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이후 여야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체제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황우여 대표체제를 출범시키며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걸었고, 민주통합당은 오는 6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을 치를 신(新)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 35호(2012년 6월호)는 전월에 이어 ‘막오른 대선정국Ⅱ’이란 주제로 정국진단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는 새누리당의 신지도체제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의 향후 지도부 구성에 대해 전망했다.

특히 최근 정국을 달구는 통합진보당 부정선거와 폭력사태 논란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진단해보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김능구 본지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고성국 정치학 박사와 유창선 시사평론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본지의 정 찬 기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김능구): 정치권은 이제 대선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하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은 5월 21일을 기점으로 대선체제를 향해 당 지도부 정비에 들어갔고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지도부 인선이 일단락 됐다. 새누리당에선 대선경선후보로 나올 만한 비박후보들도 어느 정도 나온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도부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대략적인 추론 속에서 대선을 치를 지도부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진보당과 야권연대 명운을 함께 짚어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여야 대선주자들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대략적이나마 짚어주었으면 한다. 본격 검증에 들어가기에 앞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비교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먼저 현 정국 전반과 민주당과 새누리당 양당의 총선 이후 체제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 먼저 짚어보자.

고성국: 지금은 양쪽이 포석을 두는 단계이다. 새누리당 박근혜의 포석을 보면 굉장히 두텁게 두고 있다. 웬만하면 친이계도 좀 배려할 것 같은데, 전부 친박으로 깔았다. 말하자면 아주 단단하고 튼튼하게 둔다는 뜻이다. 역시 2007년에 다 이겼던 선거를 뺏겼다는 기억이 주는 트라우마 같은 게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두텁게 간다면 중복될 가능성이 상당히 많고 중복을 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지금 황우여, 이한구, 서병수 이렇게 이어지고, 만약에 국회의장을 강창희로 간다면 이는 굉장한 중복이다. 그래서 이 중복은 필연적으로 ‘박근혜 사당화 논란’을 받게 될 것이다.

박근혜가 이렇게 포석을 놓을 때 사당화 논란이 제기될 것이란 점을 모르진 않는 것 같다. 논란이 일더라도 일단은 확실하게 놓고 가자는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중복이 좀 심하다는 게 제 느낌이다. 박근혜로의 과도한 집중, 박근혜 사당화 등 이러한 중복현상은 박근혜가 자초해서 안게 된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또한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이 담합구도도 중복에 가깝다. 그러나 20일 울선 경선에서 보면 대의원 구도인 민주당 당원 지지자들의 이렇게 가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당대표가 이해찬이 되더라도,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대의원 당원들의 역동성은 확인이 됐다.

제가 보기에 이해찬 대표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닌가 한다. 김한길이든 누구든 다른 사람이 대표가 된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박 담합구도를 당원들이 거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민주당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터움보다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복을 마다 않는 박근혜의 포석과 맞장을 선택하는 것이다.

유창선: 민주당은 아직 체제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인데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대선레이스를 시작했다. (새누리당은)안정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친박 싹쓸이로 시작하고 있다. 어지간하면 쇄신파도 띄워줄 법 한데, 일단은 안전하게 확실히 굳혀놓고 간다. 쇄신파와는 이후에 경쟁을 해도 하겠다는 단계적인 구상이 깔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총선 당시 당 쇄신을 선도했던 박근혜의 이미지는 총선 이후로 정체됐다. 당 쇄신, 공천쇄신을 주도하면서 약진했던 박근혜가 그 이후 올스톱 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더 새로울 게 없는 모습이다. 김형태·문대성 대응을 보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다.

