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국의 분수령인 4.11총선은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한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패배로 막을 내렸다. <폴리뉴스> 및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 34호(2012년 5월호) 정국진단 좌담회는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올 12월 있을 대선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짚어보았다.

4월 27일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배경과 민주당 등 야권의 패배원인을 먼저 진단하고 이어 이번 총선결과에 따른 대권경쟁구도의 변화 등에 대해 진단했다. 특히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전망에 대해서도 아울러 분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 고성국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평론과, 여론조사기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김만흠): 4.11 총선 결과의 평가 기준과 관련해 의석수만 놓고 평가할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어느 당이 잘하고 못했는지 하는 것도 괜찮은 평가기준이 될 것 같다. 대선전망에 앞서 총선에 대해 정리를 해보자.

유창선: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승패를 가른 요소는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박근혜 효과’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지역에서는 ‘그래도 역시 박근혜였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박근혜 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야권은 자신의 자멸로 여당에 선물을 안긴 선거였다. 불과 한 달 사이 일방적인 우위를 거의 다 까먹고 패배했다. 거기엔 리더십 부재와 전략의 잘못과 실수로 자멸의 길로 몰고 갔다는 생각이다.

사회(김만흠): 정당별 의석수룰 예측한 부분에서 고 박사님 예상이 그래도 가장 정확했다.

고성국: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저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역시 리더십의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새누리당에는 박근혜가 있었고 민주당에는 박근혜가 없었다’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에 좋고 민주당에 나쁘다고 해석할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에 박근혜가 있다고 하는 얘기는 일사분란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고, 현장 위기상황에서 빠른 결단을 내리는 이런 의미에서의 돌파형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뜻도 되지만, 동시에 새누리당에는 박근혜 빼놓으면 없는 것이다.

역으로 민주당은 박근혜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지리멸렬했다. 김용민 파문도 제대로 대처 못했고, 임종석 사무총장 건은 한 달이나 끌다가 한명숙 대표가 아닌 문재인 후보가 극구 밤에 올라와서 심각하다고 해서야 비로소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야권이 살아남으려면 여러 세력들 또는 여러 리더들이 합심하고 서로 협력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 패배를 대선에서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나 야권은 안철수까지 포함한 유력 대권주자들 또는 정치지도자들이 힘을 모아서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박근혜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가 오히려 야권의 강력한 시너지의 분출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택수: 선거라는 건 정당과 지지층 간의 상호작용이다. 새누리당이 잘했지만 보수성향의 지지층도 선거 이전부터 정권교체 위기감으로 총선에서 지지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은 2월 말, 3월 이후 새누리당의 여러 대처방향에 대해 공감했다.

4월 들어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졌을 때 당의 전략도 굉장히 민첩하게 잘했다. 여기에 보수지지층도 굉장히 빠르게 호응했다. 사실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졌을 때 역풍이 불거라고는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하지 못했지만, 예측과는 달리 역풍이 생각보다 많이 불었다.

반면 민주당 경우 당내 문제가 터졌을 때 실기하는 양상을 보였다. 야당 지지층은 결집하지 못하고 오히려 중도층은 떨어져 나갔다. 연령대별로 20대가 투표를 많이 했다지만 수도권 중심으로 제한됐었고, 출구조사 결과지만 30대 같은 경우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17대 때에 비해 투표율이 많이 떨어졌다.

30대가 사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데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당연히 지지율 제고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선거가 치러졌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최종 통계가 나와야 알겠지만 55%의 투표율 중 보수층이 결집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김능구: 고 박사께서 말했듯이 리더십 대결에서 총선 여야승패가 갈렸다. 실제 금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기세가 상당히 올랐었다. 정당지지율도 몇 년 만에 당시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후 한명숙 대표의 FTA폐기, 과반정당 등 발언들로 보수층 결집이 시작되었고, (새누리당에) 말할 거리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이전에 새누리당 후보들 보면 전부 다 할 말이 없어 현장에 나가기를 꺼려했을 정도였는데 캠페인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한 대표의 발언이었다.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된 3월 12일, 김무성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제3세력으로 분화할 듯 하던 보수세력들이 새누리당으로 총결집됐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그때부터 결집도가 80%였는데, 보통 그 정도는 선거 막판에 나타난다. 그리고 막판 정당 충성도는 90%까지 갔다. 보수층의 결집이 이번 총선에서 극대화된 것이다. 대선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쳐 보수세력들을 ‘박근혜’를 중심으로 뭉치게 만든 것이다.

