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시간 단축·100만원 수당 지급' 등 당근 제시.. 면허정지 절차도 중지
소청과 전문의·국공립대 교수 "2000명 증원 전면 재검토".. 의대 교수 사직 행렬
의협 회장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 반드시 당선" "20∼30석 당락 좌우할 것"
정치권도 정부 압박.. 안철수·유승민·이재명·김동연 "2000명 고집 꺾고 대화해야"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가속화되면서 상급 병원의 병동 폐쇄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가속화되면서 상급 병원의 병동 폐쇄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별도 수당 지급과 전공의 연속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전공의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오히려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가속화되면서 상급 병원의 병동 폐쇄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임 의협 회장은 총선에서 20~30석을 좌우할 영향력이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2천명 증원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100만원 수당 지급' 등 당근 제시.. 면허정지 절차도 중지

정부는 28일 오는 5월부터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분만·응급 등 필수의료 전공의에게 매월 100만원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향해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개정해 총 수련시간은 주 80시간, 연속근무시간은 36시간 범위 안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2026년 2월에 시행되지만, 정부는 오는 5월부터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1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해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을 조속히 제도화하고 전체 수련병원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8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현재 급한 건 (주 80시간 근무보다) 36시간 연속근무"라며 "수련이 제대로 되도록 제도가 바뀌고, 의료 인력도 배출되면 이런 문제는 완화되거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전공의 수련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더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에 이어 전날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도 매월 100만원씩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분만, 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에게도 지원한다.

또 올해 11월 수련병원별 전공의를 배정할 때 지도전문의 배치·운용 성과와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연계해 수련환경 개선을 유도한다.

현재 8개 국립대병원에만 지정된 '권역 임상교육훈련센터'는 내년에 모든 국립대병원(10곳)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도 일단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리를 지시한 바 있다.

전 실장은 "유연한 처분의 수준은 당정이 협의 중"이라며 "그 안에 복지부가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바로 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분 대상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조기 복귀를 촉구했다.

소청과 전문의·국공립대 교수 "2000명 증원 전면 재검토".. 의대 교수 사직 행렬

하지만, 정부의 발표 이후에도 의료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아과 전공의들은 28일 호소문을 내고 "정부는 2000명의 무리한 증원을 고집하는 것보다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조속히 실시해 더 이상의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면서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붕괴를 앞둔 필수의료 과들의 특수성에 걸맞은 정책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정책을 논의해주시길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들도 29일 정부를 향해 의과대학(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원칙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공동회장단은 이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는 여러 이해 당사자가 참여해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적정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2000명 증원 원칙을 성역화하면 의료계와 대화가 불가능해짐은 물론, 의대 증원이 오히려 한국 사회를 나쁜 방향으로 몰아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000명 규모를 증원의 '잠정적 최대 수'로 정하고 교육 현장의 준비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도록 하며 협의에 임해달라"고 했다.

국공립대 교수들은 ▲의대로의 인재 쏠림 심화 ▲의대 입시 사교육 심화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필수진료 수요 변화 ▲의대 투자 집중에 의한 타 전공 재원 고갈 등을 의대 증원 재고할 근거로 들었다.

전공의에 이어 사직 투쟁에 나서는 의대 교수들도 차츰 늘고 있다.

연세대 의대에서는 교수 629명이 지난 25일 학장 앞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등에 소속된 교수 1천3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직서를 낸 것이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성균관의대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이 작성한 사직서를 취합해 병원과 대학에 전달했다.

이 대학 비대위는 사직서가 추가로 들어오는 데다, 제출 전 최종 의사를 확인하는 작업 등도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인원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성균관의대 교수 바대위가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627명 중 83.1%가 자발적 사직에 찬성한 바 있다.