아직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6월에 안철수가 등장했을 때 안철수發(발) 변화에 대한 바람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 과연 (박근혜가)제대로 경쟁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더는 이렇게 가선 안 될 것’이라고 깨닫는 시점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혼미 속이다. 답이 나오기가 참 어렵다. 대선으로 가는 데 있어 마땅한 대안이나 답을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당장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역풍이 지속되고 있는데, 당 안팎의 거부감이 이전과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박 연대가 갖는 복고적인 이미지는 기본적 한계가 있다. 이해찬이 당의 얼굴로 등장했을 때 과연 이것이 12월 대선을 치를 수 있는 답이 될 지 의문이다. 친노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것도 문제고, 유권자들의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감안했을 때 복고적이라 더 큰 문제다. 대선을 염두에 뒀을 때 확장성에 있어 한계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당내에 뚜렷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얼굴도 없다. 비노의 대표 격이 돼버린 김한길이 12월 대선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를 생각했을 때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당의 지도체제를 세우는 데 있어 상당기간 혼미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그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대선후보 중심으로 가면서 그 부분을 덮는 길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 대선주자급 반열에 있는 인물들이라고 해도 국민 시각에서 이미 한계가 드러난, 상한치가 어디까지인지 다 드러난 상태다 보니 12월 대선과 시대정신에 맞는 코드, 얼굴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사회(김능구): 2007년 대선 당시에도 당시 민주당을 두고 인물, 정책, 조직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3무(無)당’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다 이긴 선거를 졌던 이번 총선에서도 그렇고, 민주당의 근본적인 한계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겠다?

유창선: 다만 이번 대선이 총선과 차이가 있다면, 대선은 대선후보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 지도부의 한계, 당대표 리더십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가 (그 한계를 다)상쇄하고 갈 수가 있다. 이러한 대선이 갖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총선과 같은 논리를 가지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택수: 총선 후 한 달 이상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원장을 역전했다. 그러나 5년 전 2007년 대선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대선 초반부터 양자대결구도는 없었다. 2007년 초에는 다자구도였다. 구 여권후보들이 지리멸렬해 연대를 통해 후보군을 대선 막바지에 가면서 양자구도로 정리해냈다. 그러나 2012년에는 이 양자구도가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오차범위 안팎의 격차로 (안 원장을)이기는 상황인데, 박 전 위원장으로선 다자구도는 ‘대세론’이라고 할 수 있고 당내 경선도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양자구도에서는 대세론이라고 보기 힘들다. 일간조사에서 안 원장에게 지는 경우도 나타난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경선패배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다.

총선 이후 처음으로 안철수 원장을 따라잡은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박 전 위원장이 위기관리 능력과 일사분란함, 단합된 모습들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저 역시 (고 박사님 말씀처럼)분명한 전략적 선택으로 생각한다. 야권의 공격이나 비박계로의 (사당화)비난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선전략으로 유효한 선택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반면 야권은 총선 패배에 따라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찬을 대표로, 박지원을 원내대표로 하는 담합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고문이 여러 면에서 박 전 위원장보다 떨어지다 보니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다분한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이 힘을 못 얻으면서 이해찬 후보의 대표 가능성이 힘들고, 문재인 고문도 위기에 몰렸다. 또 야권연대 파트너인 진보당의 위기와 함께 민주당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정권 재창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김능구):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총선 전에는 40대 연령층에서 우위를 지켜갔다. 그러나 총선 이후 결과가 뒤바뀌면서 이때부터 안 원장이 40대 연령층의 지지도가 빠졌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택수: 박근혜 전 위원장 지지율 상승과 새누리당 총선 승리는 쇄신을 잘한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야권이 워낙 못해서 반사이익을 본 면도 분명 있다.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사람 중 무당파층이 많고 민주당이나 진보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총선 이후 이들이 이번에는 박근혜 지지로 상당부분 넘어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층과 무당파층은 여전히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를 많이 보내고 있지만 총선 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박 전 위원장 지지로 많이 넘어왔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중도·무당파층을 끌어안지 않으면 불안하게 갈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 서울에서 5~10%p 정도 박 전 위원장이 앞서고는 있지만 끝까지 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서울에는 RDD 방식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야권표심이 많다. 경기·인천지역도 마찬가지인데, 이들 지역에서는 팽팽하다. 이를 감안하면 박근혜가 이기더라도 겨우 이기는 정도다.

사회(김능구): 총선 당시 서울지역이 여론조사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면 새누리당이 졌을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인가?

