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늦은 감은 있지만 도지사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민주화운동 투사로서의 안희정 모습과 도지사로서의 안희정 모습은 많이 다른 듯하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지난 20세기 민주주의가 성장하지 않았던 시절에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거의 거리의 투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헌법에 정해놓은 법도 안 지키면서 대통령이 되는데 그 시대에 어떻게 대화가 되겠나? 그런 시절은 불법적인 정권을 향해서 소신 있게 싸우는 일이 필요했다.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권력을 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에는 확립돼 있지 않았다.

그런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극렬한 싸움의 현장이어야 했다. 그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다음 민주주의 시대 구분을 하기 위해서 저는 ‘더 좋은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한다.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풀 수 있느냐, 모든 갈등과 대립을 주권자의 참여를 통해서 해소해낼 수 있느냐, 참여민주주의 과제,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은 소모적 갈등이 아니라 생산적 다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2단계 공정’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2. 대화와 타협으로 푼 정치인이 진정한 민주지도자다. 하지만, 현 정권과 여당은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들의 낮은 민주주의 의식 때문에 그렇다. 그분들이 믿는 믿음은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다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믿음은 더 나아가 민주주의는 우중정치이고 똑똑한 정치가와 현명한 리더가 책임지고 끌고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역사인식 때문인데, 이는 20세기 때 잘못된 아주 후진국형 민주주의 역사관이다.

3. 6.2지방선거는 한 표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표의 위력’이라는 데 동의하나?

모든 선거는 사실상 다 한 표의 위력이고 선거 자체는 늘 민의 혁명의 과정이다. 그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과제가 있다. 이번에 김두관, 이광재, 송영길, 안희정으로 표현되어지는 새로운 시도지사의 등장은 한국정치사에서 큰 전환기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전쟁세대로부터 한 시대가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또한 올해 지방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였고, 돌아가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이기도 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적 정통성을 잘 확보한 사람들은 당선될 수 있었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전쟁세대로부터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의 의미가 있고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국민들의 재평가이자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4.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집권여당 사람들은 4대강으로 청계천처럼 대선에서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4대강 조성해서 흥행몰이에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날 청계천을 걷는 많은 사람들은 청계천 조성이 좀 더 지속 가능한 천변개발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콘크리트 더미 위에 지하터널을 걷는 듯한 청계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시민들은 복개돼 있던 청계천을 여는 것 자체로 큰 호응을 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청계천이냐를 요구할 것이다.

4대강사업도 이번에 친수법 만들어 진 것을 보면, 애초부터 4대강사업은 수질개선, 홍수대비 사업목표가 아니다. 이것은 부동산 개발전략이다. 부동산 개발전략을 통해서 부자 만들어주겠다는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뉴타운사업과 마찬가지라는 것인가?) 그렇다. 강물판 뉴타운사업이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서 가격을 높이고 사람들에게 부자가 된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말 바보 같은 전략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120만원 봉급가지고 전세방도 못 구하는 나라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국가적으로 굉장히 소모적인 사업이고, 제 경우 반대의견을 갖게 됐다. 이 사업이 진행되어 당장 친수환경을 조성해서 물을 가두고 일정정도 호수화 된 공간 내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떤 호평을 받을지는 우리가 알 길이 없다.

5.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고 싶다고 했는데 대화를 통해서 문제 풀 수준은 지난 것 아닌가?

이미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시종일관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제기했고 이번 국회 예산 과정에서도 우리 나름대로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집권여당이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6. 세종시문제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과학벨트 부분이 날치기 파동 속에 통과되면서 충청입지가 명기가 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해결책이 있나?

