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개헌 87체제 극복 잰걸음, 여소야대 의회 중심의 구체제와 충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19대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하고 있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출범했지만 ‘촛불혁명’ 완성의 과제를 안은 문재인 정부는 오는 5월 10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진행형 혁명의 주체임을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은 한국사회의 역사적 대전환과 궤를 같이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과제는 불완전한 민주화의 상징인 1987년 체제 극복이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공화국 실현과 한국사회 발전을 제약하고 가로막아온 한반도 냉전·분단체제 극복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요구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적폐청산’, ‘국민개헌’ 세 갈래 방향으로 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했고 상당부분 성과를 거뒀다. 한국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영역에서 불과 1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지금 현실 속에서 목도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다. 도저히 허물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한반도 정전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또 대상화된 ‘국민’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국민’을 설정한 정부 개헌안 발의도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퇴행도 하나하나 바로잡히고 있다.

변화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갑질’ 척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회경제 민주화 운동’의 기세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여성의 권리보호와 지위 향상과 맞물린 미투(Me Too)운동도 한국사회의 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사회를 근저에서 뒤흔드는 ‘국민’의 정치적 진출이 만든 진행형 ‘촛불혁명’이 추동해낸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무장한 ‘시민권력’의 진출은 불가피하게 기존의 한국사회 주류와 충돌했다. 상징적인 것이 ‘민심 대 여소야대의 의회권력’ 대치다. 이는 ‘혁명 대 반혁명’ 대결처럼 형상화돼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야 갈등 진원지는 ‘시민권력’과 ‘의회와 기득권력’ 간의 충돌이다.

오는 6.13지방선거는 이러한 ‘혁명 대 반혁명’의 1차 전장이다. 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에 제동을 걸어온 의회 기득권력을 정점으로 한 87체제의 기득권력이 힘을 얻느냐 아니면 ‘촛불혁명’ 에너지가 한국사회 각 부분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느냐의 중요 승부처다.

그러나 이 한 번의 선거로 ‘촛불혁명’이 마무리되진 않을 것이다. 6.13 지선은 ‘한반도 평화의 봄’, ‘국민 개헌 추진’, ‘적폐 청산’ 등 문재인 정부 1년의 개혁과제 추진과정의 중요한 분절점일 뿐이다. 진행형 ‘촛불혁명’에서 비롯된 한반도 평화, 개헌, 시민 또는 국민권력의 진출로 표현되는 한국사회 대변혁은 2020년 총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6.13선거가 총선의 전초전이기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저항선을 형성하려 안간힘을 쏟아왔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1년은 여소야대 의회권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앙시앙레짐(구체제)과의 끊임없는 갈등을 빚기도 한 한 해였다.

‘한반도 평화의 봄’, 눈앞에 둔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역사적 대전환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의 최대 성과는 65년의 정전체제에 종지부를 찍는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하는 ‘한반도 평화의 봄’을 열어젖힌데 있다. 4월27일 열린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판문점 선언’ 합의로 1953년 이후 지속된 휴전(休戰)이라는 이름의 준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6월초에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윤곽이 나올 전망이라 ‘한반도의 완전한 봄’을 미리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북미회담의 ‘길잡이’로 불리는 남북정상회담과 4.27 ‘판문점 선언’이 제시한 그 길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봄’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문재인 정부는 ‘운전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외의 갖은 난관에도 문 대통령이 ‘북핵의 평화적 해법’을 일관되고도 집요하고 끈질기게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얼굴을 마주보며 협상테이블에 앉도록 만든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문 대통령의 일관된 ‘한반도 운전자론’은 대선후보 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야당의 ‘조롱거리’였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4일 문 대통령 취임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성 12호’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시작으로 9월 6차 핵실험,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까지 숨 쉴 틈 없는 도발의 연속이었다.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과 미국을 향한 ‘사할(死活)’을 도박 감행, 이에 대응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움직임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일본의 북한 핵에 편승한 군사대국화 행보 등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행보는 파탄 일보 직전에 몰린 듯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도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4노(NO) 원칙과 북한 핵에 대해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CVID)인 비핵화와 이를 위한 대북 압박 강화, 이 두 가지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했다.