야권은 정권심판론을 선거이슈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게 했다. 민간인 사찰 파동이 흐지부지되어버린 것도 리더십의 문제였다. 특히 막판 김용민 파문에서 저는 2004년 당시 ‘노인폄훼’ 발언으로 전세가 흔들리고 역전되면서 정동영 대표가 당 대표 뿐 아니라 비례대표까지 사퇴하고 석고대죄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김용민 후보에게 후보 사퇴권고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 한명숙 대표가 만약 정동영 대표 수준까지 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부분들이 대선 전초전인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이었는데, 그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곳이 충청도와 강원도였다. 저가 예상한 새누리당 의석에서 실제로는 15~20석 정도 더 증가했는데 충청과 강원에서 거의 12석 이상 새누리당이 더 가져갔다.

그쪽 지역들은 대선을 치른 것이다. 충남은 18대 때 한나라당이 한 석도 못 가져갔고, 강원도도 최근 도지사선거와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대부분 민주당 찍었다가 이번에 9개 지역구 전부 새누리당이 싹쓸이했다.

반면, 수도권은 리더십이 어떻게 작용하든 젊은 유권자들의 판단이 드러난 선거였다. 60, 70년대 투표형태인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이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위성도시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이, 수도권 외곽인 농촌지역은 새누리당이 의석을 차지하는 형태가 나타났다.

사회(김만흠): 리더십 문제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에 대한 공통적인 지적이 있었다. 한 마디 더 보태자면, 민주당 지도부 구성에서는 SNS의 작동을 중심으로 한 나꼼수 등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다고 보는데, 그것이 민심의 구도와는 괴리가 있다. 그런데 선거 때까지도 그 구도에 의존하다 보니 리더십이 민심을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 선거의 변수로, 정당간 권역별 후보 공천에 대해서도 짚어 볼 수 있겠다.

고성국: 공천에서부터 사실 승부가 갈리기 시작했다. 민주당으로선 공천내용 전체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보다 못하지 않았고, 자기 입장에서 나은 공천을 했다고 보고 있으나 이를 포장해 국민에게 보여주는 데 전략적으로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은 자인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한명숙 대표에게 “포장, 바로 그게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정당이 공직후보자를 공천해 국민 앞에 선보이는 것은 중요한 정치행위이고 전략적 상징행위다. 민주당은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있어 나이브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

유창선: SNS선거 문제를 짚어본다면, SNS의 영향력이 지난해 재보선과 다르게 지역마다 차이를 드러냈다. 수도권지역에서는 SNS의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고 반면 비수도권지역에서는 SNS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분당을 선거나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승리하다 보니 착시현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 SNS 이용자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비수도권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야권이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섬세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나꼼수 영향력도 마찬가지로 수도권지역과 비수도권지역이 다른 정서를 가질 수 있는 여건이었기 때문에 좀 구분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 역시 시야에 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적할 수 있다.

대선 자체가 그렇다고 해서 SNS의 영향력이 없는 선거가 되겠나, 저는 이러한 SNS의 흐름은 계속 가리라고 본다. 지역별로 나뉘어 치러지는 총선보다는 하나의 쟁점을 갖고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SNS의 영향력은 대선에서 회복되리라고 예상한다.

이택수: 공천문제부터 언급하자면, 유권자들이 공천에 있어 새누리당에 좋은 점수를 줬다.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지지도가 당 지지도와 비슷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당 지지율보다 한 10% 정도 더 낮게 나타났었다. 유권자들이 평가를 그렇게 했다는 것 자체가 표심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본다.

사회(김만흠): 민주당은 공천이 나쁘지 않았는데 당시 조중동 때문에 그러한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고 보나?

