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의 외교통상위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야 간의 전투장면이 전 세계의 언론에 흥미 있는 뉴스와 웃음거리가 되고 국민은 부끄럽고 어이없는 일을 목격하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네티즌은 네티즌대로 제각기 이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나무라고 있다. “ 대화와 타협을 하라. 냉각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해라. 여당의 잘못이다. 아니 야당의 잘못이 더 크다. 어찌 여당만, 또 야당만 나무라는가? 폭력행위 의원을 가려서 처벌해야 한다. ”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난장판국회가 된 근본원인을 제대로 집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해결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 국회사태의 근본원인

사태의 근본원인은 국회구성원인 의원들이 헌법에 명시된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46조)’ 라는 임무를 부여하였는데, 국익우선은 팽개치고 양심에 따르지 않고 당명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이것이 사태의 원인이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바로 ‘공천’ 때문이다.

국회의원후보 공천권과 당론결정권을 정당의 소수실세들이 틀어쥐고 있어, 거기에 줄서고 돈도 갖다줘야하는 등 비상한 방법을 동원해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공천을 받아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FTA 비준안에 대해서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행동통일을 강요할 때 이견을 제시하거나 저항할 수 없다. 그래서 여당은 비준안동의를 무조건 찬성, 야당은 절대 반대의 완전한 편싸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지난 11월 미국의 하원이 7700억 달러의 1차 구제금융안을 여당인 공화당의원의 다수가 반대하고 야당인 민주당의원의 다수가 찬성한 가운데 통과된 것은 국회의원의 자율권이 살아있는 증거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에게는 그러한 자율권행사를 원초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공천권과 당론을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틀어쥐고 있는 오늘날의 정당구도 아래서는 ‘국회의 전쟁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불행한 헌정사

국회와 국회의원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불행한 우리의 헌정사에서 비롯되었다. 48년 8.15정부수립 이후 60년 동안에 군사, 독재정권의 존립기간이 절반이 넘는다. 그 당시 여당은 최고권력자의 친위, 관변조직으로서 국회의원후보는 당연히 낙하산낙점으로 결정되었다. 경쟁이란 애당초 없는 것이다.

야당은 정보기관의 감시와 협박을 견뎌낼 수 있는 지극히 소수의 지사(志士)들이 가냘프게 명맥을 유지하는 클럽수준의 조직이었다. 그러므로 국회는 언제나 집권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했고 최고권력자가 명령하는 법안들을 여당의원들은 거수기 돌격대원들로서 야당의원들을 제압하고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를 일삼았다. 야당의원들은 어쩔 수 없이 단상점거, 농성 등으로 ‘저항‘하는 것이 침묵하는 다수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신성한 임무가 될 수밖에 없었다.

87년 6.29 이후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어 21년의 세월이 흘렀다. 군사, 독재의 최고권력은 사라졌는데, 국회가 여야의 새로운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은 국회의 행정부견제와 사법부독립보장으로 삼권분립을 제도화하고 있다. 국회의 행정부견제는 국회의원의 자율권행사가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지금 이 자율권이 무너진 것이다. 이른바 당론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인 이상 권고사항에 그쳐야한다.

△ 국민의 결단만이 국회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민은 헌법상 최고의 기관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그 국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영국, 미국,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처럼 1천년 혹은 수백 년에 걸친 국민주권쟁취를 위한 전제왕정과의 투쟁사가 없다. 그러므로 국민주권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소중한 국민주권을 두 눈 부릅뜨고 바로 행사해야 한다.

국민이 국회, 국회의원, 정당에게 묻자.
① 당신들의 정당에 자발적으로 당비를 지속적으로 내는 진성당원이 도대체 몇이나 있는가?
② 진성당원이 거의 없는 소수기득권자들의 패거리수준의 정당에서 몇몇 실세들이 당론을 장악하고 국회의원후보,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원후보 공천을 밀실, 야합, 돈으로 자행하는 권력을 누구로부터 부여받았는가?
③ 밀실, 야합, 돈으로 공천되어 탄생한 국회의원들이 헌법이 명시한 자율권 = 국익우선, 양심직무의 책무를 다할 수 있겠는가?
④ 전쟁터, 난장판국회사태로 대한민국의 브랜드가치의 폭락에 대한 책임을 당신들(정당의 실세,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질것인가?

허망한 질문이 될지라도 이제 국민은 저들에게 묻고 국민스스로를 되돌아 볼 시점이다. 절대로 저들 기득권자들은 스스로 사태해결을 결단할 수 없다. 정당의 특권폐지, 상향식 투명한 국회의원 후보공천, 자율권이 보장된 국회운영을 위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에 전 국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백범 김구선생의 생전 마지막 휘호 “國家興亡 匹夫有責”(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일에 보통의 국민도 책임이 있다.)을 상기하자.

여의도식 정치를 폭파하고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

2008. 12.26

올바른사람들 공동대표 박찬종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