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점철된데 이어, 새로 소집된 임시국회에서도 새해 예산안 심의가 중단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느닷없이 불거진 이철우 의원 관련 논란까지 가세하여 국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우리가 16대 국회를 가리켜 '최악의 국회'라 이름붙였지만, 이대로 가면 17대 국회에게 그같은 이름을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 정도이다.




문제는 국회가 이 지경이 되어도 이를 풀어나가는 정치가 없다는 점이다. 전에는 이처럼 정국이 파행을 빚고 파국이 임박하면, 막전 막후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다각적인 시도들이 있곤 했다. 공식, 비공식적인 여러 채널을 통해 여야가 절충을 시도하고, 입장차이가 좁혀지면 당에 돌아가 동의를 구하여 정국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움직임들이 있었다.




그러나 17대 국회 들어서는 그같은 '정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모습이다. 파국이 뻔히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정국을 풀어나가려는 정치인들을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목소리 큰 사람들은 많은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그같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채널조차 없는 모습이다. 각 당의 중진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힘을 갖고 대화를 해나갈 정치인들이 줄어든 원인도 있을 것이다.




원내대표들조차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원내총무체제 시절에는 각 당의 총무들이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곤 했다. 그래서 당이 아무리 강경분위기로 치달아도 원내총무들만은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원내대표들이 상대 공격에 앞장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원내대표가 색깔론 공세에 앞장서기도 한다. 이렇게되니 대화를 하며 정국을 풀어나가려는 정치인을 발견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이 평행선이요, 몇 달이 지나도 현안에 대한 입장차이가 그대로이다. 한나라당은 막무가내식 저지에만 매달려있고, 여당은 정치력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4대입법을 저지한다는 구실로 '뉴딜3법'과 같은 경제관련법안, 새해 예산안 처리까지 모두 가로막고 나섰다. 무조건 막으면 그뿐이고, 뒷 일은 알 바 아니라는 모습이다. 꽉 막혀있는 벽을 보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을 인정하며 정치를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한편으로는 4대입법의 연내처리를 공언하면서 동시에 한나라당에게는 협상을 하자고 해왔다. 그러나 바보가 아닌 이상, 그같은 협상에 누가 들러리를 서겠는가. 4대입법을 정말로 처리할 의사 있었다면 야당의 벽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모색들을 했어야 했다. 결국 4대입법은 고사하고 한 개의 법안조차도 연내처리하지 못할 상황이 되고 있다.




4대입법에 대한 평가에 관계없이, 적어도 정치가 사라져버린 현실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할 상황이다. 자신들의 원안만을 고수하다가 서로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한채 여론의 비판만 사고 있는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여의도에는 정치가 없다. 과거의 정치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 것같다. 종종 밀실 담합으로 흘러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전 정치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풀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두 기관차가 마주보고 달려도, 얼마후에 대형사고가 날 것이 분명해져도, 충돌을 막으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파국의 깊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정치가 사라져버린 정치권. 이대로 가면 17대 국회의 운명은, 굳이 더 보지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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