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까지 계속될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들

(ⓒ청와대 출입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의 ‘말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새해 들어서 1월 한달 동안만 네 차례나 노 대통령의 말들이 생중계되었지만, 노 대통령은 시간의 부족함을 아쉬워하곤 했다.

1시간짜리 연설에 원고지 2백장 분량이 넘는 원고를 들고 나왔다는 사실로부터, 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정도로 많은 말들을 쏟아내면서도 그는 김용옥 선생을 부러워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노 대통령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다보면 그에 비례해서 논란거리가 만들어지곤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여정부의 성과에 대해 노 대통령이 강조하곤 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대선정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의견들을 표명했다.

먼저 열린우리당 내부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저 때문에 당이 안되면 제가 당적을 정리할 것이고, 제가 부족해서 밉더라도 우리당같은 당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흔들리는데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와 우리당을 결부하지 마시고 좀 도와주시면 좋겠다”고까지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으로도 중도통합을 할 수 있다며, 탈당 자제를 주문했다. 정계개편 문제에 관한 깊숙한 입장 제시였다.

대선판세 전망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금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낮다고 포기하고 다 떠나지 말라. 희망을 갖고 열심히 가면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냥 일반적인 관측이라고는 했지만,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와 같은 역전승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밝힌 셈이다.

그리고 자신의 방어를 위한 통첩성 이야기도 꺼냈다. “나를 공격하는 모든 사람에게 응답할 것이다. 내일이 선거일이라도 부당하게 공격당하면 반드시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라고 해서 경제를 잘하는게 아니다”라며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한 듯한 이야기도 계속 꺼내고 있다. 한나라당, 그리고 한나라당 차기 주자들에 대한 비판적 발언들도 이어지고 있다.

<대선에 영향미치는 노 대통령 발언들>

노 대통령의 의견표명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 대선정국이라는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할 말은 다하기로 작심한 노 대통령에게 ‘성역’은 없어 보인다. 대선이 치러지는 마지막 날까지 노 대통령의 의견표명은 계속될지 모른다.

정치인 출신의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청와대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의 개헌추진이 대선정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더 나아가 열린우리당 문제, 정계개편 문제, 대선판세 전망, 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열린우리당 지지 호소로까지 가버리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결국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입한다는 정치적 논란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의 그러한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같은 결과가 낳아진다는 점이다.

사실 노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 때문에 논란이 빚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탄핵정국의 발단이 되었던 계기로 노 대통령의 선거관련 발언이 있었다. 물론 당시 야당들의 무모한 탄핵의결은 국민여론의 심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노 대통령도 문제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성찰적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는 과거의 경험이 오히려 자신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노 대통령은 대선정국의 특수성에 상관없이 또 다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들을 꺼내기 시작하고 있다. 야당들은 당연히 반발하며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정치적 발언들이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노 대통령이 개입하는 모양이 될수록 여당에게 부담이 안겨져 불리하게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지금의 노 대통령의 입지가 과거 탄핵정국 당시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개입은 실익도 없이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하며, 여당에게는 약보다 독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책잡힐 말도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전임 대통령들이라고 임기말에 풀고싶은 마음의 응어리가 쌓여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그들이 말을 아끼었던 것은 자신들의 말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감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다른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선거일 전날까지도 할 말은 하겠다는 태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올 한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차기주자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뉴스메이커’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나가게 될 것이다. 다만 노 대통령의 그같은 모습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