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은 '빅2'의 갈등, 그러나 쪼개질 가능성은 낮아

"이러다가 정말로 당이 쪼개질지 모른다."

4.25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이다. 박근혜, 이명박 양대 대선주자는 선거과정에서 보인 분열상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고사하고, 서로가 '네 탓'을 주장하는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도시를 막겠다고 말한 분과 합동유세를 했더라면 표가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도발적 발언은 양측의 대결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 시장측에서 언론이 잘못 보도한 부분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도 아닌 박 전 대표가 공인해버린 셈이 되어, 이 전 시장에게는 두고 두고 부담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 전 시장측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대응을 자제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을 보였고, '독재자의 딸' 운운하는 얘기도 밖으로 전해졌다.

'빅2' 사이에 쌓인 근본적 불신

이미 박근혜, 이명박 양측 간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는 것이 한나라당내의 공통적 진단이다. 경선 룰을 둘러싸고 시작되었던 양측간의 갈등은 정인봉 특보, 김유찬씨가 등장한 검증공방을 계기로 심각한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후보경선을 앞두고 가열된 의원 줄세우기, 원로 영입경쟁 등을 거치면서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전개해왔다.

그 과정에서 쌓인 것은 상대에 대한 불신이었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이 전 시장이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보수적 정체성에 부합되지 못하는 인물임을 강조한다. 이 전 시장은 국가보안법, 사학법 문제 등을 비롯한 정국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왔고, 이러한 인물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과거에 있었던 범인도피 등의 도덕적 문제로 인해 선거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 전 시장측에서는 박 전 대표측이 전개하고 있는 공격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갖고 있는 상태이다. 실력으로 안되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거티브전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측은 선두주자의 입장이기에 가급적 맞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박 전 대표를 향한 감정의 골은 패일대로 패인 상태이다.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양측간의 갈등을 제어하고 조정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없는 현실이다. 당 지도부의 말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대다수 의원들은 이미 양측으로 줄서기를 한 상태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없어졌고, 이제 '박근혜 당'과 '이명박 당'만 존재한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재보선 이후 다시 불붙은 두 주자 사이의 갈등은 한나라당에게 위기의식을 주었을 법하다. 지난번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도 '설마' 하다가 일을 당하게 되었지만, '빅2'가 결별하고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양측 캠프에서는 상대가 대통령이 되는 꼴은 못보겠다는 감정적인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만큼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정치권 밖에서도 한나라당의 분열을 점치는 견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이 경선을 치른 뒤, 손을 잡고 전국을 도는 장면을 기대하기는 이제 늦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전망에 따를 때, 대선정국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 한나라당의 두 주자가 분열되면 보수진영의 유력후보는 두 사람이 된다. 반면에 범여권은 단일신당 혹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우게 되고, 이렇게 되면 대선결과의 불가측성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분열되었던 박근혜- 이병박 두 주자간의 막판 단일화 여부가 대선전의 막판 변수로 남게 된다.

막상 결별의 가능성은 높지 못해

그러나 그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빅2' 사이의 감정적 대결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결별을 제어하는 장치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층의 요구이다. 이대로만 가면 이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보수층에게는 두 주자 사이의 결별은 희망의 무산을 의미한다. 결국 당을 먼저 깨고 나간 사람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보수층에게는 '역적'과도 같은 존재가 되게 되어있다. 만약 당을 깨고 나간 사람으로 인해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그 역시 정치적으로 사망하게 되어 있다. '이인제 학습효과'는 한나라당의 분당을 막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의 경선후보 조기등록도 분당을 막는 장치가 되고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경우 등록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한나라당은 5월에 후보등록 절차를 밟기로 되어 있다. 일단 경선 후보등록을 하고 나면 탈당을 해서 대선에 출마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따라서 경선결과에 대한 불가측성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경선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게 되어 있다. 8월에 실시되는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이라는 도박을 선택하기에는 시점이 너무 빠르고 미련이 많게 되어 있다.

아슬아슬해 보이고,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겠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이 쉽게 깨지기 어려운 이유이다. 더구나 12월 대선에 곧 이어 치러지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분당을 선택하는 것도 '빅2'를 따르는 의원들로서도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직은 한나라당 분당에 따른 시나리오보다는, 한나라당 유지라는 시나리오 위에서 대선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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