이택수: 그럴 수도 있는데, 총선 다음 날 지지후보 결정에 있어 영향을 가장 많이 미쳤던 이슈를 조사에서 ‘김용민 막말 파문’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부동층, 즉 지지정당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야권 여론조사 조작 파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야권연대 과정에서 터진 여론조사 조작파문은 집토끼가 아닌 잠재적인 지지층인 부동층을 쳐내는데 영향을 미쳤다.

총선 결과를 보다 보니 대중매체에서 한 번 걸러진 이슈들이 SNS를 통해서 확대?재생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246개 지역구 중 관심?접전지역구들에 대한 대중매체들의 보도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내용들이 SNS에서 계속 확대?재생산됐다.

낙동강벨트 PK지역, 지역주의를 깨는 김부겸, 이정현 후보 출마지역 등 특정지역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다 보니까 실제 강원이나 대전, 충청지역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여기에 SNS가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 보니 SNS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제한적인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SNS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야권은 어떻게 보면 자만한 걸 수도 있는데, 질보다는 양이었다. 팔로워들이 핵심 트위터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1당을 점치거나 새누리당의 우호적인 내용들이 나오면 굉장히 배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새누리당 전략은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 전력했던 것 같다. 집중공략 할 대상, 가령 막말파문이 터지면 키워드 중심으로 굉장히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여러 면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할 수밖에 없었지 않나 생각한다.

고성국: 민주당이 나꼼수와 같이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방송이긴 하지만 그러한 팟캐스트방송 또 유력한 트윗트리안들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이 재현될 경우 상당히 정치적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뼈저리게 반성하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선관위가 당일 인증샷을 허용했기 때문에 SBS가 실시간 중계방송 하듯이 계속 보여줬다. 과연 저게 어느 정도 투표율 상승으로 연결할지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이번에 SNS를 ‘그들만의 리그’라고 폄하하는 분석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택수 대표도 말한대로,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SNS를 진보나 야권의 전유놀이터로 놔두고 있지 않았다. 대선으로 가면서 새누리당은 좀 더 적극적 방식으로 SNS작업에 달려들 가능성이 많다. 야권은 SNS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야권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 이른바 조중동이나 주류언론으로부터의 도움이나 균형 잡힌 보도는 야권은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 아닌가. 그것을 대체하고 능가할 대안적 매체로서 SNS를 상정해 온 것인데, 그런데 이 SNS가 그들의 구상대로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사회(김만흠): 야권은 SNS라는 메커니즘 문제 못지않게 비정치 인기인들의 영향력이 이미 정치인화 돼버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약간 체감되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택수: SNS에서 적어도 야권연합, 진보의 연합이 없었다고 보는 게 나꼼수는 나꼼수대로 진중권 교수는 진중권 교수대로 굉장히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다. 보수진영은 뭉쳐져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진보진영에서는 (SNS에서) 굉장히 분열돼 있었다.

김능구: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에서 트위터 등 SNS를 야권 편향적으로 보도하지만 오히려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게 SNS라고 했다. 정보검색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장소이기에 그 팩트에 대한 확인작업을 스스로가 다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도 이번 총선 결과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령 김용민 막말파문이 터졌을 때 SNS에서는 이를 덮고 다른 측면만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라 사실 그 자체를 다 드러냈다. 보수든 진보든 간에 저는 소셜미디어가 전향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김만흠): 지역별, 권역별 차이에 대한 간단한 해석과 더불어, 특히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는 노선-야권연대 논쟁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자.

김능구: 이번에 민주당이 좌클릭해서 실패했는지에 대한 진단은 향후를 위해서도 중요할 것이다. 민주당은 야권연대가 유일한 전략이었는데 야권연대로 FTA나 해군기지 등 진보당에 끌려 다니면서 욓려 중도를 놓치면서 이번 선거에서 진 것인지, 그래서 다시 되돌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1대1 구도면 다 이긴다고 하는 후보단일화 전략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지난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아젠다처럼 정책적 대안을 전혀 준하지 못하고 제시하지 못한 게 진짜 문제지, 좌클릭한 게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지적도 있다.

