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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대선을 향한 공통적인 화두는 변화와 통합이다. 미래를 향한 정치, 시대교체, 증오를 넘어선 정치, 주요 후보들이 모두 변화를 위한 정치, 변화된 정치를 말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복지 또한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정책 의제이며, 통합을 위한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물론 변화의 방향과 통합 전략은 후보에 따라 다르다. 그것을 담아낼 리더십에 대한 신뢰 또한 변화와 통합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정당정치 환경의 변화와 정당 혁신의 지체가 그 배경에 있었다. 물론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개방 시대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와 참여 환경의 변화는 최근에 더 급속하게 나타났다. 여기에 대안 야당의 실종은 새로운 대안으로 안철수 현상을 불러온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안철수 현상의 구심점인 안철수 후보와 기존의 대안인 민주통합당은 공생관계일 수도 있고, 경쟁관계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해답이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답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안철수 후보가 기성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주도하는 일이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기성 정치 영역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대안으로 감히 기대를 받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정치 영역으로 들어올수록 그런 장점은 사라진다. 비정치인으로서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이제 기성 정치 현장에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과연 그런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주변과 자신의 고뇌가 장외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비난의 원인이 됐다고 안철수 후보는 말했다. 9월 19일 출마 선언 후 선두로 치솟은 그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당분간 지속되고 있다. 출마 선언 효과를 토대로 형성된 지지율이 그의 지속적인 지지 기반이 될지,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에 그치게 될지 추석 후 1주일 정도면 판별이 가능할 것이다.

그가 말한 새로운 정치는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는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분열과 증오의 정치가 국민 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통합 전략의 1차적 과제가 새로운 정치, 통합의 정치인 것이다. 진영 논리를 넘어서자는 그의 기존 논리를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증오의 종언’(󰡔안철수의 힘󰡕)을 바탕으로 다듬은 것 같다.

선거과정에서부터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한다. 거의 전쟁이 되고 있는 선거 현장에서 과연 선의의 경쟁을 토대로 한 통합의 무대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할 부분이다. 슈미트(Carl Schmitt)같은 정치철학자가 정치를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 했던 것도 권력투쟁이 갖는 불가피한 적대적 대립의 속성을 지적했던 바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적대적 대립의 가능성이 더 컸다.   

선거는 갈등의 표출 계기이지만, 통합 기능도 수행해야만 선거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책될 수 있다. 우리의 지난 대선에서는 갈등이 표출되는 분열의 속성만 두드러졌다. 선거가 새로운 합의의 장을 만드는 통합의 무대가 되지 못했다.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는 정치’라는 안철수의 비판적 진단에 공감한다. 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일찍이 한국정치의 한계를 “반쪽 정당성의 정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극복하느냐이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현 집권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새로운 정치를 위한 출발이라고 한다. 안철수 교수의 선의의 경쟁 주장과는 조금 어긋난다. 야권 연대의식의 바탕이 됐던 “현 집권세력의 확장을 원치 않는다”는 지난해 9월 자신의 발언도 이번 출마 회견 질의응답에서는 안 후보가 확인해 주지 않았다. 함께 하는 세력들의 면면이 친 야권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게 반드시 동반관계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공생과 경쟁의 이중적 관계에서 경쟁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향후 3자 구도와 양자 관계의 지지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변화’를 화두라고 선언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를 내걸었지만, 그때까지 ‘변화’의 메시지는 민주통합당 쪽이 가장 약했다. 정권교체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의 변화가 중요한 변화를 동반할 수 있지만, 민주통합당의 정권교체는 새로운 정권의 창출보다 구 집권세력의 정권탈환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정권교체를 토대로 한 정치교체, 그리고 시대 교체를 구체적으로 내걸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일자리 혁명,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이라는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을 열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 질서를 전환시키겠다는 이런 공약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기대감을 줄 수 있을지, 또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의 리더십이 시대교체의 주체로서 자격과 신뢰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런 시대 교체를 이루는 것이 당연히 우리 사회의 민주적 통합 방향이고 전략일 것이다. 문 후보 진영은 직접적인 통합 명제는 가장 뒤늦게 내걸었다. 집권여당을 교체해야 하는 야당이 통합을 앞서 강조할 필요가 없는 면도 있다. 민주당도 당 선대위 구축 과정에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시대교체의 문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은 통합 과제를 다룰 모양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책사였던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을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한 걸 보니, 민주당의 국가 통합 과제와 실천 전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후보는 변화라는 표현보다는 미래를 강조했다. 국민행복을 위해 미래로 가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대립과 분열 구조를 넘어서 국민대통합을 이루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미래를 향한 정치는 박정희 정권이라는 자신의 역사적 기반에 대한 무시 또는 호도로 비춰지기도 했다. 존재 기반의 굴레와 미래 지향 선언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5.16과 유신에 대한 그의 인식 논란, 보다 결정적으로는 인혁당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그의 국민대통합이라는 명제 자체가 기반을 잃을 지경이 됐다. 결국 박근혜 후보는 9월24일 과거사 관련 사과를 함으로써 국민대통합의 명제를 최소한은 다시 세웠다.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함께 가자는 박근혜의 대통합론에 대한 호소력은 자칫 질곡이 될 수도 있는 그의 역사적 기반,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달려있다.

변화와 통합을 시대적 과제로 받아 들이고 있는 세 후보의 경쟁력은 기본적인 약점 또는 검증 과제를 안고 있다. 각기 한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특성과 기반을 가지고 있어, 한국정치의 경쟁 구조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1명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경쟁이 국민의 선택을 결정한다. 상대적인 경쟁 구조에서도 당분간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행보가 야권 내부의 경쟁, 나아가 3자 경쟁 구도에 1차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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