두 가지다. 이는 대통령께서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부족해 더 보강하겠다고 해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원래의 약속을 대통령이 지켜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충청권 입지가 이야기된 것은 대덕연구단지라는 국가적으로 수십조가 투자된 연구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이온가속기 등 실험기반을 통한 과학벨트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서 입지선정에서 대덕연구단지 오송, 오창, IT·BT 사업에 천안 서산 등 최적의 입지조건으로 충청권이 이미 선정돼 있다. 다행히 오늘자 신문을 보니 경쟁방식보다는 최적입지를 선정하겠다고 정부가 얘기했는데,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자꾸 혼란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7. 무상급식이 현안이다. 충청남도에서는 현재 무상급식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무상급식은 쟁점이 될 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전국적으로) 정치주자들이 무상급식을 자꾸 정치쟁점으로 삼으면 안 된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김상곤 교육감이 영웅이다. 단순하게 무상급식이 밥을 공짜로 준다니까 포플리즘이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저는 이 견해보다는 헌법이 명시한 의무교육의 정착이라는 관점으로 이 사업을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초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우리가 명시했다면 그야말로 의무교육이란 무상교육인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를 안 보내면 부모가 처벌받는 것처럼 이 의무교육은 바로 공적비용으로 치러지는 무상교육이다. 헌법적 무상교육의 의미를 단지 실천하는 일이지 이 문제가 누구의 쟁점이기 때문에 누가 더 각광받는 것이라고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다 같이 거기에 힘을 모으면 부모는 똑같이 칭찬해 주신다. 그것을 자꾸 쟁점으로 만들어서 논리를 펴면 어떻게든 다 논쟁거리는 되고 말은 되지만, 사람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8. 충남 내 도지사와 도의원, 중앙정부와 소속정당 간 정치방향이 달라 협의과정에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다. 여러 가지로 만만한 조건은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오히려 더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이번에 무상급식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앞으로 모든 과제가 다 그럴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지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때 해야 될 목표를 중심으로 그때그때 등장하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과의 갈등을 조정해내야 하기 때문에 정당의 구조와 상관없이 대의와 명분을 분명하게 잘 세워서 도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들과 방향을 찾아내고 그것을 각 정파의 이익이 아닌 도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설득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린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정치인으로서 안희정에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중앙정부의 많은 장관들과 지도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잘살게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으로 사업을 제안하고 대화하면 문제는 풀리게 되어 있다. 선거 때는 서로 싸운다 할지라도 선거 끝난 뒤 일상적으로 여당야당이 생기고 대통령, 도지사, 의원이 생기면 그 관점에서 공의를 모아서 일을 해나가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제가 밉다고 해서 충청도에 줘야 될 사업을 안 줄 사람은 저는 없다고 본다.

9. 몇 년 전 태안기름유출과 관련해 국무총리 산하로 꾸려진 유류오염사고 특별대책위원회가 그때 열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열렸다. 정부의 미흡한 대책이 지적되고 있는데, 어떤가?

저도 정부에게 계속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특별위까지 만들었고,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주민들이 배상과 보상청구건에 대해서 정부가 먼저 심사를 해서 지급하고, 정부가 국제유류기금 또는 해당사건을 일으킨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순서로 풀었다면 주민에게 더 이익이었을 텐데, 정부 입장에서는 그 골치 아픈 문제를 안기 싫었던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가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도덕적 해이다. 주민들이 직접 IOPC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에 청구해 피해 확인하고 소송을 통해서 얻어내야 한다.

얻어내더라도 제가 정부에 촉구하는 것은, IOPC 측은 3600억원 범위 내에서만 배보상하게 되어 있고 그 이상의 손해에 대해서는 국제법상으로 책임 없다고 뒤로 자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충남 주민들만 청구한 액수가 약 1조2천억 가량이다. 이미 3600억 가지고는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위원회는 피해보상을 확인했는데, 국제유류기금에서 돈이 모자라서 돈을 못 받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해 준다고 만들어 놨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주민이 거기 가서 피해확인 받아와서 다 보상 받지 못하면 그때 가서 지원해 준다거나, 거기서 피해확인 못 받으니 직접 기업에 민사를 내던지 해서 당사자간 법정분쟁으로 맡겨놓고 정부는 빠져버린 것이다. 정부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저는 정부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데 계속 회의를 안 잡고 있다. 지난번에 보다 못해 다시 한 번 공개서한을 띄웠는데도 이 정부가 대화를 안 한다.

저는 4대강 문제에 대해서 해당지역 시장, 군수님에 전화를 즉각즉각하거나 만나거나 대화하는데 대화 안 하고 그냥 자기들끼리 간다. 이 사실을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께 수시로 알려드리려 한다. 그것을 알려드리는 것이 저의 최선의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10.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몇 년간 야권 혹은 많은 국민들이 얻은 교훈은 대통령선거의 중요함이다. 선거 전략가로서 정치권에 어드바이스를 한다면?