그러나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에 대한 공격은 가중됐다. 조어에 불과한 ‘코리아 패싱’은 일반명사가 됐고 ‘한반도 운전자론’은 공허한 얘기로 치부됐다. 한미동맹 균열은 단골메뉴였고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맥을 같이한다는 비판에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도 난제였다. 결국 문 대통령의 12월 방중을 두고 ‘굴욕외교’란 비난까지 나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러한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켰다. 문 대통령의 누차에 걸쳐 강조해온 ‘평화 올림픽’ 구호가 실제 현실로 다가왔다. 설상가상의 도발로 일관하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 선수단을 보냈겠다고 하는 순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곧바로 이어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방남으로 시작된 평창올림픽을 무대로 한 ‘북미 탐색전’을 거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해 3월 6일 김정은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고 곧이어 정 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5월 말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진전된 남북, 북미정상회담 성사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종전선언으로 가는 ‘평화의 봄’을 예약했다. 남북·북미 회담의 목적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다. 이는 분단 73년 이후 최대의 역사적 사건이다. 한반도 정세지형은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역사적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의 최대 성과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상태를 극적으로 관리해 ‘한반도 평화의 봄’을 열어 제친 부분이다. 이는 ‘촛불혁명’ 완성과 밀접히 연동돼 있다. 분단과 한반도 전쟁상태를 자양분 삼아 한국정치를 좌우해온 반공 보수의 입지를 좁히는데 그치지 않고 ‘촛불혁명’이 지향하는 ‘대한민국 대개혁’의 밑바탕을 튼튼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남북미가 일괄 타결한다 해도 비핵화가 달성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삐끗할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보유한 기존 핵무기 폐기까지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지난 4월19일 언론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디테일의 악마’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임기 중에 한반도 통일은 어렵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통일과 관련해선 ‘(남북이) 따로 살며 번영하자’는 취지의 말도 했다. 문재인 정부 1년을 돌아보면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비록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남북정상회담 사진 공동취재단]

‘촛불혁명’ 제도화 적폐청산과 국민개헌, 2020년 총선으로 미뤄진 ‘개헌 전면전’

지난 대선의 화두 ‘적폐청산’은 ‘촛불혁명’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촛불혁명’의 목표점은 ‘87헌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주권재민’의 원칙이 법제도로서 완전히 구현돼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하는데 있다.

문재인 정부 1년은 과거 권력의 부패와 비리, 관행을 뿌리 뽑는 ‘적폐청산’으로 출발해 ‘촛불 정신’을 법과 제도로서 구현하는 첫 걸음인 ‘국민개헌’ 드라이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 국정원 개혁,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추진 등 권력기구 개혁,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개혁 시동, 5.18 등 과거사 재정립 등의 과제도 추진돼 왔다.

촛불 민의를 생각하면 ‘적폐청산 과제’는 ‘역사의 칼날’처럼 엄중했기에 ‘적당한 타협’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 ‘적폐청산’ 프레임으로 민의를 결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범죄에 대한 검찰수사의 강도를 높였다.

지난해 3월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1년 후인 지난 4월6일 1심 재판에서 16개 혐의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이 선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4월9일 110억 원대 뇌물 수수와 약 350억 원 비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부패 개혁이 자신의 임기 내내 진행될 과제임을 강조했다. 특히 4월18일 사정기관 수장들이 참석한 반부패정책협의회 합동회의에서 ‘개혁 피로증’에 대한 경계와 함께 부패 척결의 타깃을 “리베이트, 납품비리 같은 민간부문 부패”로까지 확장하겠다고 했다. 적폐청산 범위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서 민간으로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자유한국당 등 구여권은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반발했지만 민심의 외면을 받으며 정치적 동력을 상실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되던 날 자신을 “가공의 시나리오”에 따른 ‘정치보복’ 희생양이라고 강변했지만 국민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 전 대통령 구속수사 등 적폐청산 관련 여론조사 지표들은 한결 같다. 적폐청산에 대한 지지도가 70% 내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정치보복’ 프레임에 동의는 20% 내외로 낮다. 6.13선거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행보를 보이던 한국당도 지금 이를 거의 접은 상태다. 그 결과 ‘혁명 대 반혁명’의 대치전선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은 힘을 잃었다.

또 ‘국민개헌’으로 ‘87체제’에 내재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극복하는데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8일째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약속 이행을 밝혔고 이후에도 이를 반복해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 개헌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6월 동시개헌이 어렵게 되자 결국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지방 분권’을 명문화한 정부개헌안을 지난 3월26일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야당은 4월23일까지 통과시켜야 할 국민투표법 개정을 무산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가로막았다. ‘제왕적 대통령’을 극복하는 이원집정부제, 또는 의원내각제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이는 다수 국민이 반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를 고집한 데는 대통령 주도 개헌을 무력화시키고 아울러 6.13선거 투표율이 높아지면 선거패배가 예상된다는데 있었다.

