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과 결렬 선언 후 제3지대 세 불리나
김동연, 직 내려놓고 본격 대선 행보 가동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을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중심 빅텐트가 와해됐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대선에 독자 출마할 것을 예고하는 한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유쾌한반란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며 본격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당제 중심의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제3지대는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중도층 지지를 받고 있는 안 대표가 제3지대를 지키면서 김 전 부총리까지 가세하면 영향력이 커져 10% 내외의 지지율을 갖는 것도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1~2%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대선에서 제3지대가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 향후 대선 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권에서 안 대표와 김 전 부총리의 연대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 후 독자 행보 시사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통한 야권 통합보다 대선을 3자구도로 만들어 단일화를 통해 야권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며 “통합을 기대하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의 목적은 중도와 보수가 연합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 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가 과거 기득권 양당이 반복해온 적대적 대결 정치의 도돌이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교체의 과정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담대한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17일 KBS 라디오에서 "우리나라 유권자의 40%가 양당 정치에 회의를 느낀 중도세력이라며 "과거 적폐와 신적폐 세력과 차별화된 제3의 정당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17일 MBC 라디오에서 "지금 대선 정국에서는 1위 당이 박빙의 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타나기 때문에 제3지대에서 나타나는 후보는 당연히 엄청난 영향력과 결정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안 대표는 지난 10년간 제3지대에서 중도 지지층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히 크리라고 그렇게 예측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 구축을 위해 연대할 파트너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 "국민의당이 당헌을 개정해 제3지대 플랫폼 기능을 하는 열린 플랫폼 역할을 하면 좋겠다"며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이번 주중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 김동연, 대선 행보 염두에 둔 유쾌한반란 이사장직 사임
김 전 부총리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유쾌한 반란'은 인재 양성 등 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김 전 부총리가 이끌어왔다. 한국방송대 석좌교수직도 내려놨는데 향후 대권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부총리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신상에 변동이 생겨 알려드린다. 얼마 전 유쾌한반란 이사장을 사임했다"라며 "앞으로 제 행보를 감안할 때 비영리법인 대표직을 계속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이유로 맡고 있던 한국방송통신대 석좌교수 자리도 그만두었다"라며 "그만두려니 섭섭합니다만 큰 애정을 갖고 앞으로 혹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행정고시‧입법고시를 동시 합격했으며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재임 기간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을 놓고 청와대·여당과 마찰음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 전 부총리가 중도층 확대에 나서겠다는 안 대표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김 전 부총리는 독자 행보를 시사했다.
김 전 부총리는 18일 방송통신대 석좌교수 고별 강연을 마친 뒤 ‘안철수 대표와 손 잡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정권 교체나 재창출을 뛰어넘는 정치 세력 교체로 판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세의 유불리나 정치 공학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조만간 앞으로의 행보와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주 금요일 충북 음성, 외가인 충북 진천에 방문한다. 정치 일정에 대한 나름의 결정을 하기 전 고향에 가서 고향 어른들도 찾아뵙고 의견을 청취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20년 이상 풀리지 않고 있다. 우리 정치가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는 정치, 투쟁과 싸움의 정치만 벌이고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고 어떤 방법도 배제하지 않고 깊이 생각 중”이라고 했다.
한편 전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잡지 못했다’고 평가한 데 대해서는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며 “제가 지금부터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는 지난 17일 대선 출마에 앞서 미리 공개한 출마 회견문에서 "존경하는 안 대표님께 정중하게 제안한다"며 "국가혁명당과 국민의당이 서로가 추구하는 정책에 대한 토론과 국민의 뜻을 묻는 국민 경선을 통해 단일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민생당‧시대전환과 합당, 중도색이 있는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과 힘을 합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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