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선거 패배 아니다... ‘지방자치 정당공천 폐지 신념있어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가 거론되는 ‘안철수 신드롬’이 휘몰아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은 박찬종 전 의원이다.

<폴리뉴스>는 5일 박찬종 전 의원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박 의원은 ‘1995년의 안철수’였다. 김영삼 정권 당시 첫 서울시장 선거라는 대형선거에서 박 의원은 여론 지지율은 막강한 민자당 후보와 통합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40%대로 1위를 차지했다. '박찬종 신드롬'이 당시 정국을 강타했던 것이다.

여야 정당에서는 비상이 걸렸고, 박 의원 영입전이 뜨거웠다. 박 의원은 ‘영입 메신저’로 3고초려한 민주당 문희상 의원, 자민련 김용채 의원에게 “당에서 후보를 내지 말고 무소속 박찬종을 지지해달라”고 역제안했지만, 이 요구는 거절되었다.

박 의원은 ‘지방자치는 정당개입이 없는 무소속이어야 한다’는 신념과 ‘3김정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3김청산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정당입당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끝까지 나섰다. 그러나 서슬퍼런 3김정치 시대에 그의 힘은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나홀로 선거’에서 무려 33.5%의 지지를 얻었다. 당시 DJP연합후보로 나선 조순 후보가 42.4%를 얻어 당선되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선거를 ‘패배’라고 하고 있지만 이에 박 의원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조직과 금권을 앞세운 3김과 싸워서 33.5%를 얻은 것은 ‘사실상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자치에는 절대 정당공천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흔들리지 않는 ‘지방자치 정당공천 폐지’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지방자치에 정당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주민투표 불참의 정치사활이 결국 ‘서울시장 선거’ 정치사활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도대체 누구의 사활이냐? 서울시민의 사활이냐? 홍준표, 박근혜, 손학규, 나경원, 천정배의 사활이냐?’며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일본에서는 동경도지사 등 무소속 시도지사가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무소속 시도지사가 80% 가량 차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안철수 교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압승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안 교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라. 이쪽 저쪽 눈치 보지 말라. 이렇게 높은 지지를 얻는데 여기서 포기한다면 비겁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무소속 필패’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당조직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무소속 필패’라는 것은 관념이다. 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16년이 지난 지금은 3김 지역맹주도 없고, 지역주의도 많이 탈색되었으며, 정당과 국회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졌으며, 지방자치에 정당개입에 대한 폐단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무소속 압승’에 확신했다.
이어 안 교수가 최근 전국 순회하고 있는 ‘콘서트’에 수천명이 운집하고 있는 것과 관련 “어느 정당조직보다 위력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안 교수가 과연 “지방자치의 정당공천 폐지의 신념으로 출마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당선되어서 ‘지방자치에 정당정치가 분탕질 해놓은 것을 뜯어고치겠다, 지방자치에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분명한 신념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3정당론’과 관련 “만일 정당을 만들면 정당폐단만 커지고 순도가 떨어져서 패배할 수 있다”며 “서울시장 출마에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성경을 읽기위해 촛불을 훔치는 것과 같다’”고 창당에 강하게 반대했다.

또한 만일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그것을 계기로 지방자치의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 나아가 “국회와 정당의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세대교체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도 젊은 사람들이 있어도 이 꼴인데...”라며 “1995년 같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정당구조, 국회구조의 전면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의원 공천에 있어서 실세공천 폐지와 상향식 공천’이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했다.

[박찬종 의원 인터뷰 일문일답]

박찬종 패배? 나는 3김과 싸운 것... 실패는 했지만 절대 패배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1. ‘안철수 신드롬’이 불고 있다. 95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찬종 의원 지지도도 안 교수와 처럼 40%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당선되지 못해 ‘박찬종 거품’ ‘무소속 한계’라고 한다.

=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였다. 첫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와 33.5%를 얻었다. 서울시민의 3분1이 넘는 지지를 얻은 것이다. 당시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40%대가 나왔는데 최종 득표에서는 단 6-7%가 빠진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당선 가능성이 있었던 표임에 틀림없다. 당시 3김의 무서운 공격과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이 있었다. 3김이 앞장서서 ‘박찬종 낙선운동’을 폈다. 3김 공격을 이기고 무소속으로 돈과 조직 없이 33.5%를 얻은 것은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 박찬종은 실패했지만 패배한 것은 아니다. 잠재적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거품이 빠졌다’느니 ‘패배했다, 형편없다’느니 하는 비난에는 ‘절대 동의 못한다‘.
이러한 시민들의 지지는 나중에 96년, 97년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얻은 것으로 그대로 나타났다.

당시 패한 것은 첫째, 무소속 후보로 조직열세, 자금열세가 컸다. 일례로 25개 구청에 유세차량도 배치하지 못했고 플랭카드도 교체할 비용이 없을 정도였다.
둘째,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무소속 출마는 ‘3김’과 싸운 것이다. 당시 YS는 현직 대통령으로 정원식 후보를 공천했고, YS가 직접 공개 지원하고 나섰다. 이에 DJ가 YS의 공개 지원을 선관위에 문제 삼기도 했다.
또 DJ와 JP는 연합해서 조순 후보를 공천했다. DJP연합은 97년 대선에서 처음 한 것이 아니다. DJP연합은 그보다 2년 전인 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후보를 연합공천 한 것이 처음이다.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YS와 DJ, JP 3사람이 모두 무소속 박찬종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박찬종은 3김과 싸웠고 3김에 패배한 것이다. 박찬종 33.5%를 거품이고 패배라고 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민주당, 자민련에 입당을 거절하니까 DJ와 JP가 세대교체에 위기를 느껴서 연합하고 나를 떨어뜨리려고 조직과 금력을 총동원했다.
DJ와 JP가 모두 나를 영입하려고 3고초려 했다. DJ는 문희상 의원을 보내 민주당으로 입당하라고 했고, JP는 김용채 의원을 보내 자민련 입당을 종용했다. 모두 2-3번씩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 두사람에게 똑같이 말했다.

