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일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 국민감사 결과 발표
산업부, 컨소시엄 등 위법 부당 사항 20건 확인
'담당 과장 등 무리한 지시로 사업 선정 및 부실 초래'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을 유발한 이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폐쇄된 채 방치돼 있는 포항지열발전소의 내부 모습.   <폴리뉴스 사진>
▲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을 유발한 이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폐쇄된 채 방치돼 있는 포항지열발전소의 내부 모습.   <폴리뉴스 사진>

[폴리뉴스 주성락 기자]감사원이 포항지열발전소의 건설과 시험가동 과정에서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의 책임 규명을 위해 포항시민들이 청구한 국민감사 결과를 1일 오후 2시 발표했다. 

감사원이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총 20건의 위법, 부당 사항이 확인돼 징계 1건, 문책 1건, 주의요구 9건 등의 조치요구가 통보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2017년 본진에 앞서 지난 2016년 12월 23일 2차 지하 물 주입 과정에서 규모 2.0 지진이 발생하자 '신호등체계'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포항시, 기상청에 통보해야 함에도 에기평에만 보고하고 웹사이트 공개도 하지 않는 등 신호등체계를 준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컨소시엄은 12월 26일에는 포항시와 기상청이 R&D관리기관이 아니라는 사유로 보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웹사이트 게재도 방문자 수가 적다는 사유로 신호등체계에서 제외하는 등 체계를 함부로 변경한 사실이 재확인됐다.  

산업부와 에기평은 2017년 4월 15일 3차 물 주입 과정에서 발생한 규모 3.1 지진을 17일 컨소시엄으로부터 보고받고도 유발지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과제를 일시 중지하거나 지진위험도 분석 등 필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산업부 등은 당시 지진을 경주지진의 여진이라고 포항시민들이 생각하도록 속여 추가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필요했던 적정 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사업 컨소시엄인 넥스지오 등의 무리한 지하 물 주입도 이번 감사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서울대와 EU 등 전문가들이 규모 3.1 지진 발생 후 적정 규모 이상의 무리한 물 주입이 유사 규모 지진의 유발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5차 물 주입에서 당초 계획한 320만㎥보다 1400만㎥나 많은 1720만㎥를 주입정 PX-2에 넣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포항지열발전 사업은 정부의 R&D 지원 과제 선정 당시부터 무리하게 추진돼 부실을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산업부 담당 과장은 2010년 5월 '200kW급 지열발전'과제가 수행기관 선정에 실패하자 별다른 조사나 검토 과정 없이 9월 에기평에 사업규모가 더 큰 'MW(메가와트)급으로 재기획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장은 이후에도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도록 사업을 추진하고 발전소 건설도 포함되도록 지시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4차례에 걸쳐 사업기간이 연장되고 결국 부실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담당과장의 비위행위가 징계 시효가 경과했지만 재발방지를 위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므로 비위 내용을 산업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에기평도 2010년 5월 넥스지오 등 주관기관이 사업경험 부족, 영세성 등의 이유로 신규과제 선정에서 탈락됐지만 12월 열린 선정위원회의 평가위원들에게 탈락사유를 알리지 않아 과제수행기관으로 선정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기평의 본부장과 선임연구원, 팀장은 2014년 9월 포항지열발전소의 주입정 PX-1 사고 발생 경위 등을 보고 받은 뒤 이후 2단계 사업 평가에서 시추를 완료한 것처럼 허위보고서가 제출된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조사를 안 한 채 사업 연장을 승인했다. 

에기평은 이밖에 넥스지오가 당초 계획한 것보다 낮은 성능의 시추기를 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96억원의 임차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게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감사원이 이번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한지질학회 등의 용역 결과를 근거로 부지 선정 시 부실한 지질 조사와 고압의 물 주입에 의한 포항지진 유발 책임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감사를 대표 청구한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임해도 부소장은 "대한지질학회는 넥스지오 등 포항 유발지진의 책임자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어 감사원이 인용하기에는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물 주입의 압력과 지진 규모의 연관성은 지난해 3월 정부 의뢰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상당한 의견을 제시한 만큼 감사 결과의 수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날 결과 발표로 포항시민들이 지난 2018년 11월 청구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 국민감사는 일단락됐지만 그동안 검찰이 진행해온 수사 결과에 더 한층 촉각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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