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전이 이제 정부의 판단만 남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참으로 열띤 공방을 벌였다. 사활이 걸린 만큼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용호상박의 기세였다.

서로 물고 물리는 육박전 속에 KT도 합병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왠지 모르게 개운치 않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가 타격을 입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강력히 막아서는 이유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MWC 2016에 참가하지 않고 국내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과의 합병에 대한 대책을 진두지휘한 반면 황창규 KT 회장은 MWC에서 광폭행보를 펼쳤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더라도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1위를 지킬 수 있고, 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케이블TV 시장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해외에서 KT의 기술력을 뽐내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의 장을 마련하기 위함이겠지만 국내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했다면 황 회장 스스로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MWC 2016이 진행되는 사이 정부 당국이 주최한 공청회가 열렸고, CJ헬로비전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판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황 회장이 자리를 지키며 진두지휘를 해야 할 만큼 KT가 허약한 조직은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흐름이 SK텔레콤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다면 황 회장 본인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KT가 지금보다 더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야만 한다. 그런 기반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통 시장과 방송 시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황 회장의 MWC 참석과 광폭행보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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