유창선: 민주당 내부 노선의 문제에 좌냐 우냐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 저는 이보다는 조금 더 상식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상식에 맞추지 못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브레이크 없이 그냥 좌로만 달려가는 면들은 분명 있다. 과거 제1야당 모습 떠올리면 왜 반대이야기는 아무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선거 앞두고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서 거의 브레이크 없이 좌로 가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는, 그래서 김진표가 아웃이 되네 마네 하는 분위기까지 갔지만 좌클릭 때문에 졌다고 보지 않는다. 쇄신 제대로 안 한 것, 공천 미흡하게 한 것, 막말파문 미온 대처, 이러한 것들이지 노선의 문제는 아니다. 중도냐 진보냐 하는 추상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고성국: 문제의식이 같은 측면이 있는데 뉘앙스는 다른 이야기다. 저는 우리 국민이 4년 전에 보수화됐다가 4년 만에 진보화되는 유의미할 정도의 이념적 스펙트럼 상의 이동을 몇 년 만에 보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몇 년 만에 유의미할 정도로 보수성향의 국민이 진보성향의 국민으로 성향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 4년 전 노무현 정권 말기에는 노무현이 보기 싫어서 반(反)노무현 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보수화된 성향을 띠게 됐던 것이고, 지금은 이명박이 보기 싫어서 反이명박 하다 보니까 이명박이 추진해온 여러 가지 보수정책을 다 반대하게 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진보적 성향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反이명박을 잘하면 되지 정책을 진보화시키면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수준이 낮다고 나는 생각한다. 야권이 反이명박 전선을 분명히 하겠다면서 실제 구체적인 어젠다라고 내세운 게 FTA 무효화 또는 재협상, 제주해군기지 원점 재검토 정도였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권심판 하겠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기껏 한다는 게 이런 것이다. 야권이 제대로 된 이슈, 어젠다 세팅에 실패했다.

사회(김만흠): 이번 총선이 대선 전초전의 성격이었다고 하는데, 앞서 김능구 대표께서는 강원?충청지역이 대선 대리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고 했다. 광주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던 이정현 의원의 경우도 초반에는 여러 가지로 이정현 개인에 대해 주목하다가 막판에는 박근혜를 봤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을 대선전초전의 의미로 본다면?

고성국: 이정현은 “30명 중 한 명 정도는 색깔 다른 사람 만들어도 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것이 총선 성격으로 끝까지 갔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막판에 ‘서너 개 중 하나 정도는 색깔이 달라도’라고 생각했다가 그 다른 색깔이 대선으로까지 연결되어질 걸 생각하는 순간 선뜻 손이 안 나갔던 것이다. 대구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부산도 사실 그랬다. 문재인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는데, 박근혜가 네다섯 번 내려가서 단도리 한 것도 있지만, 그 단도리가 먹힌 것은 대선전초전이기에 먹힌 것 아닌가? 그러면서 문재인 바람을 철저하게 국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4월 12일부터 사실상 대선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안철수 때문에 한때 상당히 심하게 흔들렸고, 이 선거에서 졌다면 대세론이라는 말은 당분간 못 꺼낼 만큼 무너졌을 텐데, 예상 외의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흔들리기 이전보다 훨씬 더 강고해졌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새누리당 내부에서의 대세론이지만 실제로 이것이 정국을 주도하게 되면 전국 전반으로 대세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야권의 경우는 ‘이거 문재인 갖고 안 되겠다’고 생각한 다수가 안철수에게 주목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안철수가 선거 직후에 부상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초조하게 된 문재인도 먼저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생각보다 빨리 대선국면이 만들어졌다. 야권의 다른 후보들과 장 밖에 있는 안철수와의 갈등이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럼 이게 누구한테 좋을까. 나는 일단 박근혜한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기에 대선국면으로 전환하면 대세론을 구축한 후보 입장에서는 이 대세를 귀착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에게 좋을 것이라고 본다.

유창선: 박근혜 이야기를 드리기에 앞서 저는 기본적으로 총선 결과와 대선판은 별개라고 본다. 12월까지 8개월이라는 긴 기간이 남아 있다. 그동안 비주류 입장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책임져야 할 입장이다. 박근혜가 사실상 여권의 완전한 신권력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정치적으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 훨씬 늘어난다는 의미다.

