 가진다. 특히 대북 강경파로 ‘하노이 노딜’의 주역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뒤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하는 것도 주목된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는 ‘2019년 한반도의 봄’은 북미 당사자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틀 후인 6월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한 것을 보면 북미 사이의 ‘중재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이 물밑 ‘조력자’로 역할을 낮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 당사자’로 나선 中, ‘남·북·미 3자구도→북·미 2자구도+2’로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6월20~21일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북중 순치(脣齒)관계를 완전히 복원하면서 북미협상에 있어 중국이 북한의 지원자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협상과 관련해 “조선은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향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서의 “중국의 적극적 역할”과 함께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한 지원,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북한 방문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 당시 주석 이후 14년 만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흔들렸던 전통적인 북중 순치관계를 완전하게 복원했다는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방북단에는 외교와 안보 책임자 외에 경제개발 책임자인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도 참석해 북중 간의 경협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중 정상회담을 두고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 관련 논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란 일부의 시각이 존재하지만 확인될 수 있는 내용을 보면 비핵화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에 공감했을 뿐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은 이보다는 북중 혈맹 확인과 이의 대외과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선 북한의 ‘단계·동시적 해법’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선에서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의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틀 내의 식량과 의약품 등 대북지원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양국은 상호 이익을 얻었다. 북한은 중국이란 배후 지원자의 존재를 통해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였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을 고려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사카 G20 정상회의 만남 이후로 평양 방문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나 홍콩의 시위사태로 북한 방문을 재촉했다. 시 주석은 이를 통해 홍콩문제에서 한시름 돌리는 정치적 효과를 얻었다.

북중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비핵화와 북 체제안전 보장을 두고 벌이는 북미협상에서 중국 역할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북중 순치관계의 핵은 다름 아닌 ‘군사적 혈맹’이란 부분이기 때문이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의 남·북·미 3개의 축으로 진행됐다면 ‘2019년의 한반도의 봄’은 ‘북·미 2개 기본 축과 한중 2개의 보조 축’으로 움직이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남·북·미·중 4자구도’라기 보다는 ‘북·미 2자구도+2’로 볼 수 있다.

북미 ‘셈법’ 이견, 3차 정상회담까지 살얼음판 실무협상 벌이며 냉온탕 오갈 듯  

이처럼 북미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하노이 노딜’을 넘어설 지 여부는 ‘안개 속’이다. 하노이 회담은 ‘영변 핵시설 폐기 대 대북 경제제재 완화’ 두고 벌인 협상이다. 북미협상의 재개는 실패한 하노이 협상을 넘어서야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의 진전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북한은 ‘영변 폐기’에 플러스 조치를 내놓겠다는 신호는 없다. 오히려 미국에게 ‘새로운 셈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또한 아직까지 일괄타결,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원칙에서 물러선 기미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계를 더 쪼갤 수는 있다’는 언질은 있었지만 구체화된 형태는 없다.

다만 확인될 수 있는 부분은 북미 양측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4개의 합의를 ‘협상의 토대’로 삼는 부분이다. 4개의 합의사항은 ①북미관계 정상화 약속 ②항구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노력 ③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 ④포로 및 실종자 유해의 즉각적인 송환 4가지다.

북미 양측은 앞선 3개 합의사항 중 어느 것을 먼저 진행하느냐, 아니면 동시에 진행하느냐를 두고 맞섰다. 미국의 일괄타결안은 ③항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의 이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북미수교와 종전·평화협정 등으로 이어질 ①, ②항 합의 이행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단계·동시적 접근’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이행돼야 하고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구축의 ②, ③항도 비핵화 단계에 맞춰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변 핵시설 폐기카드’를 내놓으면서 북한은 ①항의 동시·단계적 조치로 미국의 북한 내 연락사무소 개설, ②항의 동시·단계적 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이다.

지금의 북미 양쪽의 움직임을 보면 이견의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15일(현지시간) 스웨덴 방문 중 “북미 간에 구체적인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3차 북미정상회담) 사전에 실무 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접점 찾기는 향후에 있을 ‘북미 실무협상’의 몫임을 시사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위해선 지난한 ‘북미 실무협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미 정상이 친서를 통해 협상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는 했으나 북미 샅바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 또한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그 시안이 올 연말이다. ‘2019년의 봄’은 급류가 흐르듯 요동쳤던 ‘2018년 한반도의 봄’과는 달리 살얼음판을 걷을 것이고 3차 북미정상회담까지 냉온탕을 오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재자’로서 치고나갔던 ‘한국’이 몸을 낮춰 조심스럽게 상황관리를 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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