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제콘퍼런스…"무역정책 불확실성, 생산·투자 감소 요인"

[연합뉴스] 1980년 중반 이후 경기침체는 금융 사이클에 의해 유발됐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 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한국은행 주최로 3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2019년 BOK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보리오 국장은 "1980년 중반 이전의 경기침체는 주로 인플레이션에 의해 유발됐다면 이후에는 금융 사이클에 의한 것으로 성격이 변했다"고 밝혔다. 금융 사이클이란 경제 주체들의 위험 추구 성향, 실물자산의 가치변동 등에 따른 금융변수들의 순환변동을 말한다. 이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실질민간신용총량 등이 있다.

미국의 금융 사이클 지표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찍고 2012∼2013년까지 하락한 뒤 반등하는 추세다.

그는 "미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지속하며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확대됐다"며 "금융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또 금융 사이클이 국가 간 전이되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통화·재정정책 사이 공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조연설을 한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인에 대해 논했다. 

그는 선진국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경기 대응에 필요한 정책 여력이 제약된 점을 꼽았다. 미국은 재정·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낸 데다 주요국의 공공부채 비율이 높고, 정책금리 수준은 이미 낮기 때문에 위기 발생 시 정책 대응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에 무역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 투자자들의 과도한 위험 추구, 남유럽 국가들의 성장률 둔화도 선진국들의 위험요인이다.

신흥국의 위험요인으로는 자본유출 등으로 인해 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점,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 증가, 저소득국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대출 문제를 짚었다. 중국으로부터 차입한 국가들이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리스크가 신흥국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위상 등에 대해 논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찰스 엥겔 위스콘신대 교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선호하면서 달러 강세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선 미국이 순채무국이나 소득수지는 흑자인 이유는 미국채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밝혔다. 

엥겔 교수는 미국이 해외에 지급하는 수익률보다 해외투자로부터 얻는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소득수지는 흑자라고 봤다. 일반적으로 순채무국은 해외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 많아 소득수지가 적자다. 그러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채의 수익률은 다른 국가들보다 대체로 낮아 미국이 해외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수익률은 높지 않다.

그는 이어 미국채에 대한 수요 증대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며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약 40%를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채에 대한 선호가 크기 때문에 미국에선 금리가 낮아지고 차입이 늘어 소비가 늘어난다. 이에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질실효환율이 올라 경상수지는 적자가 된다. 어떤 나라의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수 있다.

그는 "미국 국채 프리미엄으로 발생하는 이득만이 아니라 손실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OK 국제콘퍼런스에선 무역분쟁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 금융위기 이후 미국 통화정책이 글로벌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가치사슬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소속의 다리오 칼다라 등은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증대가 생산 및 투자를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2005년 1분기∼2018년 4분기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상승할 경우 GDP와 기업 투자, 자본스톡이 모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관세부과 정책 그 자체보다는 불확실한 무역 관계로 인한 긴장 고조가 기업의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통화정책이 글로벌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증대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소속 레오나르도 감바코타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글로벌 유동성의 민감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미국 기준금리 100bp 상승 시 자본이동 증가율 변동 폭이 금융위기 이전 -2%p에서 -8%p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 때 유동성이 줄어드는 정도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유럽 등 주요국 통화정책이 미국에 동조하는 흐름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폴 안트라스·알론소 드 고타리 하버드대 교수는 운송비용 등을 이유로 가치사슬의 아래 단계에 있는 제품을 생산할 때 생산 위치를 중심지에 두는 것이 최적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글로벌 경기 동조화 현상, 환율 변동성과 후생비용의 관계, 신흥국 통화정책과 국가채무 불이행, 독일의 재정지출 증가가 유로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표가 나왔다. 거시경제 정책의 국제적 공조가 드문 이유, 그림자 금융이 유동성 공급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절과 금융안정, 미 통화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