“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것은 중앙정치가 지방자치에 공천하면 안된다. 지방자치까지 정당이 개입해서는 안된다. 중앙정치가 지방자치에 공천하니까 여의도의 여야 전장터가 시장까지 확장되는 것 아니냐. 그것은 안된다. 일본을 잘 알지 않느냐.
당시 이시하라 신타로 동경도지사도 무소속이었다. 이시하라 지사는 무소속으로 3선을 했는데, 자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이시하라 후보를 지지했고, 여기에 공명당도 지지해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민주당, 자민련에서 후보를 내지 말고 무소속 박찬종을 지지해달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보수진영에서는 자민당, 공명당이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우파 후보를 지지하고, 민주당과 민사당은 좌파후보를 지지한다. 이것을 ‘합성공천’이라고 한다. 지방선거에서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정당과 관계없는 특정인물을 연합하여 지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지방자치 관련한 법조항이 2개있는데 117조, 118조다. 이 조항에는 지방자치는 국민복리사무와 재산관리를 하게 되어있고, 또한 의회를 두게되어있으며 생활과 관련된 규칙을 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정당이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어디에도 없다. 지방자치는 ‘헌법상’ 정당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 서울시장 선거 사활? 누구의 사활이냐? 시민의 사활이냐? 홍준표, 박근혜, 나경원, 손학규, 천정배 사활이냐?
‘무상급식 주민투표’... 정당개입 폐해 대표적

2. 지방자치 정당폐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말하는 것인가

= 오세훈 전 시장이 주도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중앙당이 개입하면서 정치싸움이 되었다. 같은 사안임에도 경기도는 잘 해결되지 않았느냐. 서울시정에 중앙정치가 개입되면서 정치싸움판이 되었다. 정당개입 폐해의 대표적 사례다. 그래서 지방자치는 중앙당의 정당공천이 폐지되어야 한다. 무소속 시장이 나와야 한다.

국회의원은 여의도로 돌아가라. 예컨대 수천명의 생사가 달린 부산저축은행 국정조사는 하지 않았다. 아마 여야에 관련자가 많을 것이다. 국정조사 임무는 방기하면서 주민투표,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느냐. 누구의 사활이냐? 시민의 사활이냐? 정당의 사활이냐? 홍준표, 박근혜, 나경원, 손학규, 천정배의 사활 아니냐? 시민과 국민을 위한다면 무소속 시장이 되어야 한다.

안철수 “무소속 출마하면 압승할 것” “포기하면 비겁하다”
“더이상 머뭇거리지 말라. 이쪽저쪽 눈치보지 말라. 정당조직 두려워말라”

3. 안철수 신드롬이 불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

= 안철수 교수는 만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안 교수에게 꼭 말하고 싶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라. 이쪽저쪽 눈치보면 안된다. 무소속으로 나서면 패배한다? 정당조직을 두려워할 필요없다. 내가 실패한 것도 모두 과거다. 지금은 16년이 지났다. 콘서트에 많은 사람 모으는 것이 정당조직보다 더 위력적이지 않느냐. 무소속이 필패라고 하는 것은 관념이다. 이런 관념을 깨야한다. 포기하면 비겁하다.

나는 3김 지역주의가 가장 극심할 때 무소속으로 나서서 실패했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3김도 없고, 지역맹주도 없고, 지역주의도 많이 탈색되었으며 정당정치과 국회정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또 지방자치에 정당이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을 여러 가지 면에서 피부로 느끼고 알고 있다.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나가면 압승할 것이다.

그러나 안 교수가 어떤 생각으로 출마하는 것인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당선되어서 지방자치에 정당정치가 분탕질 해놓은 것을 뜯어고치겠다. 지방자치에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분명한 신념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4. 안 교수측에서는 ‘제3세력’을 언급하며 창당 움직임이 있는데...

= 제3세력? 제3정당 만들면 안된다. 지방자치에 정당이 개입하면 안되고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하는데 정당을 만들면 또다시 정당폐단만 커진다. 순도가 떨어져서 패배한다. 지금 제3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꼴과 같다’.

안철수 교수가 지방자치에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신념으로 나선다면 반드시 무소속으로 압승할 것이다. 그런 신념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무소속 시장 당선되면, 정당, 국회 전면 구조개혁 돼야”.. “지금은 세대교체 아니다”

5. 안 교수를 포함해 무소속 시장이 당선되면 내년 총선, 대선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무엇부터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박 의원은 95년 ‘3김청산 세대교체’를 내세웠는데...

= 무엇보다 정당과 국회가 구조조정되어야 한다.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되어야 한다. 정당과 국회는 헌법 취지대로 돌아가야 한다. 국회의원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부터 되어야 한다.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의 자율권이 보장되어 있다. 특히 공천이 실세에 의해 장악되어서는 안된다. 상향식 공천이 되어야 하고 이것을 어기면 위헌으로 처벌해야 한다. 지금은 상향식 공천을 안해서 위헌을 해도 처벌규정이 없다. 공천을 헌법에 위배하면 ‘무기징역’ 쯤 준다면 실세공천을 하지 않을까?

세대교체?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니다. 지금 ‘젊은 사람’ 들이 많은데도 이 꼴인데... 내가 출마할때는 3김과 싸웠고, 그때는 세대교체가 목표였다. 세대교체를 막으려고 DJP연합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니다. 지금은 제도권 정당과 국회를 전면 구조개혁해야 한다. 제도권 정당에 국민의 엄중한 심판과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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