전남대 의대 교수 비대위에는 전날 오후까지 비대위에 총정원 283명 중 92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전날에만 본원이 있는 학동 전대병원에서 21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고, 화순 전남대병원에서는 15명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5일 교수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을 의결한 전남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9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조선대는 의대 교수 161명 가운데 43명이 사직서를 냈고, 충북대 의대·병원의 경우 200여명에 이르는 교수 가운데 최소 6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지난 25일부터 의대 교수 400여명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의 경우 제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전체 교수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에서 77.7%가 사직에 동의한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도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모아 29일 오후 학교와 병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창원·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 260명도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천명의 교원이 재직하는 울산의대의 경우 지난 25일 일찍이 교수 433명이 사직서를 대학에 제출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는 진료를 계속하되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근무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전국 병원에서 병동·병상 운영 축소·중단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고,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내달부터 일부 병동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병원 측은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2개가량의 일반 병동을 다른 병동과 합치고, 간호사 등 인력을 응급실 등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형외과·정신과 병동을 축소 운영하는 강원대병원 역시 추가적인 병동 폐쇄·축소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의협 회장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회장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회장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 반드시 당선" "20∼30석 당락 좌우할 것"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31일 의협 비대위 재구성에 관한 회의를 앞두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앞선 기자단 회견에서 "회장으로서의 최우선 과제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문제 해결"이라며 "정부·여당의 태도에 따라 다양한 수단으로 타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처럼 여당을 일방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 안팎에서 제기되는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해서는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게 어떤가 싶지만, 충분히 드렸는데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의대 증원 백지화,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원점 재논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백지화,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면 새로운 정부 인사와 대화할 생각이 있다"며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정부 압박.. 안철수·유승민·이재명·김동연 "2000명 고집 꺾고 대화해야"

이처럼 의정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환자의 피해가 가중되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사태 장기화로 인한 정부 여당에 대한 부정 여론을 의식한 듯 여당 내에서도 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분당갑 후보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대한민국 의료계가 가진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해야된다. 범사회적인 의료개혁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의대 2000명 증원을 성역으로 남기면서 대화하자면 진정성이 없다고 다들 느낄 것"이라며 "제가 제안한 것이 우선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그리고 정부는 면허 취소나 이런 조치들은 철회하고 2000명 증원보다는 점진적인 증원 쪽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 의료계가 가진 3대 문제가 있다. 필수 진료의사 부족하고 백신이나 약 만드는 의사과학자 부족하고 지방의료 굉장히 열악하다"면서 "그래서 이런 것들을 고치면서 정책이 바껴야 되고 투자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해야 되는데 범사회적인 의료개혁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의사, 정부, 시민단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외국 기구까지 합해서 필요한 숫자의 의사를 산출하고 받아들이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28일 "대통령과 우리 당 지도부가 의대 정원 문제 때문에 야기된 '의정 갈등'을 일주일 안에 해결하라고 꼭 주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경기 화성에서 유경준(화성병) 후보 지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문제 가지고 국민께서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하고, 환자분들이나 환자 있는 가족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피해가 바로 오고 있지 않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도 의대 정원 늘리는 데 일관되게 찬성한다. 많은 국민이 찬성한다"면서도 "(정원) 2000명 숫자에 집착하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 눈에 오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선에서 타협해 80점, 70점으로라도 해결해야 한다"며 "사전투표(4월 5·6일) 전에 대통령께서 직접 전공의 대표들을 만나 빨리 복귀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야당도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불편과 고통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이 이 정부여당의 무능으로 생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권여당 비대위원장까지 나섰음에도 '선거용 쇼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을 2000명으로 못 박아서 대학 배정까지 강행하는 무리수 때문에 이제 와서 어떻게 의료계를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 부족, 지역의료 부족, 필수의료 공백과 같은 문제들은 의사 정원수를 늘리는 문제만큼 똑같이 중요하다"며 "의사 정원수를 늘렸더니 전부 돈이 되는 영역의 수도권에만 배치된다면 실제로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만 절대선으로 고집하는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등 필요한 제도를 병행 추진해서 공공지역 필수의료를 살리는 제대로 된 의대 증원 계획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밀어붙이기로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지사는 28일 오전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의료현장을 살폈다.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은 필요하지만, 방법과 절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래 누적된 구조적 문제인만큼 정교한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달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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