이택수: 그렇다. RDD 방식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와 많이 달랐던 지역, 야권표심이 많이 드러난 지역이 서울이다. 서울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10%p 앞선다는 것은 오차범위 내 박빙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 찬: 지난 5월 15일에 있었던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는데, 예상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4.11 총선까지만 해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위원장의 선거 돌파 과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구(舊)한나라당을 혁파에 박 전 위원장의 비대위 체제가 리더십을 발휘한 데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역동성에 있어 ‘안 봐도 비디오’ 분위기로 갔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는데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그 기대감이라는 게 과거 전대에 훨씬 못 미쳤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박근혜 외의 다른 대선주자들이 과연 지금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누리당은 이대로 변수 없이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4.11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이 다양하지만 하나로 모아지지 못하고 있다. 공천실패, 이슈관리 실패, 리더십의 문제 등을 비롯해 선거국면 전시관리체제의 문제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결론은 없다. 리더십의 확립 차원에서 ‘이-박 역할분담론’이 나왔지만 세력연합이란 구태로 비춰지면서 관심도가 떨어졌다.

야권지지층들은 최근 지도부로 누가 서느냐보다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야권지지층은 당 지도체제 정비보다는 이미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능구: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도력, 권력의 강도가 3김에 버금가거나 더 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02년도 이회창의 리더십과 비슷한 징조가 보인다. 이에 비박 주자들이나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최경환 총장설이 나왔다가 서병수로 바뀌는 과정을 두고 친박 내에서도 문제제기가 있다.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대위 체제가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향후 이러한 친박일색의 박근혜 체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할 상황인데?

고성국: 박근혜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나 선대위원회를 통합적으로 잘 꾸려서 대선으로 가는 코스와 자기 혼자 돌파하는 코스 중 혼자서 돌파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일단 한 것 같다. 여기서 혼자 돌파하려고 했을 때 황우여, 이한구, 서병수 등 친박계 사람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게 아니다.

실무는 챙겨야 하니까 대표나 원내대표, 사무총장에 믿을 만한 사람들 앉혀서 맡기고 대선판은 자기가 직접 부딪혀서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친이계나 쇄신파에 역할 주면 그게 자기에게 보완적인 효과로 돌아오는 것도 골치 아픈데다, 효과도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민생행보도 직접 하고, 2040세대, 수도권, 중도층도 박근혜 자신이 직접 부딪혀 깨지든 표를 얻든 하겠다는 것 같다. 지금의 포석은 겉으로 보기에 친박을 강화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지만, 그런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친박일색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했다는 식의 해석과 그것에 근거한 비판들은 박근혜에게 안 먹히는 것이다. 직접 돌파한다는 이 전략적 선택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 그 선택이 과연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지 차원으로 접근해서 평가해야 한다.

 

김능구: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지도부 인선과정에서 자신의 전략적인 대선체제 구축의 중차대한 결정은 한 것으로 본다. 이는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비박이 요구하는 오픈프라이머리 요구에 대한 단호한 거부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민심과 괴리될 위험이 있다.

2007년의 경선 트라우마 이야기가 나오는데 박 전 위원장은 당내 경선 막판에 격차가 1.1%p로 갑자기 좁혀진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선 전까지 박근혜 지지율은 계속 좋았다. 북한 핵실험으로 뒤집어지고 한 번도 뒤집어진 적이 없다. 말하자면 막판에 민심에서 진 것이다.