대통령선거는 후보자가 크게 좌우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정당도 허약하고 정당의 뿌리도 약하다. 이 과정 속에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후보가 존재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관건이다. 97년 선거도 그렇고 2002년 선거도 그렇고 김대중, 노무현을 전제하지 않으면 그 선거는 이해 할 수 없는 선거다.

분명한 것은 알아야 한다. 누구든 영원한 집권자는 아니다. 5년 금방 지나간다. 물론 이 5년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고 역사를 되돌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릴 수 있는 힘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 시간 동안 정체돼 있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 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서 확실히 학습하게 됐다. 부자 만들어주겠다거나 앞으로 누군가 747 공약 내밀면 믿겠나? 정치인이 경제공약 하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서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샐러리맨, 건설업의 신화라 했던 사람이 경제약속 하나도 못 지키고 있다. 또 북한 버르장머리 고치겠다고 하는데, 고치기는커녕 젊은 사람들만 계속 피해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분단의 상처, 대결과 대립의 시각으로부터 그 시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국민들이 앞으로 이북 버르장머리 고치겠다고 하는 사람 또 뽑겠나? 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747 하면서 국민을 당장 부자 만들어주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지난번 정권 때도 그 얘기 들었는데 너는 뭔데?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주제가 자꾸 넘어가고 학습되어지고 있다. 2012년 다음 대통령선거 때는 그 시대에 맞춰서 주자들이 이슈를 제기할 것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더 이상 20세기식의 지역주의 선동도 안 될 것이고, 20세기식 잘살아보세 운동도 안 될 것이고, 20세기 식의 때려잡자, 김일성 구호만으로 국민들의 표를 얻기는 불가능한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기여하는 것이다. 옛날 그 구호를 가지고는 도저히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그렇게 축적되고 발전해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역으로 하게 된다.

11. 11월 20일 시민주권모임에서 친노진영의 진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친노의 큰 방향성을 이야기해 달라.

따로 친노진영 진로 논의한 것은 없었다. 저는 지난 시민주권모임 출발할 때 그랬다, “친노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되어야 한다”. 고유명사는 딱 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인데, 보통명사는 아무것, 누구에게나 붙일 수 있는 명사다. 친노는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아주 국한된 사람의 그룹으로 고유명사화 되면 안 된다. 친노는 기본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21세기 민주주의의 이념적 틀로 친노개념을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상관없다. 다들 단지 정파적인 실체의 그룹핑 개념으로 친노를 쓰지 않는다.

12. 2012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출마 타진을 하고 있나?

저는 도지사인 지금이 좋다. 충남에서 우리 도민들과 정붙이면서 막 출발하는데 다른 집으로 어떻게 이사 가나? 저는 여기서 당분간 도민들과 더 살 것이다.

13. 충남도를 이끌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스템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시스템 중 가장 중시하는 것은 법치주의 정신이 가장 우선이다. 민주주의가 법치주의라 한다면 사람의 개인기와 덕치와 인덕으로 상황이 결정되는 구조는 위험한 것이다. 사회적 의제에 대한 결론이 요구된다면 그 결론을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서 결론 도출했느냐가 그 정책의 안전성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믿는 믿음, 이를 저는 민주주의자들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저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독단적으로 혼자 결론내릴 생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어떤 문제와 갈등이 생기면, 예를 들어 이번에 쌀직불금 문제로 우리 지역도 갈등을 빚고 있는데, 저의 소신은 있지만 가능하면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논의구조를 만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다. 주인 없는 회사의 무책임한 결정이 아니라 진정한 주주로 사람들을 참석시켜서 그 사람들이 논의를 통해서 결론 내고 내린 결론에 대해서 논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집행도 함께 책임져줘야 민주주의에 생산력이 생긴다.

이에 제도와 절차를 굉장히 강조하게 된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사결정이라 하더라도 소수 사람들의 독단적 결정은 위험하다.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가장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모럴헤저드, 무주공산의 주인 없는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주권자와 시민이 참여해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결론이다.

14. 참여하는 도민을 이야기했지만 실제 제도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도 차원에서 참여하는 도정을 시도해보았나?

