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탈당한 손학규, 지금 그의 상황은?

손학규 전 지사는 스스로 시베리아 혹한으로 나섰다. 탈당 기자회견(ⓒ폴리뉴스)
"시베리아를 넘어 툰드라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탈당 이후 전개되는 그의 주변 상황을 보면 엄살만은 아닌 듯하다.

손 전 지사은 한나라당 탈당으로 대선정국의 변화를 가져올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처한 정치적 환경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전 시장이 가라고 했던 시베리아에서보다 더 매서운 추위를 손 전 지사는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픈 것은 '보따리 장수' 취급하는 세간의 시선. 한나라당이 하고 싶었던 말을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해주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굳이 이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탈당을 했다는 점에서 '정치철새' 시비는 애당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나라당을 차라리 일찍 탈당했더라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경선승부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탈당이였기에, 그를 따라 다닐 수밖에 없는 논란거리이다.

바로 이같은 일각의 여론을 의식한 듯, 처음에는 환영일색이었던 범여권의 반응도 차가워졌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전 의장은, 손 전 지사와 자신은 살아온 길이 다르고 정책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은,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대선후보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대한민국 드림팀'을 제안했지만, 당사자인 정운찬 전 총장이나 진대제 전 장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손 전 지사도 현재로서는 범여권과 손잡는 것은 유보하고 있지만, 범여권 진영에서도 그와 손잡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손 전 지사를 향해 한나라당을 나와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잠시 잦아들었다. 손 전 지사와 범여권은 당분간 의식적으로라도 거리두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14년간 몸담았던 당을 떠난 업보와, 새로운 정치세력 창조의 약속 사이에서 어느 쪽이 힘을 얻을지는 아직 판명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여론의 반응도 고무적이지 못하다. 손 전 지사의 탈당 이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그가 범여권후보로 나온다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 상당한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는 손학규의 행보

탈당을 결행한 며칠동안은 손 전 지사의 소식은 뉴스의 중심을 차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기세력없이 홀로 서있는 정치인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손 전 지사는 단기필마의 형태로 한나라당을 나왔다. 그의 대리인을 맡았던 정문헌 의원도 한나라당에 남기로 했고,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종희 전 의원도 역시 남기로 했다. 손 전 지사와 함께 모든 것을 던지기에는 다들 아직 남아있는 정치인생이 있었다. 적어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정치인은 이제 그의 주변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조하는 작업이 쉬운 것도 아니다. 손 전 지사의 구상과는 별개로, 재야 원로들은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원탁회의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 참여대상에 손 전 지사가 포함되느냐 조차도 유보적인 상태이다. 시민사회세력이 손 전 지사가 주도하는 세력형성에 선뜻 응할지도 불확실해 보인다. 손 전 지사가 얼마전 김지하씨나 황석영씨를 만나 힘을 얻기도 했지만, 그들이 어떤 '세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력의 형성도 아직까지는 친분관계를 통한 지원호소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손 전 지사가 갈 길은 아직 무척 멀어보인다. 명분과 현실 어느 하나라도 분명하면 되겠는데, 사실 이 두가지 모두에서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가 각오했던 것보다 추위가 훨씬 더 매서울지 모른다.

김지하씨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기필코 시베리아에서 꽃을 피우겠다"고 했다. 그 꽃이 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범여권'이라 하든, '제3지대'라 하든,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대선후보 선출과정에 국민의 시선이 향할 때, 그 경쟁의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데 있다.

결국 시베리아에서 꽃이 피게될 지 여부는 국민여론이 그의 탈당과 그 이후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그때까지 손 전 지사는 시베리아의 혹한을 참고 견뎌야 할 처지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