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갈등, 사실상 밥그릇 싸움인 선거구제 개편 때문”
“현재 우리 사회, 유례없는 ‘초갈등 사회’”
정세균 “개헌 방향에 대해선 제가 결정할 사안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정 후보자는 19일 “정치를 바꾸기 위해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민일보가 주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사회 갈등이 극에 달한 이런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며 개헌론을 꺼냈다.
그는 최근 선거제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을 두고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정치 현주소가 한심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주된 원인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라며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사회가 유례없는 ‘초갈등 사회’라는데 저도 동의한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임시정부 이후 100년의 역사를 지닌 대의민주제가 제 기능을 못 하니 광장 정치가 판을 친다. 광화문·서초동·여의도에서 집회하는 그룹들이 다 다른 주장을 하는 상태로는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자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에 선출된 직후인 지난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고, 이후 여야 원내대표와 수시로 회동하며 개헌 논의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의 세부 내용에 대한 여야 간 견해차가 컸기에 국회 주도 개헌은 어려웠고, 지난해 3월 36일 정부 개헌안이 발의됐다. 투표 시기 조율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끝가지 개헌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에 반대하면서 개헌안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결국 의결 시한인 지난해 5월 26일 이뤄진 개헌안 투표에서 모든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의결정족수(192명)에 못 미치는 114명이 투표해 투표 불성립됐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퇴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저는 국회가 자체 개헌안을 만들고, 그걸 근거로 대통령에게 대통령안의 철회를 요청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며 “불과 일주일이나 열흘이면 할 수 있는 걸 10년 동안 주무르고 앉아서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 있어 정 후보자가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만이 꼭 아닐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20일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초갈등 사회를 극복하는 데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하였을 뿐”이라며 “그 방향에 대해서는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고 정파 간에 많은 대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토대로 여러 정당들이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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