중앙정부에서도 대통령이 의회에 대한 간섭을 줄여야 한다. 의회가 자기를 견제하고 자기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의회를 끊임없이 설득하려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 권력으로 의회를 지배하고 있다. 위험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삼권분립을 헌법으로 만들어놨으면 삼권분립의 제도적 절차의 정당성과 제도적 설계의 원래 의도를 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의도 저놈들 시비만 걸고, 국론만 분열시키고, 내가 다 끌고 가야해, 무시해’라는 인식을 가지면 우리 헌법의 수호자가 될 수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불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삼권분립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미 정당도 헌법기구다. 정당정치, 의회정치, 사법부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국가권력기구인 검찰, 헌법재판소 등이 헌법기관에 대한 법적지위와 권한을 부여해 줘야 한다. 그 결론이 설령 대통령의 그것과 다르다 할지라도 스스로 절차에 따라 문제제기 해야지 지배하려 하면 안 된다. 지금은 다 지배하고 있다.

말 안 들으면 사람 바꾸고 쫓아버린다. 이러면 헌법정신이 다 깨져버리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도의회가 저를 견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인정하려고 한다. 무상급식 문제도 제가 교육감과 만나서 결단내린 게 아니라 의회 의원님들에게 결론을 못 내리겠으니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의원님들이 타협안을 받아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집중화된 도지사, 시장군수 식의 정체를 가지고 있는 나라, 권력시설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지도자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고상한 철학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상의 기구를 그대로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저들을 모두 다 끌고 가는 것이 나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강박관념도 버려야 한다. 나도 저들과 함께 하나의 기구다. 도지사도 대통령도 하나의 기구다. 그러다가 내가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는데 언제든지 이기기 위해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사단 난다. 그 마음을 버리면 된다. 또 나도 질 수 있다, 내 의견도 그를 수 있다는 생각을 오픈시켜놔야 한다. 이러면 지도자들은 내가 유약해보이지 않겠나, 내가 이러면 국가가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갖는다. 그 대목에서 저는 이야기한다, 그때 국민을 믿는 사람은 민주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고 국민을 믿지 못하면 왕정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15. 개헌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구조 내에서 대통령의 집중화된 권력구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또 한편으로 보면 이러한 현상이 저는 여의도 정치인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서로 구색이 맞아야 한다. 잘 차려입은 정장은 시계, 반지, 넥타이, 와이셔츠까지 세트가 맞아야 하듯이 민주주의는 그 세팅이 잘 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문제는 정당 지도자들이 다 책임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 지도자들이 기본적으로 권력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는 의회 나름대로 문제를 소화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께서 워낙 그런 마음을 안 갖기 때문에 답답할 것이고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 옛날 방식대로 끌고 가야 대한민국에 생산성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은데, 이는 정말 시대의 잘못된 불행한 만남이다.

16.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대통령제를 채택한 이상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분도 있지만 똑같은 대통령제라도 미국의 대통령제는 의회 권력이 엄청나게 세다. 클린턴 정부의 경우 장관들 모두 세팅해서 임명하는데 인사청문회 때문에 1년 넘게 걸렸다. 의회에서 인준하고 내각 구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오바마 대통령도 집권하자마자 내각 구성 못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의회와 대통령의 견제와 균형의 구조가 되어 있는데, 우리는 다 박정희 독재시대의 유산이다. 이는 또 일본 식민사관에서 온 것이다. 조선사람은 무지해서 똑똑한 사람이 끌고 가야 하고 때리지 않으면 자빠진다는 믿음으로 위대한 독재자가 나와서 끌고 가야 된다는 믿음을 그 세대는 가졌다. 그러나 오늘날 그 리더십으로 끌고 가려고 하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겠나? 집권 후 촛불시위부터 오늘날까지, 내리 3년을 예산 다 날치기 통과시키는 것, 얼마나 힘드나? 그래서 그 대단한 일을 왜 하냐고 묻고 싶다. 4대강사업이 단군 이래 대한민국 팔자 고칠 사업도 아니고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나. 대통령 본인도 힘들지만 국민들은 얼마나 피곤하겠나? 왜 문제를 그렇게 푸는지 답답하다. 어떻게 하나, 그 연배 세대에서는 그렇게 믿고 계시니 그분도 자기가 갖고 있는 믿음, 소신대로 하는 것인데, 결국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 온다.

