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정당정치와 시민정치가 손잡고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10.26 서울시장 선거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왜소해 보이기만 했던 시민운동이 당당히 정치적 성공을 일궈냈다. 정치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성 정당을 넘어 시민사회의 정치적 진입이 가능함을 증명해냈다. 시민운동의 성공일 뿐 아니라 한 시민운동가의 극적인 승리이기도 하다. 너절한 네가티브에 속수무책으로 난타 당했지만 수십년 동안 묵묵히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시민운동가는 거대 여당을 누르고 당당히 승리했다.

또한 이번 선거는 평범한 시민들의 집체적 승리이기도 하다. 가진 거라고는 ‘엄지’밖에 없는 힘없는 시민들의 소셜 네트워크가 결국은 승리를 일궈냈다. 자발적 참여로 수십억의 선거비용을 순식간에 충당해낸 시민의 힘과 희망캠프에 제 발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땀이야말로 이번 승리의 결정체였다. 거대 언론의 일방적 네가티브와 인신공격에도 시민운동가를 승리로 지켜냈던 것은 트위터와 페북으로 대표되는 엄지족 시민들의 조그만 힘들이 결집되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참패와 위기 그리고 민주당의 변화 요구를 정치적으로 평론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투표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확히 읽는 데서 출발한다.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젊은이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는 점이다. 열정과 패기를 상징했던 젊은이는 이제 불안과 좌절에 휩싸여 있다. 천정부지의 등록금을 고스란히 내고 졸업해도 마땅한 정규직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지금의 경제 현실. 취직이 되지 않는데도 끊임없이 스펙 쌓기에 투자해야 하는 역설적 현실. 취업해도 박봉과 구조조정에 불안해야 하는 미래의 어두운 현실.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의 잘못도 없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 분노하고 있고 그 분노가 변화를 갈망하는 적극적 정치참여로 나타난 것이다.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샐러리맨과 시장 상인들은 자신의 성실함과 근면함에도 상관없이 경제적 위기에 떨어야 한다. 강남의 상상할 수 없는 부유함과 당장 한 끼 먹을 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곤고함 사이의 양극화는 이제 치유 불가능할 정도이다. 투표결과에서 확인된 20대 젊은이와 3,40대 장년층의 몰표 현상은 바로 이같은 경제적 좌절과 불안 및 양극화의 집단적 표출인 것이다.

이들의 좌절과 분노는 결국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로 이어진다.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속절없이 힘들고 어렵고 가난해야 한다면 이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 유권자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 시장 선거의 결과에 충실한다면 이제 우리 정치는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의 덫을 어떻게든 치워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 기존 정당이 그 역할에 미흡했다면 이제 시민정치의 힘을 보태서라도 해내야 한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또 다시 정치가 대결관계를 재생산하거나 조장되어서는 안된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극단적 대립이 지속된다면 정치의 첫째 기능인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세대간 갈등이 증오로 이어지고 강남북의 차이가 같이 살수 없는 적대로 이어지는 건 정치의 기본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정치는 그래서 더 철저히 사회통합을 제고시키고 사회균열을 극복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위기 해소를 위해 더더욱 정당정치와 시민정치는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쳐야 한다.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대체해서도, 정당정치가 시민정치를 폄훼해도 안된다. 정당정치와 시민정치는 힘겨루기가 아니라 화학적 결합과 상호 보완의 관계다. 그래야 지금의 정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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