‘5년 단임’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 탄생을 근원적으로 제약하는 현실에는 눈을 감고 개헌의 선택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도 무시했다. 여소야대의 ‘의회권력’이 ‘개헌’을 독점해야 한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혁명 대 반혁명’의 대치전선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직선제’는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과거 독재권력 연장을 위한 ‘대통령 간선제’, ‘내각제 개헌’ 추진을 저지하고 피 흘려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이다. 이것이 ‘87년 6월 항쟁’의 정수다. 국민의 직접적 권력추구 형태인 ‘직선 대통령제’에 부정은 ‘촛불혁명’의 부정으로 간주되는 현실이다.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무산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 개헌’은 집권 3년차인 2020년 총선에 맞춰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의 개헌 정치 공방은 2020년 총선을 겨냥한 포석에 가깝다. 2020년 총선은 ‘국민개헌’을 둘러싼 전면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당 등 야당은 2018년 하반기 개헌 추진을 얘기하지만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지방선거 이후 개헌논의보다는 밀린 국정과제 추진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국민개헌’ 시계를 2020년 총선에 맞추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2020년 총선은 ‘여소야대 의회 주도’, 아니면 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국민주도’ 개헌이냐 간의 전면전이다.

여소야대 의회권력과의 끊임없는 대치, 꽉 막힌 국내정치

4월 2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드루킹 논란 특검 도입을 위한 야 3당 대표ㆍ원내대표 긴급회동에서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지도부가 댓글조작 관련 특검 도입,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1년은 ‘여소야대의 정치권’과 사사건건 대립 충돌한 한 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 표결이나 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 예산, 입법, 인사 등의 현안처리에 여소야대란 태생적 한계로 인해 국내정치 현안에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에 가까웠다.

대선에 패배한 야당들은 잠깐의 허니문도 없었다. 내각인사가 시작되자마자 과거보다 더 높은 기준을 들이대며 문 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그 결과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문재인 정부는 ‘인사청문회 정국’ 난맥 속에 빠졌고 문 대통령 취임 195일 만인 지난해 11월21일에야 1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간신히 처리됐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부터 고비의 연속이었다. 여소야대의 의회지형을 등에 업은 야당들은 ‘인사’와 정치현안을 연계시키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지난해 ‘인사청문회 정국’은 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약화시키고 의회의 정국운영권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활용됐다.

문 대통령의 소통행보를 가로막은 장애는 언제나 인사였다. 안경환-조대엽-박기영-이유정-박성진 등 도덕적 하자가 있는 인사가 낙마할 때마다 정치권의 공세는 거셌다.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책임론은 단골 메뉴였다. 심지어 국회 인사 청문대상이 아닌 김기석 전 금융감독원장도 야당의 정치적 공세 앞에 무너졌다.

야당은 또 끊임없이 정쟁을 만들어내기에 급급했다. 6.13선거가 그 배경이다. 여기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등 19대 대선후보들의 빠른 정계복귀도 이를 부채질했다. 따라서 국민들의 ‘정권 심판정서’를 끌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이 정쟁거리였다.

‘인사청문회 정국’은 단골메뉴였고 최저임금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북핵위기와 ‘코리아 패싱’, ‘대기업·고소득자 증세’, ‘신고리원전 5·6호기’, ‘정치보복’, ‘사드 배치’와 ‘대중 굴욕외교’, 남북단일팀 구성, ‘평양 올림픽’ 공세, ‘김기식 피감기관 지원 외유’ 등의 정치 공세가 1년 내내 이어졌다.

가장 최근 상황을 보면 ‘김기식 논란’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다가 멀어졌고 곧이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바톤을 이어받는 식이다. 선거 국면이기에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되지만 이러한 정치공세들은 일회적이며 소모적이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진 데는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이 근본배경이며 정치보복과 종북좌파 프레임의 파괴력이 크게 약화된 탓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구속에도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민심은 일말의 동정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구여권 지지층을 동원해내려는 선거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으로 열린 ‘한반도의 봄’에 보수층까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게다가 6월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은 지방선거 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에 매달려 6.13 선거까지 끌고 가는 길로 가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드루킹 사건의 진실, 즉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댓글조작의 배후인지 여부는 6.13 선거 이후에야 구체적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음에도 ‘사실’ 여부보다는 당장의 정치적 활용에 매달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70%대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와 50%대의 민주당 정당지지도를 깨야만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반(反)문재인층을 동원해내야 하는 한국당은 더 절박하다. 그래야 2위 정당 자리라도 고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당 등 야당은 또 드루킹 특검을 통해 지난해 대선 무렵에 인터넷 여론을 주도해온 이른바 ‘친문재인 세력’을 타격하는 재료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도도 담았다. 드루킹 특검 요구에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부분이 있지만 ‘직접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인터넷 정치세력’에 대한 공격 의도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인터넷이 대중화된 21세기 들어 성장해온 ‘시민’ 또는 ‘국민 권력’과 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 권력’과의 충돌을 계속 재촉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여 년 이상 축적돼온 갈등이다.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인터넷 정치세력’과의 ‘의회권력’의 갈등은 ‘혁명 대 반혁명’ 대치전선의 핵심이다.

단식 농성 중이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한국당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아이티(IT)의 발전이 수반한 ‘직접민주주의’의 발전과 이에 맞선 기존 ‘대의민주주의’ 기득세력과의 대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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