개헌은, 현재 대통령제의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는 필요하다. 대통령제와 권력구조의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 권력집중의 폐해로 한국사회에서 언제든지 많은 사람의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위험성 있는 존재임을 우리가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 개헌할 것이냐, 한두 명의 담론과 기획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 역시 합의해야 한다. 합의 없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이도 밀어 붙여 날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혹시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헌법적 질서를 바꾸는 문제이고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람들이 자꾸 결과만 좋으면 좋다고 얘기하는데, 7~80년대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2천억불 넘겨서 지금 우리가 다 잘살고 있는 것 같지만 비용 다 지출하고 있다.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중소기업 부품소재 산업이 하나도 없어서 일자리 다 날아간 것이다.

결론은 똑같다. 한철 크는 나무는 한철 만에 자빠져버리고 500년 크는 나무는 500년 동안 사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없다. 너무 위대한 결단을 해서 이 우매한 백성을 끌고 가려는 역사적 사명은 버리고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과 법률이 갖춰놓은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결과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당장 따뜻함을 1, 2초 느낄 수 있지만, 우리의 유구한 역사에서 대통령 집권 5년은 정말 언 발에 오줌 누는 시간보다 더 짧다. 그거 하려고 정치지도자 한다면 허망한 것이다. 정치지도자가 도전하려면 100년, 200년 뒤에도 기억될 수 있는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겨우 한 임기 동안 반짝 박수만 받으려 하면 지나고 나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는 먼저 헌법과 법률의 절차와 정당성을 지키라는 것이다.

17. 안 지사도 지도자의 길로 나선 것인가?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지도자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제가 일개 참모로 일했지만 늘 노무현 대통령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일등병도 사령관이 될 수 있고 말단 경리직원도 회사의 사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야만 반드시 자기 인생이 보람 있다.

영화 어퓨굿맨에서 사령관 명령에 따라 기합을 주다가 사병을 죽였는데 나중에 사령관의 지시를 수행한 해병대 전통에 입각해서 병장 두 명이 무죄를 받았다가 최종 순간에 유죄를 받는다. 그 순간에 네가 해야 될 책무를 다하지 않아 인간으로서는 유죄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나는 일개 시민이라 해도 대통령처럼 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회에서 불행해지는 것은 나 때문이고 내가 내린 결론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두 그런 관점에서 참여해야 한다.

18. 지난 지방선거에서 40대의 투표혁명이 있었는데 40대가 주를 이루는 폴리뉴스 독자들에게 연말연시를 맞아 한 말씀 부탁한다.

과거는 386이라고 지칭되었던 세대, 현재 486이라고 지칭한다. 우리는 식민지 분단, 전쟁, 보릿고개, 산업화를 이끌었던 세대가 키운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다. 그분들이 어려운 살림에 대학교육을 시켰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그 부모님 모시는 일보다 독재자 무찌르는 일에 청춘을 버렸다. 하지만 저는 그 인생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오늘날 박정희, 전두환 같은 군부세력이 또 나타나서 총칼로 대통령되었다면 대한민국에 오늘날 번영이 있었겠나? 저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젠가 데모하는 데만 능하고 먹고 사는 데는 무능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의 지도자로서 철학빈곤을 반영하는 말이다. 우리는 그만큼 민주주의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번영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 6.10항쟁, 민주화운동 동지 여러분, 내일 모레 우리는 곧 50이고 이제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과연 우리 부모님 세대와 어떤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이 역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왜 민주주의냐, 2년 전 오바마 대통령 지명됐을 때도 민주주의만이 미국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논의했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오늘날 우리가 봉착해 있는 모든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법이다. 과거에는 독재자와 법을 무시하는 쫓아내는 민주화운동이었고, 지금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백성이 주인 되는 사회 원리, 시장으로 치면 주주의 권리, 소비자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자본가의 권리다. 오늘날 주권자들은 더 좋은 사회를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공동합의를 만들어낼지가 바로 민주주의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를 우리는 좀 더 성숙시켜야 한다. 양극화,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사실상 민주주의 과제다. 이 민주주의를 잘 할 때 성과 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자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분명히 선언한다. 민주주의가 좋은 나라 만들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만의 주장이라고 하면 약해질 수 있는데 OECD 모든 선진국들의 지도자들이 다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정치의 본령이고 정부의 본연의 임무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돈 벌어주겠다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그야말로 기업이 할 얘기다. 그런 점에서 486세대라 표현되어지는 우리 시대의 많은 시민, 동지 여러분, 우리가 힘을 모아서 명실상부하게 고려금속활자 이래로 민주주의 영역에서 대한민국이 1등인 역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인터뷰어 : 김능구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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