현재도 막강한 박근혜가 아직 출마도 안 한 안철수한테 왜 5% 오차범위 내에서 가까스로 이기거나 비슷한 정도로 가고 있나? 이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자로서 민심으로 하여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5%의 부족함’과 불안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본다. 당 차원에서는 모르겠다고 해선 어렵다. 보수와 중도 전체를 아우르는 선대본 등 대선체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엄청난 벽에 부딪힐 것이고, 2002년의 ‘이회창 실패’를 어게인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유창선: 오히려 저는 박근혜가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번 대선은 접전양상이 되지 않겠나. 물론 야권후보가 최종적으로 누가 될지에 따라 가변적이기는 하다. 현재로서는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후보로 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했을 때 피 말리는 접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는 낙관하거나 여유를 가질 만한 상황이 아니다. 본인도 한편으로 긴장을 늦추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이 구축되는 과정을 봤을 때 안전 위주의 선택을 하고 있다. 지금의 기조로 계속 간다면 ‘바람’과 승부해야 될 상황도 내다볼 수 있다.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드러날 수 있는 상황으로 지금 다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고성국: 약간 모순적이지만 저는 지금 박근혜가 여유를 부린다기보다는 조바심 내고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포석을 두텁게 두고 있다’는 생각과 ‘여유 있게 간다’는 생각은 다르다. 두텁게 포석을 두는 사람일수록 반집승부로 갈 수 있기에 늘 쫓길 수가 있다. 이 사람은 절박하게 자기승부를 하는데,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당대표로 남경필이나 정두언 내세우고, 소장파나 친이계에 당직을 주더라도 이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 표를 끌어올 것 같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2040세대, 수도권도 자기가 직접 대면해서 뚫어낼 승부로 누구도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본다. 그것도 늘 자신을 죽이려고 했고 언제 죽일지 모르는 소장개혁파, 친이계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승부가 수도권과 중도층, 2040세대에서 난다고 했을 때 박근혜는 ‘대충만 해도 이길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가 민생행보를 조급하게 하려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 끝나자마자 발목 잡혀 화를 냈다. 그 내면에는 조급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행보를 조급하게 혼자 돌파하려고 하는 게 과연 효과적이겠나 생각하면 나도 의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입장에서는 그래도 자기 진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개가 있는 것인데, 이 카드를 전혀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혼자서 돌파하겠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 선택일지에 대해서 의문이다. 나는 그 차원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유창선: 박근혜가 여유를 부린다고 한 것은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여전히 적극적인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을 말한 것이다. 승리가 보장된 대선이 아니다. 결국 적극적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이길 수 있는 선거판이란 점을 감안할 때 굉장히 소극적인 기조라는 말이다. 정식 대선출마선언 뒤에 어떤 승부수를 띄울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의 힘만으로 돌파해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저는 효율적이기는 하다고 본다. 쇄신파에 몇 자리 준다고 해서 표로 얼마나 직결될 것인지 하는 차원에서 보면 그렇다. 지금까지 박근혜는 혼자 팔 걷어붙여서 답이 바로 나오는 결과들이 실제 있어왔다.

그러나 이 기간이 길어질 때 박근혜에 대한 식상함 내지 피로증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12월 대선까지)남은 기간이 길다. 과거 DJ가 선거 치를 때마다 김민석을 옆에 뒀던 게 괜히 그런 것도 아니고, 이회창이 나경원을 옆에 둔 것도 괜히 그랬던 게 아니다. 혼자 해결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적인 역할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선에서는 다양한 얼굴들이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근혜 개인만으로 대선을 치를 때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밖에 없을 때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식상함도 있을 수 있다.

김능구: 지금 당 지도부들 중 2002년, 2007년 대선후보들 옆에 있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현재 지도부 구성과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는 다를 것 아니겠나.

고성국: 2002년에는 민주당 대표가 한화갑이었는데 후보교체하자고 했었고, 2007년의 경우는 안상수 원내대표에 당 대표가 강재섭이었는데 진짜 존재감이 없었다. 이번 경우에도 당대표가 누가 되건 양쪽 다 존재감이 별로 부각될 상황은 아니다.

(김능구: 그것과, 박근혜가 대선을 혼자 치르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쪽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방법이 좋은 방법이냐에 대해서는 나도 문제를 제기한다.

유창선: 민주당 같은 경우 조금 다를 것 같다. 이해찬 대표 체제가 됐을 때, 그때는 너무 강한 대표체제가 돼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워낙 센 인물이기 때문에 후보의 역할을 잠식하면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택수: 친박 진영으로 새 지도부가 구성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말기로 들어서면서 레임덕이 사실상 시작된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20% 후반이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맘때 지지율과 별반 차이가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체감적으로 레임덕이 덜해 보일 뿐이지 사실상 그때와 비슷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지지율 지표가 안 좋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계 인사들이 대선에서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당 전면에 나설 경우 양자구도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안 좋을 수 있다. 친이계 인사들을 지금 당 전면에 포진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찬: 총선결과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승리로 평가가 내려졌지만 실제 총득표수를 보면 대선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치권이 소강국면이기 때문에 다른 카드나 다른 수를 쓰지 않고 있을 따름이다. 박 전 비대위원장으로선 5대 5의 팽팽한 구도가 변했다고 보진 않을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는 판을 관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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