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을 가다] 보수 색채 강한 용산, ‘2번’ 진영에 반감?…‘정치 신인’ 황춘자 인지도 관건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위)와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아래). (사진=연합뉴스)
▲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위)와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아래).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3선 중진 의원이자 ‘멀박(멀어진 친박)’인 진영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한 서울 용산은 이번 총선에서 주목받는 지역구 중 하나다. 이곳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당 소속이었던 황춘자 새누리당 후보와 진영 후보가 이제는 경쟁상대로 맞붙게 됐다. 국민의당 곽태원·정의당 정연욱·민중연합당 이소영 후보도 출마하며 용산 선거는 다자구도가 됐다.

용산구는 북쪽에 남산, 남쪽에 한강을 두고 있는 14개 행정동에 약 25만여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동네다.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한 후 첫 일요일을 맞은 지난 3일, 여야 후보들은 유권자 한 명이라도 더 악수하기 위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며 바삐 움직였다.

‘인지도’ 차이 뚜렷한 황춘자

황춘자 후보는 이날 새벽 6시부터 한남동의 한일경로당 야유회를 찾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오전 내내 각종 산악회와 축구회를 찾아 유권자들을 만난 황 후보는 오후에는 동부이촌동의 한강쇼핑센터로 이동했다. 한강쇼핑센터 주변 일대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황 후보는 이곳에서 “공직 생활 40년의 경험이 용산에서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을 많이 구상하게 하고 실현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황 후보는 비교적 정치 신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용산구청장 후보에 출마했던 경력이 있다. 다만 선거 출마 경험이 적은 탓에 현역 의원인 진 후보에 비해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방촌5거리에서 만난 70대 사업가 김 모 씨는 “이번에 조윤선(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기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른 사람이 나왔다”며 “진영은 이번에 당을 바꿔서 싫고 황 후보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당이 새누리당이라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기 때문에 황 후보에 관심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촌1동의 동부이촌종합상가에서 만난 80대의 한 모씨는 기자를 만나 “이 동네가 어딜(어느 정당을) 찍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면서 “새누리당에 이번에 누가 나왔는지 잘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나를 비롯한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1번을 찍는다”고 말했다. 이촌1동은 19대 총선 때 진 후보에게 8149표(67.7%)의 표를 몰아준 새누리당 표밭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미 선거를 10일밖에 안 남겨둔 시점이어선지 황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로 노인층을 제외한 유권자들에게서 그랬다.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5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황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방과 철도분야, 공기업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철도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 온 사람이 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황 후보의 유세 현장이었던 동부이촌동 한가람아파트에서 만난 한 유권자도 황 후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40대 주부 정 모 씨는 “일단 같은 여자라서 더 마음이 기운다”며 "홍보물을 읽어보니까 프로필에 행정학 박사까지 한 걸로 나오는데 행정을 잘 아는 사람인만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힘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방촌에 사는 20대 취업준비생 윤 모 씨 역시 “잘 아시다시피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동네 주변에 군사 관련 기관과 시설들이 몇몇 있다”며 “여자로서 장교까지 8년의 군 생활을 했으니까 다른 후보들보다 더 낫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2번'이 된 진영 의원에 엇갈린 민심

이처럼 정해진 일정에 맞춰 동선을 이동한 황 후보와는 달리, 진 의원은 일정한 행선지 없이 발길이 닫는 대로 유권자들을 만났다. 진 의원 측 관계자인 박용석 보좌관은 “의원님께서 특별한 일정 없이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을 만나 소통한다”고 밝혔다.

진 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주민들은 진 의원을 두고 ‘철새’,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일 잘 하는 의원’, ‘소신 있는 사람’, ‘공천 학살의 희생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방촌 거리에서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두 명의 여대생과 한 명의 직장인은 기자와 만나 “정치인들이 자기들 유리한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것이 맘에 안 든다”며 “원래 그냥 당 보고 뽑는 편인데 이번에는 투표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심지어 해방촌의 새마을금고 앞에서 만난 60대 이 모 씨의 반응은 격앙되기까지 했다. 이 모 씨는 "박 대통령의 승은을 입어 장관자리까지 꿰찬 양반이 공천 좀 탈락했다고 종북 좌파들한테 가서야 되겠느냐“며 ”그동안 무조건 진 의원을 뽑았었는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 의원에 우호적인 반응들도 있었다. 해방촌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회사원 김미라씨는 “진 의원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진 의원에 대한 강한 팬 심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좋아하게 됐냐’는 질문에 김 씨는 “얼굴도 괜찮게 생기셨고 직접 만나서 악수해 본 적이 있는데 인간성도 좋으신 것 같고 무엇보다도 말없이 지역을 위해서 애쓰시는 분 같아 호감이 간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해방촌의 토박이’로 밝힌 60대 자영업자 최 모 씨도 “그 분(진 의원)이 일을 참 잘 하셨다”면서 “박 대통령도 좋아하고 진 의원도 좋아하는데 (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진영이라는 사람을 보고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소를 옮겨 동부이촌동 삼익상가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손 모씨의 반응은 단호하기까지 했다. 그는 “당적을 옮겼다고 해서 무조건 철새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언론에 많이 보도됐듯이 진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공천 보복'에 희생당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권 초기에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지키다가 장관직을 내던진 사람인데, 권력을 잡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과는 오히려 차별화되는 면이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무심(無心)’ 한 제3의 후보

이날 오후 찾아간 해방촌 5거리 한 가운데에는 정연욱 후보가 정의당을 상징하는 개나리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한창이었다. 오전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정 후보와 8명의 선거운동원들은 오래전부터 정 후보의 팬클럽 멤버였던 듯 행복한 표정으로 정 후보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정 후보 캠프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주민들은 정 후보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고개를 돌려 유세 현장을 지켜보는 한 여성에게 “선거 운동을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드시냐”고 묻자, “어제(지난 2일) 국민의당에서 나온 어떤 사람이 유세 차량 위에서 엄청 시끄럽게 굴더니 이 사람(정 후보)은 좀 조용해서 더 낫다”고 말할 뿐이었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때도 있었다. 정 후보의 플래카드에 있던 문구인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 연동(5천만 원 삭감)’에 대해 물었을 때 동네 주민들은 “정의당이 (당선)될 리는 없겠지만 국회의원 놈들 월급 좀 깎아버렸으면 좋겠다”, “어차피 그 인간이 그 인간이지만 그 공약은 좀 재밌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4일 MBN·매일경제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 의원의 지지율(32.0%)이 황 후보(32.1%)보다 0.1%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진 후보가 34.7%로 황 후보(30.9%)를 앞선 상태였다. 1주일도 안 돼 1·2위가 바뀌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 의원은 ‘현역 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용산이 서울에서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라는 점은 그에게 아킬레스의 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된 4일 여론조사에서 이 지역의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40.1%, 더민주 15.2%, 국민의당 11.1% 순으로 조사된 것도 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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