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부분은 정말 바라지만 대통령이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종교지도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북한 핵문제 해법과 관련 “북한 핵은 반드시 해결하고 압박도 해야 하지만 군사적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재차 강조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윤 수석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희중 대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설정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엄기호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한은숙 교무(원불교 교정원장), 이정희 교령(천도교 교령), 박우균 회장(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김영근 성균관 관장(유교), 김영주 목사(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등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우리의 동의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두 가지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이고 또 하나는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대화다. 핵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남북대화는 북한 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 긴장이 최고로 고조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결국 시기의 문제이고 풀릴 것이다. 이런 과정에 평창 올림픽이 있다”라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했다.

이어 “남북관계를 위한 정부 대화는 막혀있는 만큼 종교계와 민간에서 물꼬를 터야한다. 북이 종교계와 민간분야의 방북신청을 번번히 거부해오고 있다. 그러다 이번 천도교 방북이 처음 이루어졌다. 그것이 물꼬가 될 수도 있고, 북한이 평창에 참여하면 스포츠분야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강원도가 지자체 차원에서 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의 통합진보당 사건 관련자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쌍용자동차 사건 관련자에 대한 특별사면 요청과 관련 “사면은 준비된바 없다. 한다면 연말연초 전후가 될텐데 서민중심 민생중심으로 해서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설정 스님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구속도 되고 만기출소된 분도 있고 아직도 수감중인 분도 있는데, 성탄절을 맞이해 가족의 품에 안겨 성탄절을 맞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하고 김희중 대주교도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들까지 피폐해진 분들도 있는데, 그들이 대통령님의 새로운 국정철학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특별사면을 요청했다.

또 문 대통령은 원불교 성지 인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한 부분과 관련 “사드문제와 관련 원불교에 많은 어려움을 드렸는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확실한 해법이다. 그때까지 성지순례 등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겠다”고 했다.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이에 “그렇게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당부분 이해하지만,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다. 처음에는 반발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의 말씀을 유념해서 듣고 있다. 8·15와 중요 행사에서 현실문제에 대처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어 잘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기총 엄기호 목사의 탕평 요구에 대해선 “탕평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핵심이 통합인데 우리 정치문화가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 종교계가 우리사회 통합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엄 목사는 “솔로몬의 성전에는 금은 그릇도 필요하지만 부지깽이도 필요하다”며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어울어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 달라”며 “화합차원에서 풀어주시면 촛불혁명이 어둠을 밝히듯 어두운 사람들도 신뢰의 마음을 밝힐 것”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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