저는 또 박근혜의 리더십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바로 어제(4월 25일) 있었던 일이 상징적이라고 보는데, 친박 내부 갈등에 대해 강한 경고메시지를 그러한 박근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친박진영에서 후보등록 하려던 유승민, 서병수 등 3명이 잇따라 전부 등록을 포기했다. 이게 더 우려되는 것이다.

정당이라는 게 어차피 시끄럽고 갈등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조절하는 것이 리더십인데, 박근혜는 이러한 소란함을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 리더십이 아마 저런 모습 아니었을까 한다. 그런 식으로는 좀 곤란하다.

야권을 보면 문재인의 한계가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안철수의 공간을 넓혀주는 결과를 빚었다. 안철수의 파괴력 정도는 뒤에 가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지금 여러 가지를 대입한 조사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이후 새로운 판이 짜지면서 봐야 할 문제다.

김능구: 비대위 구성과 새누리 당명 변경이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비대위원들이 MB ‘출당’ ‘하야’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MB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비대위 한계는 MB에 공격적이지만 박근혜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령 상당히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이상돈 의원이 ‘추대론’을 거론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는데, 친박계 의원들도 있을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러한 ‘추대론’을 저명한 교수 출신 비대위원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이번 총선이 박근혜 1인에 의한 완승이라면 이 자체가 바로 대선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형태 파문 처리과정서도 박근혜는 “녹취에서 김형태 육성이라는 보고를 못 받았기 때문에 나중에 결과 나오면 조치 취하겠다”고 밝혔고, 거기에 새누리당 모든 의견이 다 그렇게 갔다.

박 위원장은 일반 민심에 대해서는 늘 인터넷을 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다. 유승민 의원 표현처럼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 아니겠나.

이런 현상 자체가 본인의 리더십을 말해주는 것이다. 박근혜 경고메시지도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무슨 옛날 드라마 보나’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당혹스럽다. 박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 승리해 내일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려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고성국: 박근혜가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본다. 당시 당대표 황우여/원내대표 서병수/사무총장 최경환, 이런 식의 당 지도부 구성안이 명단으로 만들어져서 돌아다니고 이게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고, 이는 말이 안 되는 짓이지 않나.

이걸 박근혜가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아닐 테고. 친박의 누군가가 머리 맞대고 했을 수 있다. 그것은 새누리당이 박근혜의 사당이라고 하는 정치적 반대자들의 공격을 그대로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 문건이다. (박 위원장은) 당연히 황당했을 것이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이 어떻게 당에서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화를 낸 것이고, 서병수가 희생양이 됐다.

김문수가 빨리 움직였는데, 움직이자마자 비박(非朴)연대 구성한다면서 룰부터 들고 나왔다. 이 룰에 대한 박근혜의 악몽이 있다. 4년 전에 전체적으로 승리했는데 룰미팅 잘못하는 바람에 손에 든 승리를 그대로 이명박에게 빼앗겼다. 그런데 이번에 도전장 내밀자마자 그러한 룰부터 바꾸자고 들고 나온 데 대해서 원칙적으로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의 전일적인 지도력 또는 권위적인 지도력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동의하지만 역으로 명백히 잘못한 것이어서 수정되어져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박근혜가 말을 안 해야 하나? 아니면 의총을 소집해야 하나? 아니면 비대위를 소집해서 회의에 부쳐야 하나? 다양한 방식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이택수: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이 총선 이후 대선까지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친박과 박근혜 위원장 갈등 문제들도, 그런 식으로 자꾸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선을 염두에 둔 준비된 갈등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앞으로 남은 8개월은 긴 시간이고 새누리당이 자만하면 대선에서 필패할 수 있다. 지금 이 현재 상황이 박근혜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시간이 너무 길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새누리당의 갈등을 보수지지층에서는 좀 위태롭게 볼 수도 있겠지만, 대선가도에 있어 이 준비된 갈등이 (일찍 터져서) 오히려 도움이 될 수가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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