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 후 빈소에서 나오면서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라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 무렵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정문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영접으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하 2층 빈소로 이동했다.

검정색 정장에 검정색 넥타이 차림의 문 대통령은 빈소에 도착해 헌화 후 영정 사진 향해 재배 후 반배한 후 고 김복동 할머니의 사진을 7~8초가량 길게 응시했다. 조문은 문 대통령이 단독으로 하고 참모진들은 바깥에 서있었다. 청와대에서 주영훈 경호처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의겸 대변인, 조한기 1부속비서관이 수행했다.

조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상임장례위원장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후 빈소 옆에 마련된 응접실로 들어가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법적 후견인), 길원옥 할머니(평양이 고향), 손영미 쉼터 소장, 진 여성가족부 장관 등과 대화를 나눴다.

윤미향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수술 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 하나로 버티셨다. 아흔넷 나이에 온몸에 암이 퍼졌는데도 9월 오사카를 다녀오고 수요집회도 다녀오시는 등 정신력으로 버티셨다. 의료진이 다 놀라워했다”고 임종 전 김복동 할머니의 근황을 소개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님하고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고 얘기했다.

또 윤 대표는 “돌아가시면서도 말씀을 많이 하셨다.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 계속 도와달라’고 하셨고, ‘나쁜 일본’이라며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셨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윤 대표는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면 ‘금으로 된 도장을 만들어주겠다.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그 금도장으로 통일문서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김복동 할머니의 얘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23분 남으셨죠. 한 분 한 분 다 떠나가고 계신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이 고향인 길원옥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 어머니 고향은 흥남이다. 저는 남쪽에서 태어나 고향에 대한 절실함이 덜하지만 흥남출신들은 모여서 고향생각을 많이 한다”며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는 제가 그 모임에 가고는 했는데 모일 때마다 흥남 출신 신부님이 어디선가 최신판 함흥, 흥남 최신판 지도를 가지고 오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아파트단지고 여기는 어디고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도를 둘러싸고 함께 봤다. 이산가족들이 한꺼번에 다 갈 수는 없더라도 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며 “고향은 안 되더라도 평양 금강산 흥남 등을 가면서 반소원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화를 나눈 후 문 대통령은 빈소를 나오면서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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