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대선후보로 나선 것같은 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당 후보로 나선 것일까? 최근 노 대통령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17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를 보는 듯하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한나라당 주자들의, 때로는 범여권 주자들의 정책과 노선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걸 보면 2002년의 장면이 떠오를 정도이다.

노 대통령은 언제인가 말했듯이, 자신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대해 방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대선주자들을 향해 선제공격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자들에 대한 선제공격

지난 21일 MBN과의 특별대담에서도 그러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의 경제관련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비판의 요점은 두가지. 첫째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양도소득세 깎아준다, 종부세 깎아준다'고 공약한다면 그 사람은 '1% 대통령'이고, 많아야 '4% 대통령'"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는 제발 좀 건드리지 말고 넘어가 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손댈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완전무결하다는 오만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정책이 단기적인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세제와 규제로만 이루어진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 인하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공급효과를 높여야 함을 제기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그 수가 많든 적든,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 마당에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것처럼 못박고 나서는 것은 5년 임기제의 정신마저도 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주자들의 '7% 경제성장률' 공약을 비판한 것은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성장률 공약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빨리 잊어버리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2002년 대선에서 7% 경제성장 공약을 했던 것은 노 대통령 자신이었다. 자신은 그같은 공약을 해놓고 이제 다른 주자들을 향해서는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자세'라 비난하는 것은 누가봐도 온당치 못하다. 대통령이 과연 대선주자들의 그런 경제공약까지 일일이 반박하고 나서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선수가 되어 경기장 누비는 대통령

노 대통령의 대선개입 발언은 갈수록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선에서 심판의 위치에 있어야 할 사람이 선수가 되어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불공정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의 자리는 엄청난 정치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자리이다. 그가 행하는 발언과 행동 하나 하나는 큰 뉴스 거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는 흉내라도 내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것은 대통령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않고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발언들을 계속 꺼내고 있다. 마침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마치 노 대통령이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된 것같은 모양새이다. 범여권이나 열린우리당의 주자들이 해야 할 한나라당 주자들 비판을 현직 대통령이 계속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근래의 대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장면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개헌을 해가지고 노 대통령이 범여권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어떨까.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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