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하려면 먼저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야

우리 정치의 ‘잠룡’들은 왜 한결같이 뜸만 들이나.

지난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강금실 전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놓고 장고(長考) 에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주변 정황을 놓고 보았을 때는 분명히 출마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은데, 몇 달동안을 모호한 대답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무엇인가 ‘쿨’한 모습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운찬 전 총장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달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은 정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결심한 것 같다고 보도한다. 그러면 그 다음 날 정 전 총장은 언론이 앞서가고 있다며 부인한다. 그렇다고 불출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사회의 혜택을 입은 사람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는데, 모호하다.

물론 정 전 총장이 근래 들어 꺼내는 말들을 새겨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정치참여와 대선출마에 대해 마음을 굳혀가고 있거나, 최소한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매번 아무 것도 결정된 것 없다며 분명한 답을 유보하고 있다.

물론 정 전 총장의 말처럼, 인생을 좌우하는 일인데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그리고 대선정국이 어디로 가는가를 보아야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에게 있어서나, 대선정국에 있어서나 여러 가지 유동적인 변수들이 있는 상태에서 확정된 입장을 내놓기가 어려운 면은 있을 것이다. 일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의 모호한 태도는 상황에 대한 정치적 계산과 신중함에만 매달린 나머지 결단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차피 정 전 총장이 대선출마를 결심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범여권 내부에서는 그의 파괴력에 대한 기대들을 내놓고 있다. 거기에는 여러 근거들이 있다. 국민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경제와 교육에 대한 전문가라는 강점,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소신발언을 통해 얻어진 차별화된 이미지, 중도층을 껴안을 수 있는 통합적 노선, 기존의 주자들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 등이 존재한다. 실제로 그같은 기대는 현실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잠재력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서는 아직 결정적인 영역에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한 인물이다. 그것은 정치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문제로 요약된다. 학자출신으로서 험난한 정치판에 들어가 과연 세력을 모으고 상황을 돌파하며, 대선후보의 자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나아가 국가지도자로서의 총체적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정 전 총장이 정치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이며 파괴력을 갖는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는 상태이다.

<대선출마하려면 상황을 만들어가는 위치에 서야>

정 전 총장이 대선출마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주동적으로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혹여라도 범여권의 통합신당에 무임승차하여 후보 자리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면, 그같은 모습의 인물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위험의 요소들이 많다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몸을 던져, 자신의 힘으로 상황을 돌파해 나가고 후보 자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선후보감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검증을 받는 길이며, 자신의 파괴력을 스스로 키우는 길이다.

범여권의 후보로 나설 생각이라면, 통합신당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합신당을 만드는 한 축이 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맞다. 그러다가 후보도 되지 못하고 ‘팽’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것은 자신의 역량의 결과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문제도 아니다. 도대체 이 마당에 누가 대통령후보 자리를 보장해주는 인감도장을 자신에게 찍어줄 수 있겠는가.

상황을 기다리는 위치에 설 것이냐, 상황을 만들어가는 위치에 설 것이냐. 정 전 총장은 이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몇 개월째 계속되는 선문답에 신선함은 사라지고 식상함이 생겨날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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